212_창작동네_아침 사유의 좋은 시_6월의 선정_춘하의 계절_정원 주효주
춘하의 계절_정원 주효주
너는 내 눈에 눈물로 와서
별빛처럼 반짝이어라
이별이 아니거든 울지 말고
울지 않으려거든 이별하지 말아라
억장이 무너지도록 울어 본
사람의 가슴은
살점을 썰어내는 비수만큼
따뜻해질 수 있어야 하거늘
너 女人아
산바람의 시원한 맛이
아직도 코끝에 있음은
그게 골마다 언덕 마다를
넓은 치마폭처럼
주름잡아 놓은
산의 너그러운 마음이 아니겠는가
봄은
견고함 속에서도
노란 장다리인양
여름 어디쯤 숨어 있다
애벌레도 벌써부터
씨눈을 감지하며 연둣빛 하늘을
우러르고 있다
한동안은 나비를 깨우지 말자
꽃 더미에 묻히면 잠이 오는 것이니
나 거기 춘하속에서 잠들고 싶어라
춘하의 계절_정원 주효주_시평(詩評)_아침 사유의 좋은 시_윤기영
이 시는 이별의 아픔과 자연의 품, 그리고 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지는 생명의 흐름을 하나의 정서로 엮어낸 작품이다. 사랑과 상처, 계절과 생명이 서로 맞물리며 시인의 깊은 사유가 서정적으로 펼쳐진다. 감정의 고백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자연의 품 안에서 삶을 바라보는 넓은 시선으로 확장된다. “너는 내 눈에 눈물로 와서 / 별빛처럼 반짝이어라”라는 시작은 매우 인상적이다. 슬픔조차 별빛으로 승화시키는 시인의 감성이 돋보이며, 이어지는 “울지 않으려거든 이별하지 말아라”는 삶의 본질적인 아픔을 담담하게 드러낸다. 특히 “억장이 무너지도록 울어 본 사람의 가슴은 / 따뜻해질 수 있어야 하거늘”이라는 구절은 상처를 겪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연민과 성숙을 보여 준다. 중반부의 산과 바람의 이미지는 시의 분위기를 넓고 부드럽게 만든다. “넓은 치마폭처럼 / 주름잡아 놓은 / 산의 너그러운 마음”이라는 표현은 자연을 어머니의 품처럼 느끼게 하며, 인간의 슬픔마저 품어 주는 포용의 세계를 보여 준다. 마지막의 “한동안은 나비를 깨우지 말자 / 꽃 더미에 묻히면 잠이 오는 것이니”는 매우 아름다운 여운을 남긴다. 봄과 여름의 경계에서, 생명이 움트는 순간을 서두르지 않고 그대로 바라보려는 시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 “나 거기 춘하속에서 잠들고 싶어라”는 마무리는 자연과 하나 되고 싶은 깊은 평온의 소망처럼 다가온다. 「춘하의 계절」은 상처를 품은 인간의 마음과 계절의 생명력을 아름답게 겹쳐 놓으며, 자연 속에서 위로와 평화를 찾아가는 서정의 깊이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2026/06/12
현대시선 대표 윤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