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_창작동네_아침 사유의 좋은 시_6월의 선정_오솔길 야생화 한송이_김철현
오솔길 야생화 한송이_김철현
호젓한 오솔길
무념의 발걸음 멈춘 곳은
이름 모를 야생화 하나
초라한 듯 화려한 듯
뽐내지 않는 겸손함을
짙은 향기가
무색하게 바람을 타내
척박한 땅을
굳이 선택할 필요도 없는데
본심을 알 수 없는
야생화의 침묵이
하늘을 나는 새를 손짓하니
원치 않은 운명이었나 보다
너뿐이랴
세상 만물이 원하는 데로
생과 사를 선택할 수 없듯이
주어진 운명을 겸허하게
받아들인 외로운 야생화의
처절한 숙명에
발길을 옮길 수 없구나
그래도
옆에는 졸졸졸 물소리가 개울을 적시고
호랑나비 한마리 너의 머리에 앉아
위로의 춤을 추니
그만하면 세상에 나온
보람도 있지 않겠니
오솔길 야생화 한송이_김철현_시평(詩評)_아침 사유의 좋은 시_윤기영
이 시는 오솔길에서 만난 이름 모를 야생화를 통해 삶의 운명과 존재의 의미를 성찰한 작품이다. 작고 보잘것없는 꽃 한 송이를 바라보며 인간의 삶과 닮은 모습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겸허함과 위로의 가치를 길어 올린다. 전체적으로 시는 자연을 매개로 삶의 철학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름 모를 야생화 하나 / 초라한 듯 화려한 듯 / 뽐내지 않는 겸손함”이라는 구절은 야생화의 본질을 잘 보여 준다. 화려함을 자랑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피어 있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야생화의 침묵”이라는 표현은 말없이 자신의 운명을 감당하는 존재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시의 중심은 “주어진 운명을 겸허하게 / 받아들인 외로운 야생화”에 있다. 척박한 땅에 피어난 꽃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지만, 그 자리에서 끝내 꽃을 피워 낸다. 이는 인간 역시 원하는 삶만 살 수는 없지만, 주어진 자리에서 의미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마지막의 “호랑나비 한 마리 너의 머리에 앉아 / 위로의 춤을 추니”는 따뜻한 장면이다. 외롭고 고단한 삶에도 자연은 작은 위로를 건네고 있으며, “그만하면 세상에 나온 보람도 있지 않겠니”라는 물음은 삶을 긍정하는 잔잔한 미소로 남는다. 「오솔길 야생화 한송이」는 작은 꽃 한 송이를 통해 운명과 겸허함, 그리고 삶의 소박한 위로를 따뜻하게 그려낸 서정적인 작품이다.
2026/06/13
현대시선 대표 윤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