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_창작동네_아침 사유의 좋은 시_6월의 선정_상사화_예닮 김정숙
상사화_예닮 김정숙
그리움이 너무 깊어
끝내 붉은 꽃으로 남았다
피어 있으되 닿지 못하고
살아 있으되 만나지 못하는
엇갈린 시간의 끝에서
나는 오늘도
부르지 못한 이름 하나
가슴에 묻는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흔들리는 것은 꽃이 아니라
지워지지 않는 마음
기다림은 오래되어
이별보다 더 깊어지고
끝내
한 번도 닿지 못한 사랑이
가장 선명한 빛으로 남는다
상사화_예닮 김정숙_시평(詩評)_아침 사유의 좋은 시_윤기영
이 시는 상사화가 지닌 상징성을 통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깊은 그리움을 절제된 언어로 담아낸 작품이다. 짧은 시 속에 기다림과 이별, 그리고 끝내 닿지 못한 사랑의 아픔이 응축되어 있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첫 구절인 “그리움이 너무 깊어 / 끝내 붉은 꽃으로 남았다”는 매우 인상적이다. 상사화는 원래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하는 꽃이다. 시인은 이러한 생태적 특성을 사랑의 운명과 연결하며, 그리움이 꽃으로 피어났다는 상징적 이미지를 아름답게 만들어 낸다. 특히 “피어 있으되 닿지 못하고 / 살아 있으되 만나지 못하는”이라는 구절은 상사화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 준다. 존재하지만 만날 수 없는 슬픔, 가까이 있으면서도 이어질 수 없는 인연의 아픔이 담담하게 표현된다. 또한 “흔들리는 것은 꽃이 아니라 / 지워지지 않는 마음”이라는 대목은 외부 풍경보다 내면의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낸다. 마지막의 “한 번도 닿지 못한 사랑이 / 가장 선명한 빛으로 남는다”는 이 시의 핵심이다. 이루어진 사랑보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 더 오래 기억되고, 더 깊은 그리움으로 남는 인간의 감정을 아름답게 형상화한다. 「상사화」는 그리움과 기다림의 본질을 상사화라는 꽃의 운명에 담아낸 작품으로, 절제된 언어 속에서도 강렬한 울림을 전하는 서정시라 할 수 있다.
2026/06/19
현대시선 대표 윤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