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나비 빛깔로 피어나는 백합
백합은 순수의 상징이라 흰색이어야 하지
“요즘 꽃 죄다 외래종이라 다양하지
순수가 뭐래, 토종 꽃은 찾기 힘들어”
당뇨를 앓는 5동 인성씨는 그 몸을 하고도
꽃모종을 구해와 화단을 가꾼다.
혼자 까칠해서 스스로 외롬을 즐기는 인성씨
사람 소리 싫어 밖에 나오지 않다가 사람 없는
이른 아침이나 비 오는 날에 나와서 화단을 가꾼다.
아파트 입구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오는 길에
인성씨가 2년째 키우는 백합꽃 화단이 있다.
호랑나비 색을 입은 너무 이쁜 꽃 무리
저 꽃의 이름은 뭘까? 늘 궁금했는데 오늘 인성씨로부터
“언니 백합 몰라? ”이게 백합꽃이야“
화단 근처에 벤치가 있어 사람들이 담배 피우러 나오면
잽싸게 호미와 장갑을 들고 집으로 가버리는 인성씨다
황폐해진 아파트 화단을 혼자 가꾸고 돌보는 인성씨
사람과 사귀길 싫어하고 몇몇만 아는 체하는데
그나마 여름이고 하니 만나 이야기나 하지
겨울엔 한 계절 다 갈 때까지 보기 힘들다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
꽃은 좋아하는데 자신이 심어 놓은 화단의 꽃들을
보고 즐거워할 주민들은 왜 멀리하는지
몸이 아프니 자기 세계에 침잠하는 듯
”인성씨 왜 나오질 않어?
“언니 사람이 싫어, 밖에 나오면 아는 이 만나야 하고
”만나면 사는 이야기 남 흉 자기 자랑 등등 이젠 다 듣기 싫어“
부천에 살다 사고로 남편이 죽고 사업도 망하고
자식은 원래 낳지 않았다 했다
한때 우리 집에도 오고
나와 같이 도서관 일도 봐주고 쾌활했는데
당뇨가 점점 심해 치아도 많이 상하고 이래저래
사람 만나기 힘들어하는 인성씨
그러면서 어디서 저렇게 오묘한 빛깔을 지닌 백합을
얻어다 심었는지
어제는 토종 다알리아 자라는 거 보라고 하고
단지 사이 좁고 긴~ 흙길에 백일홍 옮겨 심던 그녀가
비 오는 날이 언제냐고 묻는다.
코스모스 심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