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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29회 필름게이트 지원작 선정 총평

작성자서울영화발전협회|작성시간26.06.06|조회수20 목록 댓글 0

제29회 필름게이트 지원작 선정을 마치고

올해도 어김없이 의욕 넘치는 열정들이 필름게이트 문을 두드렸다. 29회를 이어오는 동안 필름게이트는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영화라는 계주의 배턴을 넘겨주는 출발점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것 같다.

올해 본선 진출 시나리오는 총 28편이었다. 주제는 다양했으며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법 역시 그러했다. 이전 필름게이트 시나리오들에서 간혹 보이던 어둡거나 허망한 관념들 대신 일상적인 소재들을 택한 작품들이 많았다. 글도 동굴을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마치 트렘펄린 위를 뛰듯 가볍게 치고 올라가는 글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어떤 시나리오들은 얼개는 엉성해도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질까 궁금했고 또 어떤 시나리오는 글 읽는 맛은 있지만 행간에 영화가 잘 보이지 않아 갸웃 해지기도 했다. 시나리오와 문학의 딜레마는 늘 이렇게 내재해 있다.

본선 진출 29편 가운데 심사위원들이 정성껏 골라낸 작품은 ‘덤불 사이를 헤치고’(오조희), ‘질식’(오은영), ‘사토씨와 오전 미팅’(신지수), ‘반함’(飯含, 오지윤), IA(Influencer Agent, 진청하), ‘첩츄!첩첩츄’(손희송) 등 6편이다.

‘덤불 사이를 헤치고’는 베트남 호찌민을 배경으로 한 탈북민 이야기다. 남북으로 갈려 싸웠던 베트남, 남북으로 갈려 있는 한국, 거기에 동서로 나뉘었다가 통일을 이룩한 독일에서 영화를 공부한 작가가 썼다는 3박자가 교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작품이다. 호찌민의 다양한 곳을 담으려는 미장센이 기대되는 한편 탈북민은 단지 ‘빈곤’으로만 해석하는 단선적인 구조여서, 이 작품 영화화를 계기로 탈북민에 대한 공부를 더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질식’은 공기세를 걷는 디스토피아가 배경이다. 다른 SF영화들에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은 들지만, 여기에 에어타워로 가면 체납이 면제되고 3개월 내 무산소 캡슐로 가 사망한다는 설정에 창의성이 보인다. 미래를 소재로 현재의 죽음이 공존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사토씨와 오전 미팅’은 일본인 비즈니스맨과의 중요 미팅을 앞두고 핸폰을 잃어버린 난감한 상황에 처한 동시통역가가 주인공이다. 결국 AI가 통역을 하게 되고 본인은 하수구에 빠진 핸폰을 시리를 불러 해결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하면서 반면 AI로 핸폰을 찾는다는 이중성을 어느날의 해프닝으로 가볍게 풀어냈다.

‘반함’(飯含)은 제목 풀이부터 시작해야 하는 작품이다. 반함이란 장례시 망자의 입에 넣어주는 쌀, 일종의 저승 노잣돈이다. 40대 여성 장례지도사는 딸을 잃은 상흔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그 딸을 죽음으로 내몰은 교통사고 가해자가 망자가 되어 들어온다. 복수심에 반함을 안하려다 그 어머니의 처절한 슬픔에 마음을 돌려먹고 자신도 딸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난다. 시나리오 구성이 찬찬하게 잘 되어 있고, 보편적인 용서와 화해를 망자 입에 넣어주는 반함으로 이끌어가는 시선에 눈길이 간다.

‘IA’는 AI(Artificial Intelligence)를 뒤집어 IA(Influencer Agent)로 제목을 삼았다. 배우들 연기에 AI 역할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는 할리우드를 비롯해서 세계 영화계의 이슈다. AI 도움을 받아 연기 연습을 하고 오디션에 도전하지만 연기가 로봇 같다는 평을 듣는 무명배우, 결국 자신의 연기 데이터를 IA에 넘긴다. IA는 배우의 연기를 훨씬 자연스럽게 보정을 하고 영상은 히트를 친다. 그럼 이 연기를 한 것은 누구인가? 조금은 감성적 접근이지만 이 시대에 질문을 던지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첩츄!첩첩츄’는 숏폼 중독 인생들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숏폼 세상은 9:16, 일상은 1.85:1 화면 비율로 담아내겠다는 생각이다. 숏폼을 보다 발을 헛디뎌 입원하자 의사가 ‘세로질환’이라는 병명을 붙이는 것도. 일상을 포기하는 의미로 바퀴벌레를 등장시키는 것도 창의적이다. 결국 서로의 인생에서 삭제를 선언하기까지 시나리오를 끌고 가는 힘이 탄탄하고 숏폼을 보듯 지루하지 않다.

이상 6편의 필름게이트 제작지원 확정작들에게 무한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번에 안됐더라도 다시 도전할 더 많은 영화 인생들에게 무한도전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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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오마주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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