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바람
건물과 건물 사이
용도변경을 주장하던 땅 주인의 항변이
허용 종료일을 들고 나온
시정방침에 밀려 빈 땅으로 남겨놓은 곳에
이름 모르는 나무들이 월삯 숲방을 차렸다
비 내린다는
아나운서의 말을 듣고 우산을 챙긴 오후
숲이 온통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하늘로 솟구치듯
아우성 치는 나무곁으로 성큼 다가서 본다
멀리서 볼 때는
심하게 다투는 듯한데
막상 다가서서 보니
신호등처럼 서로의 얼굴을 반짝반짝 비춰주는
고요한 미동에 넘실넘실 춤까지 추고 있었다
나무의 팔다리 꺾지 않는 바람의 손
가려운 정수리와 답답한 가슴의 통증까지
포근히 감싸며 치유하는 예식
사람들은 멀리서만 나무와 바람을 판단할 뿐
진실을 모르고 하는 퉁에 나무들이 침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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