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묵, 다시 "묵"이라고 해라?
미식가들에게 12월은 도루묵의 계절이다.
찜으로 해 먹으면 더 감칠맛이 나는 도루묵은 자칫 도토리묵과 같은 "묵"의 일종으로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도루묵" 은 "묵" 이름이 아니라 도루묵과의 바닷물고기 이름이다.
이 "도루묵"이란 단어의 유래에 대해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그럴듯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선조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피란을 가게 되었는데, 음식이 귀한 피란지 에서 초라한 수라상을 받을수밖에 없었다.
이 딱한 소리를 듣고 한 어부가동네 앞바다에서 잡은 "묵"이라는 물고기를 임금께 바쳤다.
선조 임금은 이 물고기를 아주 맛있게 먹고 그 이름을 물어보았다. "묵"이라고 하자 그 이름이 좋지 않다며
즉석에서 "은어(銀魚)"라는 근사한 이름을 하사했다.
환궁한 선조는 피란지에서 맛보았던 "은어"가 생각나서 다시 먹어보았더니 옛날의 그 감칠맛이 아니었다.
그래서 선조 임금은 "에이, 도로(다시) 묵이라 불러라."고 하였다,
이로부터 "도로묵"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생겨난 것이다.
도로묵의어원은"돌목"이라는함경도방언
그런데 본래 물고기의 이름이 "목"이었다는 주장이 있다. 16세기 문헌에 도루묵'이 "돌목"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 결국 "돌목"이 변해 도루묵이 된 것인데, "돌목"은 함경도 방언인 "돌묵어"의 "돌묵"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돌목" 의 어원을 밝히는 게 쉽진 않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선 이름에 "돌"이 들어가는물고기는많다. 돌가자미, 돌농어, 돌돔, 돌상어,돌잉어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돌목"의 경우도 "목"이라는 물고기와 변별하기 위해 "돌" 을 덧붙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돌" 이 붙은 물고기는 그것이 붙지 않은 물고기에 비해 흔하고, 질이 떨어지고, 모양새도 좋지 않다.
이것은 돌나물, 돌배, 돌복숭아, 돌사과, 돌팥 등의 식물명에서도 확인되는데 "질이 떨어지는"이라는 의미 이외에
"야생으로 자라는" 이라는의미를갖는다.
이렇게 해서 "돌목"은 "목"이라는 물고기 가운데 질이 좀 떨어지는 물고기라고 잠정적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물 안에 도루만 있다면 "말짱도루묵"
또 우리가 많이 쓰는 관용 표현 중에 말짱 "도루묵" 이라는 말을 통해서도 "도루묵" 이 어떤 물고기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이 표현은 그물을 건져 보니 좋은 물고기는 하나도 없이 모두 질이 떨어지는 "도루묵"뿐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말짱의 뒤에는 부정의뜻을 나타내는 말이 온다" 그렇다면 "말짱도루묵"도 부정의 뜻을 담고 있어야 한다.
물고기에게는 품질이 떨어지고, 맛이 없는 것 등이 부정적인면이다. 그래서 "도루묵"은 하질의 물고기임이 드러난다.
"돌목" 의 어원이 분명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부분적으로는 밝혀진 셈이다.
그리고 "도루묵"은 "돌목"에서 온 말이라는 것도 밝혀졌으니, 이제 "도루묵" 을 어떤 임금이 겪은 일과 관련해서 생겨난 이름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