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잠을 자는 물고기 (페어)
수온이 낮아지고 먹이가 적어지는 등 외부 환경이 나빠지면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바위 밑이나 깊고 후미진 곳에서 체력을 소모하지 않고 지내는 것을 동면이라 한다. 즉 겨울잠을 자는 물고기들은 있으나, 여름잠을 자는 물고기가 있다니 참 신기하다. 민물에 살고 있는 폐어가 그 주인공이다. 열대지방의 덥고 건조한 기간에 휴면 상태로 들어가는 폐어는 공기호흡을 하는 대표적인 물고기이다. 부레가 변화여 된 폐를 이용하여 공기호흡을 하는 폐어류는 고생대 말부터 중생대에 걸쳐 번성하였으며,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하였으나 그 후 급격히 쇠퇴하여 현재는 호주 북부에 1종, 남아메리카에 1종, 아프리카에 4종 등 모두 6종만이 살고 있다. 실러캔스와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할 수 있다. 폐어는 몸이 딱딱한 비늘로 덮여 있으며,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가 꼬리지느러미와 연결되어 있으며,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는 채찍 모양을 하고 있다. 눈은 작고 시력이 약하며 후각에 의해 작은 물고기나 새우, 게 등을 잡아먹는다.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어 물이 말라버리면 폐어는 진흙 속으로 들어가 휴면 상태로 들어간다. 진흙 속에서 몸을 U 자형으로 구부리는 자세를 취하는데, 꼬리지느러미로 눈을 덮어 눈의 건조를 막는다. 극도로 더운 한여름에는 몸에서 점액을 분비하여 몸 전체를 덮어버림으로써 건조를 막는다. 이러한 상태로 8개월까지 지낼 수 있다고 한다. 이때는 물이 없어 아가미 대신 공기 중의 산소를 폐로 받아들이는 공기호흡의 기능이 최대한 발휘된다.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이 오면 다시 잠에서 깨어 정상적인 수중 생활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