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우비 내리던 날에 =노준원=◈
세찬 소나기 지나가는 길목에서
그리움이 비에 흠뻑 젖어버렸다.
애타는 그리움에 목이 타는데
장대같이 쏟아지는 빗줄기에
그리움이 온통 초라하게 젖어버려
한지위의 먹물처럼 번져나간다.
자꾸만 외로워지는 내 마음도
한없이 보고 싶은 그리움도
서글프고 애잔한 사랑까지도
모두 빗물에 쓸려 떠내가고 있다.
한차례 세차게 쏟아진 여우비에
온몸이 흠뻑 젖어버렸지만
아무런 부끄럼도 없이
어디든 걸어갈 수 있지만
사랑과 그리움이 빠져나간 지금
인생이 무의미하고 허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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