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 신문에 기고한 단테의 <신곡> 서평=
<한권의 책>
“사랑과 구원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심오한 판타지”
La Divina Comedia Dante ㆍ 단테의 『神曲』
저자 단테는 1265년에 태어나 1321년 임종하였다.
그가 태어난 시기는 중세 스콜라철학의 대표자인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가 임종하기 약 10년 전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중세의 황금기 시대를 산 사람이며, 그의 정신적인 지주는 당연히 스콜라철학의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철학자의 눈으로 보자면 그가 쓴 『신곡』은 당시의 신비주의적 세계관을 일종의 ‘알레고리’를 통해 일상인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졌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의 저서 도처에서 스콜라철학의 핵심적인 사상들, 특히 신비주의적 사상들이 진하게 풍겨 나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神曲』은 저자 단테가 지상에서 림보를 지나 지옥으로,
그리고 다시 지옥을 지나 연옥으로, 마지막으로 연옥을 지나 천국에 도달하여 결국은 자신의 일생일대의 소망이었던 신을 마주보게 되고 자신이 신의 빛 속에 존재하는 것을 보게 되는 시점까지의 여행기이다.
그리고 이러한 여행이 가능했던 것은 지상에서의 그의 유일한 사랑이었던 베아트리체라는 한 天國 여인의 원의에 의해서였다.
물론 이러한 여행기는 ‘실재’가 아니라 베아트리체라는 여인에 대한 단테의 지순한 사랑이 창조해낸 상상의 산물인 ‘소설’이다.
하지만 소설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러한 이야기가 말해주고 있는 ‘저편의 세계’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어쩌면 실제로 존재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데, 아마도 이 ‘소설’의 가장 큰 위대함은 읽는 이로 하여금 이러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는 그 자체에 있을 것이다.
비록 그 스토리가 매우 단순한 이야기 이지만 이 책의 묘미는 림보, 지옥, 연옥, 천국 이라는 각각의 세계에 대한 놀라운 묘사를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옥의 다양한 계층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상들 그리고 천국으로 들어가기 전에 지상에서의 죄악을 정화하는 장소인 연옥의 과정들, 마침내 빛과 사랑과 기쁨이 충만한 천국의 다양한 지평들을 오르는 그 모습들이 그 어떤 판타지영화 보다 흥미진진하고, 또한 엄밀한 철학적 이론의 바탕 위에 상상한 내용들이어서 마치 실제로 지옥과 천국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마지막 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책장을 덮으면서 마치 ‘템플스테이’나 ‘피정’을 하고 난 뒤의 자신처럼 정신과 마음이 정화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이 책의 중반을 넘기지 못하고 도중에서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인데, 그 이유는 지옥편의 내용들이 끝까지 읽기가 매우 부담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지옥을 보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거기에 무슨 즐거움이나 기쁨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연옥을 통과하면서 천국의 문에 이르면 도저히 책장을 덮을 수 없으리만치 몰입하게 될 것이다.
마치 지구의 중력을 벗어난 우주선처럼 너무나 가볍고 평화롭게 그리고 가슴 충만한 어떤 희열을 느끼며 천국의 놀라운 모습들을 상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진지하게 읽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마지막으로 올수록 너무 빨리 이야기가 끝남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단테가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한 그 메시지를 어느 사이 가슴 깊이 통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순수한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하고 놀라운 것이며, 오직 사랑만이 인간을 진정 자유롭게 하고 ‘구원’이라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실제로 세계의 모든 곳에는 바로 이러한 神의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단테는 이러한 자신의 신비주의적인 믿음을 소설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했을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이 믿음의 진위 여부에 상관없이―철학자의 눈에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는 한권의 『예언서』로 보이는 것이다.
세상이 惡하다고 한탄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세상이 조금만 더 善하게 되기를 희망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끝까지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