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사소개: 유은실(64회),
울산의대 명예교수,서울36의원재택의료센터대표원장,허원미디어대표
2) 제목: “나는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마지막을 맞을 것인가"
3) 강의 요약
제가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우리가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마지막을 맞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저는 서울아산병원 울산의대에서 병리의사로 30여 년간 일을 했습니다. 40대 중반이던 2003년에 <우아한 노년>이라는 책을 번역하고 이후 계속 노년과 죽음에 관한 책들을 번역하면서, 이런 계기로 죽음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자는 뜻에서 책도 집필하였습니다. 동시에 책과 현장과의 괴리에 대해서도 깊게 깨닫고 2020년 병원을 은퇴하면서 현장 상황에 접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다가 저희 의과대학 졸업 동기들과 함께 방문 진료만 하는 의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세상을 뜬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죽음은 두렵고 아직은 나의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냥 덮어두고 자꾸 내일로 미루는 그런 과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오늘은 그런 문제에 대해 평소 생각을 좀 해두어야 되겠다 라는 이야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마지막을 맞게 되는가?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면 어떤 병을 진단받게 되면 집에서 통원하면서 치료를 받지만 그 병이 심해지고 돌보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으로 가게 되거나 또 좀 더 위중해지면 다시 응급실로 보내서 큰 상급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하고 다시 또 돌아오는 이런 연명 셔틀에 저희가 갇히게 되기가 쉽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나는 어디에서 마지막을 맞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을 해봐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집에서 돌보기 어렵기 때문에 의료원보다도 돌봄이 더 가능해진 요양병원에서 생활하시는 다시 말해 사회적 입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내가 살고 있던 친숙한 환경인 집에서 마지막을 보낼 수는 없겠는가, 그 문제에 대해 우리가 한번 생각해 보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마지막에 내가 살던 집에서 있고 싶다는 의견이 많지만, 현실은 의료기관에서 임종하는 것이 3분의 2가 넘는다고 하니 실제로 집에서 임종하는 분들은 15%도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본 여성학자 우에노 지즈코 선생은 혼자 살다가 혼자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어쩔 수 없이 혼자됐을 때 그 상황을 받아들이며 집에서 혼자 죽는 것도 가능하게 자기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옳다 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실제 일본의 경우 노인들의 의식 조사를 보면 혼자 사시는 분들의 행복도가 가장 높고, 그 다음이 부부 둘이 사는 경우, 그 다음이 자녀나 손자녀와 사는 다인가족이라고 합니다. 웃으시네요. 이게 저희도 아마 비슷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혼자 있게 되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그렇게 나이 들다가 죽음을 맞게 되더라도 그것을 고독사라고 얘기하지 말고 재택 단독사 또는 재택 독거사 이렇게 얘기를 하자 라고 합니다.
집에서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서는 돌봄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되고 동시에 아픈 몸에 대한 치료 및 의료적인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이 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내 집에서 죽을 권리를 주장하는 우리나라의 국회의원들의 모임에서도 자택 임종, 가정 호스피스 제도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 서울의대 36회 졸업 동기들 3명이 2022년부터 방문진료 전담 병원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종로에서 시작했고 2년 전에 강남구로 이전을 해서 병원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은 의사가 현재 6명, 간호사가 3명, 사회복지사 1명, 행정 업무직원이 있는데, 6명의 의사가 일주일에 하루 진료를 보시기 때문에 결국 한 사람의 의사가 방문 진료를 하고 있는 방식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방문 진료를 처음 들으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2019년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7년째 국가 시범 사업으로 조용히 시행되고 있고, 올해 3월에는 재택의료법이 만들어져, 현재 서울에는 55군데가 재택의료 센터로 지정되었습니다. 거주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재택 의료 센터에 필요한 것을 요청하시면 의료적인 것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집에서 임종을 맞는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저희가 환자분들과 이야기를나누다 보면 집에서 마지막을 맞을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우리의 인식이 바뀌지 않고 실제 돌아가셨을 때의 절차가 두렵기도 하고 복잡하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꺼리고 있습니다. 사실 법률적으로 집에서 돌아가신 분은 법적으로는 변사자로 취급되어 어쩔 수 없이 경찰과 과학수사대가 집으로 와서 고인의 사망 원인을 판단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건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과정을 조금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가정용 호스피스 제도의 어려움, 가족 돌봄의 어려움 등으로 자택 임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현실이 있습니다.그러나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방문 진료를 하는 저희 같은 의사 의료팀이 이런 가정 임종을 맡아야 된다는 생각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하게 들고 있고, 가정에서 임종하기를 원하는 집은 방문 진료 의사의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제가 겪어보니 자택 임종은 병원 임종과 달리 의학적 개입은 최대한 줄이고 주변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따뜻함을 전할 수 있는 그런 임종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병이 시작될 때서부터 마지막 임종 때까지 기간을 나눠보면 초기, 진행기, 말기 그리고 임종기라고 구분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문제는 말기 임종기에 무의미하게 생명이 살아있는 시간만 늘려주는 그런 무의미한 의료 행위에 대해서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이런 의료 행위를 모두 연명의료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연명의료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제정되어 2018년부터 법률이 적용되기 시작했는데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연명의료를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좀 더 보장해 줘야 한다는 쪽으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나이 드신 분들이 꽤 많이 작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연명의료에 인공 영양과 수분 공급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임종기나 말기에 들어가신 분들한테도 정맥 주사 또는 관을 통해서 인공 영양을 공급하는데 이것이 상당히 문제가 있고 중단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의식과 기력이 떨어져서 먹을 수가 없을 정도로 쇠약해졌을 때는 이런 영양 공급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일단 수분이 들어가지 않으면 탈수가 되고 그러면 혈액의 성분이 바뀌고 지방이나 근육이 소모되면서 전체적으로 피가 산성이 됩니다. 그 결과 의식이 몽롱해지는 상태가 되어 심지어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행복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법에는 이런 것이 불법으로 규정되어서 병원에 입원을 한 경우에는 인공 영양을 받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것을 인식하여 인공 영양을 중단하고 평안하게 돌아가시게 하려면 집에 계시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협의와 합의를 통해서 무의미한 인공 영양을 중단하면 훨씬 편안하게 돌아가시게 할 수 있습니다.
또 죽음의 시간을 내가 결정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도 한번 생각해 볼 수가 있겠습니다. 조력사라는 얘기 많이 들으셨을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지만 지금 해외 많은 나라에서 의사 조력 죽음과 적극적 안락사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의사 조력 죽음을 합법화하자는 법안이 올라가 있지만 아직 전체적으로 의견 통합이 되어 있지 않고 사회적인 토론이나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의사 조력 죽음은 의사가 죽음의 방법을 제공하지만 그 방법을 시행하는 것은 당사자가 해야 하는 것이고, 적극적 안락사는 그 방법을 의사가 실행해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큰 차이가 있는데 세계적으로는 점점 합법화하고 있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준비를 해야 되는데 우선은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정리해 보는 것이 나이가 들어도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진짜 지금부터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아야 되는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좀 더 죽음을 편안하게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 특히 가까운 가족들 하고는 무언가 얘기를 시작해서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간접적인 죽음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오늘 강의도 그 중 하나가 되겠고, 제 경우는 책을 이용한 독서 모임에서 죽음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트레바리라는 독서 플랫폼도 있고, 또 죽음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서 독서 모임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데 함께하시면 훨씬 편안하게 궁금한 죽음 문제들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오늘을 잘 사는 이야기입니다. 잘 살자 그러나 이제 병이 생겨서 정말 내 앞의 시간이 눈에 보일 때는 마지막 준비를 해야하겠지요. 오늘 말씀드린 것처럼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할지를 생각했다면, 주치의와 함께 연명의료에 관한 내 생각을 분명하게 결정해서 알려줄 수도 있겠고 주변을 정리하면서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자.” 우리를 열심히 살게 하는 힘은 바로 죽음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걸 인식하면 결국은 ‘나한테 중요한 것을 찾아 우선순위를 매기는’ 데 도움이 됩니다. 굳이 안 해도 되는 일과 만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알게 되고 집착하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되어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결국 나는 이렇게 살다가 무엇을 남길 것인가, 유산을 남기는 것보다는 무언의 가치를 남기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저는 “아스피체 모르템”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이 말은 “죽음을 직시하자”라는 말입니다. 혹시 오늘 다 못한 얘기 조금 더 자세한 얘기가 궁금하시다면 <의학채널 비온뒤>라는 채널에서 “유은실의 아스피체 모르템”을 찾아보시면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제가 그 방송에서 매번 하는 얘기가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자. 죽음을 기억하면서 아르스 모리엔디, 어떻게 죽음을 준비할지 그 방법을 내 방법을 찾아보자” 입니다. 이렇게 하면 죽음을 직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시면 아까 말씀드린 두 개의 독서 클럽에 함께해 주셔도 좋고,여러분들은 건강하시니까 가족이나 주변에 방문 진료가 필요한 분들이 계시면 서울 36 의료원에 연락 주셔도 좋습니다. 저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어서 저희 병원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도와드릴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오늘 제 이야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강추]경운회6월월례회 특강/유은실울산의대명예교수/나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마지막을 맞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