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딸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무능력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돈 못벌어 온다는 건 아는지 모르는지 생일선물 사달라 합니다. 8월 28일이 딸 17년째 생일이 됩니다. 아비로서 돈 없다고 냉정히 거부 할수도 없는 일. 알았다고 했습니다. 일단. 광고지까지 들이밀며 생일선물 사달라는데 거절을 못하겠네요. 보니 비용이 5만원 상당 들거 같아요.
돈 없어 백일잔치도 못하고 백일반지 하나도 못마련 해주었고. 돐잔치도 못하고 돐반지도 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마음 한구석에 큰 멍울로 남아 있지요.
오늘 교회 갔다가 점심먹고 이야기 나눈 후 파하니 오후 2시 일산동에 있는 교회서 집까지 걸었습니다. 차비 아끼려고요. 딸은 선물 사달라고 광고지까지 들고 왔습니다. 5만원 상당의 기초 화장품 세트. 마땅히 돈 생길 곳이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차비라도 아껴서 딸 생일선물 사주어야지요 뭐. 버스카드에 투입하려고 놔 둔 5만원 딸 생일선물 하는데 써야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달간 걸어다녀야 겠습니다.
교회서 집까지 걸어가니 1시간 30분 걸립니다. 대충 거리를 어림잡아 보니 그정도 시간이 걸릴거 같습니다. 차비가 왕복 2천원. 5일이면 1만원 모입니다. 그렇게 4주가 지나면 4만원을 모을수 있습니다. 내일 월요일부터 걸어서 출근했다가 걸어서 퇴근해야 겠습니다. 1시간 30분 정도 운동한다 생각하지요. 어쩔수 없지요. 한창 사춘기 시절이고 그것도 생일인데요. 아빠한데 기대를 걸고 생일선물 이걸로 사달라고 부탁까지 하는데 안사줄수가 있나요? 한 달 차비 아껴서 딸 생일선물 사주려 합니다. 내일 아침 오전 7시 출발하면 8시 30분 쯤 되니 시간은 딱 맞네요. 학교는 9시까지 출근이니까요.
사랑하는 딸 미안하다. 아비가 돈 벌 능력도 없고 가진 돈도 없어 니가 갖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하게 하는구나. 어쩌겠니. 능력없는 아비 만나서 그런 걸... 이해해 주려므나. 그래도 넌 착하고 공부도 어느정도 하니깐 말이다. 넌 공부잘해서 꼭 학교 교사의 꿈을 이루어 잘먹고 잘살기 바란다. 무능력한 아비는 제대로 된 직장도 못구하고 아무 소질도 없어서 돈도 잘 못벌어 들이는구나. 미안하다. 딸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딸아. 제대로 해줄수 없어 눈물나도록 가슴아픈 이 아비를 용서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