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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와 연애편지

작성자카메오|작성시간12.12.20|조회수112 목록 댓글 0

이력서와 연애편지



내가 일본에 유학하고 있던 시절의 얘기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

한 친구가 연애를 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그 친구는 약간 덤벙거리는 성격의 소유자였는데.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인에게 아주 홀딱 반해 버렸다는 것이었다.
그 친구는 연애 편지를 써야겠는데 어떻게 쓰면 좋을지 모르겠다면서

마치 열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끙끙 앓고 있었다.
몇 장씩이나 종이를 버려 가면서 친구는 마침내 편지 한 장을 완성했다.
완성된 편지를 무슨 보물이나 만지듯 하며 조심스럽게 보여 주는데,
그 내용이 감미로운 미사여구의 행진이겠거니 여긴 나의 상상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저는 지금 대학 졸업반입니다. 졸업만 하면 곧 훌륭한 회사에 취직하여 성실한 모범 사원이 되겠습니다.
당신과 결혼해 행복하고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는 것만이 저의 꿈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그런데 그 친구 어떻게나 열에 들떠 덤벙댔던지 연애 편지를 봉투에 넣는다는 것이 그만 이력서와 바꿔 넣고 말았다.
다시 말하면 ''훌륭한 회사''의 사장에겐 연애 편지를 보낸 셈이 되었고.

연인에게는 이력서를 보낸 셈이 된 것이다.
물론 그 친구는 자기가 한 일을 알 턱이 없었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참 이상한 것이어서 의외로 이 잘못 보내어 진 편지들이 그에게 더없는 행운을 불러 왔다.
즉, 이력서를 받아 본 연인과 그녀의 아버지는 이만한 신원이면 신랑감으로 충분하다는 평가를 내렸고,
한편 그 연애 편지의 굳센 모범 사원에의 결심과 정열을 읽은 회사 사장은

이만하면 사원감으로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 후 그들은 결국 결혼하게 되었고, 술까지 끊은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회사에 없어서는 안될 모범 사원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기업가로 성장해
최근에는 그들이 처음 만났던 바닷가에 별장을 지었다는 소식이 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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