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국어에서는 먼저, 한국어의 음성은 존재하고 있었으나, (훈민정음 창제 이전이므로) 문자가 존재하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제해둬야 합니다. 그런 까닭으로 중국의 문자인 한자를 빌려서 그 소리(음)나, 의미(훈)를 활용해서 적는 음차표기(음을 빌려서 표기), 훈차표기(의미를 빌려서 표기)를 했습니다.
·훈차표기 : 실질적인 의미가 있는, 한자의 뜻을 빌려 표기.
·음차표기 : 형식적인 의미인 어미나 조사 등에는 한자의 음을 빌려 표기.
고등국어 내용의 일부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영동군(永同郡)’과 ‘길동군(吉同郡)’은 동일한 지역의 다른 이름입니다. 보시면, ‘永’자는 길‘영’입니다. 따라서 이것을 ‘영동군’이라고 읽었다면 한자어의 음을 따서 읽은 것이고, ‘길동군’이라고 읽었다면, ‘길다’라는 의미를 가져다 읽은 것이니 훈독이 됩니다. ‘吉’로 읽은 것과 혼동되어, 신라의 경덕왕이 영동군(永同郡)으로 통일시켜 지금까지 그렇게 읽혀지고 전해내려와 쓰고 있습니다.
또 국어교과서 하권 24쪽에 있는 「서동요」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善化公主主隱(선화공주주은) : 선화공주님은
음음음음훈음 : 훈차음차
여기에서 隱은 주격 조사로 지금의 은/는 형태입니다. ‘선화공주님은’ 이렇게 되는 것이죠. 음을 빌려서 조사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主’입니다. 네 번째의 主는 ‘음’을 가져다 쓴 것이고, 다섯 번째 主는 ‘훈’을 가져다 쓴 것입니다. 그러니까 다섯 번째의 경우 ‘∼님’에 해당하는 존칭을 표현하고자 그리 사용한 것입니다.
他密只嫁良置古 : 남 몰래 결혼하고
훈훈음훈음훈음 : 훈차음차
古는 접속부사로 ‘∼고’ 입니다. 역시 음을 빌려서 표기했습니다.
薯童房乙 : 맛둥서방을
훈음음음 : 훈차음차
‘薯童房’은 맛둥 즉 ‘마를 캐서 파는 아이’, 훈차 표기입니다. 마지막의 ‘∼을’, 고대국어의 목적격, 대격으로는 ‘∼乙’이 쓰였습니다. 음차 표기입니다.
夜矣卯乙抱遣去如 : 밤에 몰래 안고 가다
훈음음음훈훈훈음 : 훈차음차
夜矣 소유격, 부사격으로 ‘밤에’, 卯은 ‘몰래’. 이렇게 표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