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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과 게시판

토론문의 내용생성과 구상 - 논술

작성자khan|작성시간07.03.13|조회수78 목록 댓글 0
 

3. 토론문의 내용 생성과 구상


가. 논술


중등학생 두발자율화 논쟁이 붙었다. 찬성하는 데도 이유가 있고 반대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당신은 어떤 입장인가? 나는 두발자율화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렇듯, 어떤 정책에 대해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선택하기는 쉽다. 그러나 단순한 선택만으로는 논술이 되지 않는다.  선택했으면 이유를 대야 한다.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 찬반 투표는 될지언정 토론다운 토론, 즉 논술은 되지 않는다. 안 되겠다, 다시 일상 대화의 자리로 내려가 보자. 토론의 일상 대화에서는 내용을 어떻게 생성하고 순서를 잡아 나가느냐를 살펴보자. 두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영수: 우리 학교는 제발 두발 자율화 좀 안 하나?

철수: 우리 주변의 다른 학교를 보니깐 좀 산만해 보이더라.

영수: 산만은 무슨! 자유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눈에는 산만하게 보이는 거야. 늘 통제만 받아와서 진짜 자유로운 모습이 그렇게 보인 거야.

철수: 그래도 감지도 않은 지저분한 긴 머리에 무스로 떡칠을 해 다니는 걸 보고도 자유라고 말할 거야?

영수: 그건 일부 학생의 경우만 그런 거고, 지금이 어떤 시대냐? 다른 학교는 다 규제 풀었는데 우리 학교만 아직도 통제 일변도야.

철수: 그래도 난 그런 학생들 보면 아무리 일부라도 규제를 푸는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

영수: 넌 사고가 너무 보수적이다. 변화를 줄 때는 좀 주고 그렇게 해야 되는 게 아냐?

철수: 두발 자율화한다고 하루아침에 사고가 달라지겠니?

영수: 야, 무슨 소리! 이제껏 어른들이 그런 논리로 학생들의 자율권을 억눌러왔다는 걸 모르니?

 

영수는 두발 자율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에 있고 철수는 반대 입장에 있다. 영수 입장에서 이 논쟁을 정리해 보자. 영수의 입장에서 논쟁을 정리한다는 말은, 철수의 주장에 대한 영수 주장을 정리한다는 말이다. 일방적인 설득이 아니라, 토론이기 때문에 어떤 주장을 정리한다는 것은 상대 주장에 대한 주장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철수의 주장에 대한 영수의 주장으로 순서를 잡아 써 보자.


① 철수는, ‘두발 자율화가, 지저분하고 산만한 인상을 주며, 학생들의 사고 변혁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두발 자율화를 반대한다.

② 그러나 철수의 주장은 두발 자율화한 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합당한 이유 없이 너무나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것은 통제에만 익숙한 보수적 사고 탓이다. 두발 자율화가 사고 변혁을 가져 올 수 없다고 보는 어른들의 사고가 바로 오늘날의 학생 자율권을 억눌러 온 주범이다.

③ 다른 학교는 물론 사회의 다른 분야도 규제를 풀어가는 추세에 있어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두발 자율화는 필수적이다.

④그러므로 두발을 자율화해야 한다.


①은 영수의 입장에서 논쟁을 정리하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온 상대 주장이다. 토론은 어디까지나 상대 주장에 대한 자신의 주장이니까 먼저 토론의 대상이 되는 상대 주장을 서론(전제)으로 내세운 것이다. ②는 상대주장이 가진 문제점을 비판한 것으로 두발 자율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④의 근거이다. ③은 자기주장이 가진 의의를 제시한 것으로 역시 주장④의 근거로 사용된다. 이 ②③을 근거로 삼아 전체의 주장 ④가 온다.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토론을 중심으로 사고 생성의 요령을 찾아보니 이렇듯 깔끔한 문장 개요를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구상된 문장들을 각각 한 문단으로 확장하여 결합한 것이 한 편의 논술문이 된다. 여기서는 ③을 문단으로 확대해 보자.


다른 학교에서도 두발 규제를 대체적으로 푸는 분위기이다. 가까이는 a고등학교가 4월 1일자로 두발 규제를 풀었고 그 옆에 있는 b고등학교도 두발 규제를 전면적으로 해제했다. 뿐만 아니다. 규율이 엄격하기로 소문난 기독교재단 c 중고등학교도 두발을 더 이상 단속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고 공식 선언했다. 학교에서만 규제가 풀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도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기 위해 사회 각 부분의 규제를 없애가는 형편이다. 창의성을 억누르던 규제는 없앨수록 좋다는 분위기이고 또 실제로 규제를 없앰으로써 창의성을 개발하여 생산성을 드높인 예도 있다. 굴지의 대기업 00은 실력 있는 종업원의 기용을 위해 학력 규제를 없앤 대가로 판매에 창의성을 지닌 사원을 얻어 작년 매출액을 전년도 대비 20%선까지 끌어 올렸고 달서구청도 공무원노조에 대한 각종 규제를 과감히 없앰으로써 공무원들이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하게 하여 전년 대비 임무 수행 능력을 150%나 증가시켰다고 한다. 더구나 학교는 이런 창의성을 일찍부터 길러줘야 할 임무를 지닌 기관이다. 두발 규제로부터 시작하여 통제하는 자의 편의에 따라 만들어졌던 다른 규제들도 점차 풀어나가는 것이, 개인의 능동적 창의성을 요구하는 사회에 인적 자원을 공급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주로 예시를 통해서 문단을 확장했다. 이런 예시는 모여서 문단의 소주제문이라는 판단을 이끌어내는 귀납추리적 증거의 구실을 한다. 위 글에서 앞에 사용된 네 문장은, 첫 번째 문장이 결론이고 두 번째에서 네 번째 문장은 예시로서 첫 번째 문장에 대한 증거의 구실을 한다. 그런데 그 범주의 크기를 보면 첫 번째 문장이 가장 크고 나머지는 적다. 적은 부분이 근거이고 큰 부분이 판단(주장)인데 근거보다 주장(판단)의 범주가 크니 귀납추리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논술의 전체적 구상은 주로 연역추리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겠고 문단 내부에서는 연역추리는 물론 귀납추리도 골고루 사용됨을 알겠다.


다음은 이것을 일반화한 토론을 토대로 삼은 토론문의 구상 메모이다.


주제문; (-p에 대하여)p해야 한다.

서론; 상대 주장 및 근거의 요약적 인용 제시(전제, 서론)

본론; 상대 주장대로 했을 때의 문제점/자기주장대로 했을 때의 의의(근거, 본론)

결론; 자기주장 제시(최종 주장, 결론)


이 구상메모도 일종의 연역 추리이다. 선언(選言)삼단논법1)의 변용이다. 앞에서 말한 바 있지만,선언삼단논법은 ‘또는, 혹은, 아니면’등의 선택하는 말[選言]로 두 개의 개념을 이어 대전제로 만들고 이 중 하나를 거부하는 것을 소전제로 들어 결론은 나머지 한 개를 취하는 방법이다. 토론에서 대전제로 쓰이는 선언판단문은 ‘배타적 선언판단문’2)이다. 간단히 설명해 보자면, ‘옳은 주장은 찬성론 아니면 반대론이다.(대전제)/ 찬성론은 옳은 주장 아니다.(소전제)/ 그러므로 옳은 주장은 반대론이다.(주장)’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런 배타적 선언판단문은 소전제에서 선언지를 긍정해도 논리가 이루어진다. 즉, ‘선언지 긍정의 오류’3)가 발생하지 않는다. 즉, ‘옳은 주장은 찬성론 아니면 반대론이다. (대전제)/ 반대론은 옳은 주장이다.(소전제)/ 그러므로 찬성론은 옳은 주장 아니다.’도 추리 규칙에 맞는 추론이다.

토론문의 구상메모는 대전제문을 생략하고(이미 토론이 성립하면 대전제문은 너무나 뻔하게 상정된다. ) 서론과 본론이 소전제문을 대신한다. 본론에는 찬성론의 옳음이 들어가도 되고 반대론의 그릇됨이 들어가도 된다. 찬성론의 옳음이 들어가도 선언지 긍정의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전제 자체가 이미 배타적 선언 판단문이기 때문이다.  결론은 이 전제들을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밝히는 것이 된다. 


1) 선언삼단논법: 대전제가 선택하는 말로 이루어진 문장으로 되어 있고, 소전제는 그 선택지 중의 하나로 되어 있으며, 결론은 소전제에 쓰이지 않은 선택지로 이루어지는 삼단논법이다. 가령, ‘그는 지능 부족이나 능력 부족으로 실패했다. (대전제)/그는 능력 부족으로 실패하지 않았다.(소전제)/그러므로 그는 지능 부족으로 실패했다. (결론)’와 같은 형태이다.


2)  배타적선언판단문: ‘그는 지능 부족이나 능력 부족으로 실패했다. / 그 사람은 죽었거나 살았다.’라는 판단문은 둘다 선언판단문이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는 실패의 원인이 ‘지능부족, 능력부족’ 모두로 인한 것일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죽었으면서 동시에 살아있을’ 수는 없다. 선택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일어나면 다른 하나는 일어나지 않을 때의 문장을 배타적 선언판단문이라고 하고 둘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판단문이면 결합적 선언판단문이라고 한다.


3) 선언지긍정의 오류: 결합적 선언판단일 때, 선언지를 긍정함으로써 범할 수 있는 논리적 잘못. ‘그는 능력 부족이나 지능 부족으로 실패했다.(배타적 선언판단문이 아님) /그는 지능 부족으로 실패했다. (선언지 긍정)/그러므로 그는 능력 부족으로 실패하지 않았다.(결론)’ 앞의 추리는 선언지 긍정의 오류이다. 왜냐하면 실패의 원인은 두 가지에 동시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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