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주의(astheticism)에 대하여
-藝術至上主義, 唯美主義, 審美主義
유미주의의 개념
유미주의(astheticism)라는 용어는 아름다움에 대한 신앙을 의미한다. 즉 아름다움을 인생에 있어 최곡의 것으로 보고, '미를 위한 미' 또는 예술을 위한 예술'을 추구하는 입장을 말한다. 다시 말하여 자연주의 문학이 ‘인생을 위한 예술’이라 한다면, 유미주의 문학은 ‘예술을 위한 예술’을 의미한다. 따라서 유미주의는 전통적이고 인습적인 사조에 대해 거부의 자세를 취하면서 보다 새로운 것에 대한 열렬한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유미주의의 명칭은 일반적으로 1890년대의 문학과 예술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어 왔다. 주로 월터 테이터와 오스카 와일드의 활동을 주축으로 한 예술지상주의적 경향의 문예운동을 이름한다. 이를 좀더 광의의 개념으로 함축하면 낭만주의운동과 함께 나타난 예술을 위한 예술, 상징주의의 발흥과 관련하여 발전된 순수시의 개념, 페이터, 와일드의 활동이 벌어지던 무렵의 댄디즘, 데카당스, 보헤미안적 경향을 총괄하는 개념으로서 생겨난 문예사조이다.
R.V.Johnson이 말하는 유미주의의 개념
예술관 : 교훈주의에 반대한 예술을 위한 예술. 예술이 사회적 삶에 관여하는 한 사회로부터 오는 간섭을 피할 수 없는 만큼 문학예술에서 교훈적 기능을 배제하여 사회에의 관여를 중지하고 오직 즐거움만 추구하는 활동으로 남겨놓으려 했다.
인생관 : 인생의 경험을 심미적 소재로 다루는 데 있어서 오직 예술적 정신으로 다루려하는 경향. 삶을 투쟁으로 보지 않고 단지 흥미있는 구경거리로 삶으려 했다는 관점. 명상적 유미주의
문학예술 : 순수시와 같은 상태의 지향. 감각적 이미지와 묘사를 즐겨 사용하는 것이나 묘사를 즐겨 사용하는 것도 유미주의적 예술의 한 특성
결국 유미주의는 ‘예술을 위한 예술’로 미를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예술지상주의를 말한다. 자세히 말하면 첫째 정신보다는 관능을 존중하고, 둘째, 작품의 내용보다는 형식이나 기교를 중시하고, 셋째, 사실을 배척하고 공상을 통하여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창조하며, 넷째, 일반적인 것보다는 특수한 개성에 치중하여 악에서 미를 구하는 주의라고 할 수 잇다.
유미주의 예술의 발생 배경
유미주의, 또는 그 예술적 양상으로서 예술을 위한 예술이 발생한 배경은 그것이 낭만주의와 상징주의에 붙박이나 되는 것처럼 동반되었다는 점에서 낭만주의와 상징주의가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과 거의 동일하다. 먼로 비어슬리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 주창된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잇다.
첫째,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사회의 제 분야에서 나타난 기업활동의 자유가 예술에도 적용된 것이라는 관점이다. 이것은 당신 예술이나 문화적인 분야에 대한 사회의 적의 속에서 자기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자위권의 발동으로 예술을 위한 예술의 주장을 이해하는 관점이다.
둘째로 예술가의 새로운 인권을 지키기 위해 그것이 필요했다는 관점이다. 즉 예술을 위한 예술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지 않으면 멸망하고 말 천부적 재능의 개인을 위한 자기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검열이 혹독했고 시인, 작가, 예술인들에 대한 억압, 투옥이 빈번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예술을 위한 예술의 관점이 필요했다는 생각이다.
셋째, 예술을 위한 예술의 주장이 전문적인 윤리학의 약호였다는 점이다. 예술은 준수되어야 할 자체의 법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칸트와 실러가 의미하였던 바인 '유희'로서의 예술이라는 개념이 가져온 필연적 결과이다.
유미주의에 대한 비판
고티에가 ‘시는 꽃과 마찬가지로 필수적이지 않다. 그러나 나로서는 장미꽃보다는 차라리 감자가 없는 쪽이 더 낫겠다’ 라고 했을 때 유미주의의 폐해는 일정하게 예고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우저는 “낭만주의자들의 자기만족과 허영심은 점점 심해져서 그들은 시인을 하나의 신으로 보던 종전의 유미주의와는 반대로 신을 하나의 시인으로 보는 데까지 나아간다.” 라고 말한다. 이제 예술작품은 단지 목적 자체로 간주될 뿐 아니라, 미학외적 어떠한 목표의 설정으로써도 그 매력이 손상되게 마련인 하나의 자기 충족적 유희로, 그것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완전히 몰두해야 하고, 자기 영역 바깥에 있는 일체의 것에는 무관심하게 된다. '자기의 인생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러한 풍조의 낭만주의에서 예술을 위한 예술의 목적이 현실도피의 한 수단인 데 있었다면 세기말의 유미주의는 예술과 인생의 가치는 전도시키고, 생활에 있어서 행위자가 아니고 단순히 관찰자의 입장에 있을 때에만 현실에 대한 올바른 파악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예술을 위한 예술이 가져온 가치전도의 결과였다.
유미주의 이론의 전개
프랑스에서 유미주의의 경향은 고티에를 중심으로 하는 고답파의 활동에서 처음으로 나타난다. 르 콩토 드릴 등이 참여한 고답파는 사회의 도덕에 대한 부르주아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예술활동을 하기를 원했다. 이 점에서 유미주의는 부르주아적 가치척도에 대한 반발에서 시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최초에 시도했던 예술의 자율성에 대한 강조와 사회로부터의 격리는 부르주아 세계에 대한 반대에 의미가 있었다고 보이지만 그것은 오히려 부르주아에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였으므로 결과적으로 부르주아에게 아무런 걸림돌 없이 기업의 이윤을 증진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이기도 했다.
고티에가 주도한 최초의 국면이 지나가고 플로베르, 공쿠르 형제, 보들레르 시대에 이르면 이제 예술가들은 자기의 고립된 세계에 완전히 칩거하게 된다. 이 시대의 작가들에게 미적 충동은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추진력의 근원이었고 작가들은 미적 이상을 탐구하는 가운데 도시의 병적이고 추악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으며 그럼에도 추악한 것과 병적인 것 가운데서 미적인 가치를 찾아야 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 시대의 작가들은 사회의 구조나 생활의 핵심적 문제에서가 아니라 주변적인 것에 몰입하는 가운데 그 심미적인 세계에서 고립되어 사는 것을 선택해야 했다. 19세기 중후반의 작가들은 주변적 현실에 집중하여 예술적 정력을 쏟아 부음으로써 '현실성과 지성을 듬뿍 담고 잇지만 유머나 정신의 균형이란 면에서는 빈약한 작품을 산출하였고 그것들이 삶의 풍요성을 건조하게 만들거나 사회적 현상에 대해 왜곡된 견해를 나타내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태의 진전이었고 곧 상징주의가 나타난 배경이 된다.
프랑스의 예술을 위한 예술, 나아가서 유미주의가 극에서 극으로 치닫는 격정적인 것이었다면 영미의, 특히 영국의 상황은 찻잔 속의 태풍에 가까웠다. 낭만주의 시인인 키이츠가 “아름다움은 진리이며 아름답다.” 라고 한 것은 심미적 경향의 한 발현이었다. 그러나 유미주의의 구체적인 전개는 애드가 알랜 포의 활도응로부터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19세기 전반기에 살았던 포는 「에너벨 리」 라든가 「까마귀」 등의 시로 이름을 얻었으며, 교훈문학을 공격하는 가운데 시와 진실이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피력했고 시인은 현세의 아름다움을 초월하는 영원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포의 생각은 스윈번에 의해 영국에 널리 소개되었다. 스윈번은 보들레르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는 '윌리엄 브레이크' 라는 에세이집에서 예술을 위한 예술을 체계적으로 소개했으며 거기서 시인이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도 주장했다. 스윈번과 같은 시기에 월터 페이터의 활동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가 주장한 것은 명상적 유미주의로서, 경험을 심미적 소재로 다루되 이를 예술적 정신으로 다루자는 것이었다.
테이터의 유미주의가 온건한 양상을 지니게 된 원인은 그가 프랑스의 예술을 위한 예술보다도 독일쪽의 낭만주의 미학에서 더 많은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페이터의 유미주의가 지닌 특질은 오스가 와일드의 유미주의에도 일정하게 지속된다. 와일드는 자신의 참모습에 대한 탐구로서 예술행위를 이해했고 그런 입장에서 유미주의를 주장했다. 와일드는 오직 형식만이 중요하다고 보았고 예술적 진실이란 독자에게 미치는 효과의 문제일 뿐이라고 얘기한다. 영국의 유미주의는 이후에도 불룸즈베리 작가군에 의해 지속되었지만 이때는 이미 모더니즘이 지배적인 힘을 지니게 된 연후였다.
“예술가는 아름다움의 창조자이다. 예술을 드러내고 예술가를 감추는 것이 예술의 목적이다.”
“아름다움에서 추한 의미들을 발견하는 사람들은 매혹될 것이 없는 타락이다. 이것은 죄다. 아름다움에서 아름다운 의미를 찾는 사람들은 교양있는 사람이다. 이들에게 희망 있을진저. 그들에게 아름다움이 단지 '美'를 의미할 뿐인 이들은 선택된 사람이다.”
“예술은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 사상과 언어는 예술가의 예술적 도구다. 악덕과 미덕은 예술가의 예술적 소재다.”
“예술이 실제로 비추는 것은 구경꾼이지 인생이 아니다.”
“모든 예술은 쓸모없다.”
- 오스카 와일드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序文에서
유미주의 문학
유미주의는 그 자체로 문학적 방법을 획득한 사조라기 보다는 다른 사조와의 연관 속에서 변화해간 사조라는 이해가 온당할 것이다. 따라서 그 문학적 특징은 경우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띠지 않을 수 없다. 유미주의 문학에서 제일 먼저 거론될 수 있는 시인은 포이다. 그의 「애너벨 리」는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지은 시로 아름다운 어조와 음악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이 시에서 깊은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시구의 반복에 의해 음악성이 고조되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살아오는 느낌을 받는 것으로 족할 것이다.
포의 시가 기발한 착상과 음악성을 고조한데 반하여 프랑스의 예술을 위한 예술의 선구자인 고티에는 형식과 색채를 중시하면서 시작을 한 시인이다. 그의 「바닷가에서」는 스폐인의 바닷가에서 얻은 생각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시이다. 영국의 유미주의 전개에 결정적인 중개자 역할을 한 스윈번은 기교파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소재를 어떤 것을 택하든지간에 음악적인 향기가 넘치게 하는 기교를 사용하여 서정성 넘치는 작품을 남기고 있다.
유미주의는 낭만주의 초기부터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 제라드 드 네르발이다. 그는 일찍부터 낭만주의가 세력을 얻고 있던 독일문학에 관심을 쏟았고, 고티에와 의견이 맞아 유사한 문학적인 경향을 나타내기도 했으며 『불의 아가씨』에 실린 소설 「실비」는 유미주의적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이름은 유미주의와 떼어놓을 수 없으리만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는 특이한 복장과 기이한 행동으로 악명높은 인기를 얻고 있었으며 작가로서의 명성이 최절정에 있을 때 동성애 사건으로 감옥에 간 뒤 몰락의 길을 걸어 마지막에는 파리의 빈민굴에서 객사하는 비운의 삶을 살았다. 그의 대표작은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도리안이라는 미모의 청년이 그 미모로 인해 겪게 되는 경험을 그리고 있다. 즉 악마적 유미주의 사상을 배후에 깔고 도리안이 사랑과 환락의 생활에서 타락하여 마침내 자살하게 되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이 작품은 미와 인간의 운명을 연관지어 파악한다는 점에서 와일드의 주의주장을 실천한 작품으로 꼽을 수 잇다. 하지만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유미주의적인 작품은 시극으로 쓰여진 『살로메』이다. 마태복음이 기록된 헤롯왕의 의붓딸 살로메의 설화를 변형하여 악마적인 유미주의의 주제를 완성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유미주의
우리 문학에서 유미주의 경향의 작품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근대문학의 초창기이다. 이러한 사정은 문예사조의 개념을 얼마나 엄밀히 규정하느냐에 따라 약간의 시차가 생길 수는 있지만 다른 사조에 비해서 수용이 결코 뒤늦지 않았다는 것은 1910년대에 상징주의와 유미주의가 빈번하게 거론되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비평에서도 이 사조의 영향은 쉽게 찾아볼 수 잇는데 전통적인 효용론에 대해서 새로운 서양의 문학의 특징이 그 효용론과 대척되는 상징적 유미적 경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소개되는 영향과 연관이 있다.
유미주의는 그 사조적 개념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범주가 달라진다. 그것이 예술의 자율성에 근본적인 의의가 있는 사조라고 이해하면 계몽주의 문학을 벗어난 20년대 전체의 문학운동이 그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율성 개념은 근대문학 전체에 해당하는 특성임으로 그 개념은 제한할 때 유미주의의 부류에 들어가는 작품은 김동의의 「광염소나타」, 「광화사」, 「유서」 같은 작품이 있을 것이다. 또 김동인과 함께 유미주의 소개와 실현에 가담했던 임장화의 「死의 찬미」, 「악몽」 등의 작품은 악마파와 관련해 주목할 수 있다.
「광염소나타」에서 작가는 예술비평가와 사회교화자라는 대립적 인물설정을 통하여 예술의 자율성과 그 공리적 효용성을 대비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유미주의적 경향을 분명히 나타내고 있다. 그것은 「광염소나타」에서 방화, 살인 등으로 얻어지는 감흥이 예술을 창작하는 데 동기가 된다는 사실, 「광화사」의 경우 소경 소녀를 목졸라 죽이면서까지 미를 추구하는 행위를 묘사한 점에서 김동인은 이념적으로 유미주의자일 뿐만 아니라 창작가로서도 유미주의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참고서적
『문예사조의 이해』 최유찬, 실천문학사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A. 하우저, 창작과 비평사
『新문예사조론 - 유미주의』 차한수, 우리문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