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조에 대하여
형태상 특징
일반적으로 3장 6구 45자 내외의 평시조의 정형에서 벗어나 2구 이상이 길어져서 각 구의 자수가 10자 이상이 된 시조를 말한다. 중장은 제한 없이 길어질 수 있으며, 초장과 중장도 어느 정도 평시조의 율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단 종장의 첫 음보는 3음절로 고정되는 점은 평시조나 마찬가지이다.
문학사적 의의
평민 문학의 일환으로서 산문 정신과 서민 의식을 배경으로 한 사설 시조는, 시조가 지닌 삼장체(三章體)의 형태적 특성을 살리면서, 초장과 종장에는 그리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범위에서, 낡은 허울을 깨뜨리고 새 생명을 지니고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등장한 사설 시조는 지난날의 영탄이나 서경의 경지를 완전히 탈피하여, 폭로적인 묘사와 상징적인 암유로써 그 표현 기교를 바꾸어, 애정, 거래(去來), 수탈, 패륜(悖倫), 육감(肉感) 등 실로 다채로운 주제를 다룸으로써 지난 시대의 충의(忠義)에만 편향되던 주제를 뒤엎고 있다. 그러나 사설 시조가 낡은 형태를 파괴하는 구실은 충실히 수행했으나, 새로운 문학적 가치를 창조하는 데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사설 시조의 작자층
사설 시조는 그 형식이나 주제는 물론이고, 작자층에서도 평시조와 구별된다. 평시조의 작자층이 양반 사대부 중심이었던 데 비해, 사설 시조는 가객을 비롯한 중간층 부류의 작가들이 지은 작품이 많으며, 그 내용이나 어법상 서민층에 속하는 사람들에 의해 지어지고 향유된 것으로 보이는 작품도 여러 편 전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사대부들이 주로 즐긴 평시조의 세계에 비하여 시정(市井)의 현실적 삶을 주로 표현했다.
또 골계미(滑稽美)와 해학미(諧謔美)를 통하여 현실의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으며, 시정(市井) 생활의 건강함과 발랄함이 잘 나타나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양반 사대부들 또한 사설 시조 창작에 나서서, 현전하는 사설 시조 가운데는 작자가 사대부로 명시된 작품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그밖에 시적 화자가 여성으로 설정된 작품이 꽤 많다는 것도 주목되는 점이다. 그러나 사설시조를 지을 정도의 수준을 보일 수 있는 작가층은 적어도 글을 아는 식자층, 즉 주로 중인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