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의 문학이란, 조선조의 문학을 전·후기로 나누어, 조선 건국으로부터 임진왜란까지의 약 200년간의 문학을 말합니다. 그런데 조선시대의 문학을 전·후기로 나누는 것은 임진왜란이라는 전무후무한 전란을 겪고 난 후 양반과 평민 할 것 없이 의식의 큰 차이를 보이고 이것이 문학에 영향을 끼쳐 전기 문학과 비교했을 때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조선 전기의 문학은 엄밀히 말하여 훈민정음 창제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우리말이 있었으나 고유한 문자가 없었으므로, 한자를 빌어서 문자 생활을 하고 문학 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훈민정음의 창제로 말미암아 우리의 문자(國字)로써 문학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글 사용을 시험삼아 제작한 용비어천가는 조선의 창업을 노래한 것으로 악장 형식의 대표작이며, 세종이 친히 지은 월인천강지곡은 석가의 공덕을 찬양한 노래로, 문학적 가치보다는 어학적 가치에 더욱 의의가 있습니다.
훈민정음이 차차 보급되자, 그 전까지 한문으로 전해지던 수많은 문헌을 다투어 한글로 번역하게 되어 많은 불경들이 우리말로 번역되었고, 아울러 번역 문학이 성행하게 되었습니다. 사서(四書)를 비롯한 유학경서와, 능엄경을 비롯한 불경(佛經), 그리고 두보의 시를 비롯한 문학서의 번역 사업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시조와 같은 짧은 노래 형식으로는 복잡한 작가의 정서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하였으므로, 3·4조 또는 4·4조로 연속되는 가사(歌辭)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성종 때 정극인의 상춘곡을 보면 가사 형식이 벌써 갖춰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설 문학을 보면 김시습이 지은 금오신화란 작품이 있습니다. 비록 한문으로 지었고, 명나라 구우가 지은「전등신화」를 모방하였다고는 하지만, 소설 형식을 갖춘 작품으로는 이 작품이 맨 처음입니다. 현재 남아 있는 5편은 배경·인물·사건이 우리 나라를 배경으로 한 향토색 짙은 우수한 창작품입니다. 한글로 된 소설로는 광해군 때 혀균의 홍길동전이 가장 최초의 작품으로 주제가 그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아주 파격적이고 특이한 면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악학궤범(樂學軌範)」,「악장가사(樂章歌詞)」와 같은 가집을 편찬하여 구전되어 오던 작품을 정착시켰으며, 또한 고려 시대에 발생했던 시조 문학은 조선조에 들어와 더욱 활기를 띠어 가사와 더불어 조선 시가 문학의 대표적 장르로 활짝 꽃을 피우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장르별로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시가 문학 ◈
악장(樂章)
조선 초기의 송축가를 말합니다. 악장은 원래 종묘 제향(宗廟祭享) 때나 연락(宴樂) 때에 쓰이던 가사를 이르는 말인데, 신흥 왕조에 대한 아유(阿諛)의 성격을 띠었으며, 과장된 찬양과 송축으로 일관되어 있어 건국초에 유행하다가 광범위한 지지가 없었으므로 곧 사라지고 맙니다. 작자는 주로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데 공이 있어 잘 먹고 잘 살 게 된 개국 공신이나 관변 유학자들이므로 일종의 귀족 문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감군은, 신도가,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유림가 등이 있습니다.
가사(歌辭)
고려 속요와 경기체가에서 발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형식으로는 4음보의 연속체로 행수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정극인의 '상춘곡'에서 시작하여, 정철의 작품에 이르러 절정을 이룹니다.
시조(時調)
고려 말에 완성된 시조는 조선 시대에 들어와 유학자들의 검소, 담백한 정서 표현에 알맞았기 때문에 크게 발전하게 됩니다. 조선 초기에는 회고가(懷古歌), 절의가(節義歌) 의 성격을 지닌 작품들이 많이 창작되었고, 그 뒤로는 도덕가(道德歌), 한정가(開情歌), 강호가(江湖歌) 등의 성격을 지닌 작품들이 많이 지어졌습니다. 또한 단시조(單時調)로 짓던 시조 여러 수를 묶어 한 주제를 나타내는 연시조(連時調)도 짓게 되었습니다. 16세기에 들어와 송순, 황진이 등 뛰어난 작가들이 나타나 문학성이 심화되었고, 정철도 뛰어난 많은 시조를 창작했습니다. 유학자들의 작품이 관념적인 경향으로 흐른 데 비하여, 기녀들의 작품은 고독과 한(恨)에 젖은 정서를 정교하고도 아름답게 표현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시(漢詩)
문학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크게 사장파(詞章派)와 도학파(道學派)로 나뉩니다. 사장파는 서거정, 성렬, 남곤 등이 있고 도학파는 길재, 김종직, 조광조 등이 대표적인 사람들입니다. 선조무렵에는 송시풍(宋詩風)에서 당시풍(唐詩風)으로 일대 전환이 일어납니다.
◈ 서사 문학 ◈
소설
전 시대의 패관 문학과 가전체 소설의 발전으로 소설의 싹이 튼 위에 명나라에서 들어온 소설의 영향을 받음으로써 한문 소설이 발생하게 됩니다. 전대의 설화적인 단순성을 지양하고 소설의 조건인 허구성을 갖추어 소설의 형식과 내용을 한층 발전시켰던 것입니다. 최초의 작품은 김시습의 '금오신화'입니다. 이 시기의 소설은 전기적(傳奇的)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 금오신화 : 김시습이 지은 최초의 한문 소설.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醉遊浮碧亭記),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의 5편으로 구성되어 있음.
수필. 비평 (隨筆. 批評)
고려 시대부터 출발한 비평 문학의 특징은 재도론(載道論), 즉 문학을 인간의 성정(性情)을 교화하는 도구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문학을 계몽적 성격의 도구로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대 수필과 평론은 아직 독자적 문학 장르로서의 인식을 가지고 출발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장르 의식에 따른 격식이 제대로 갖춰진 것은 아닙니다. 조선 전기의 수필은 이전 시대보다 더욱 폭이 넓어져, 설화, 전기, 야담(野談), 시화(詩話), 견문, 기행, 일기, 신변 잡기(身邊雜記) 등 다양한 내용을 제재로 다루게 됩니다.
조선 전기의 수필은 주로 패관 문학집, 시화집, 개인 문집에 수록되어 전해집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서거정의 동문선(東文選), 동인시화(東人詩話), 성현의 용재총화 등이 있습니다.
번역(飜譯) -언해
훈민정음(訓民正音) 창제 이후 불교나 유교의 경전은 물론 운서(韻書), 문학서(文學書) 등이 번역되어 학습의 길잡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학문과 문화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됩니다. 먼저 불경을 번역한 작품으로는 석보 상절(釋譜詳節), 월인 석보(月印釋譜) 등이 있고, 경서(經書)를 번역한 작품으로는 내훈(內訓), 삼강 행실도(三綱行實圖), 번역 소학, 소학언해 (小學諺解), 효경언해 (孝經諺解) 등이 있으며, 문학서(文學書)를 번역 작품으로는 분류두공부시언해(分類柱工部詩諺解), 연주시격언해(聯珠詩格諸解), 황산곡시집언해(黃山谷詩集諺解), 등이 있습니다.
이 시기의 특징은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아요.
♠ 훈민정음의 보급과 인쇄술의 발달로 언해 사업(그 전에 내려오던 한문으로 된 글을 한글로 번역)이 활발하게 일어났습니다.
♠ 악장·시조·가사 등 형식면에서는 운문 문학이 지배적이었으며 내용 면에서는 유교적인 이념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 한문 소설과 많은 설화 문학이 활발하게 창작되었습니다.
♠ 사상적으로는 성리학이 발달하였으며, 문학작품에 있어서는 유교·불교·노장사상 등이 형상화되었습니다.
♠ 문학의 향유 계급은 주로 양반과 귀족 계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