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으는 슈퍼맨
간혹 '하늘을 날으는 슈퍼맨'이라고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자동사 '날다'는 한글 맞춤법 제18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규칙활용 용언이다. '날다'는 '나니/나오/나는' 등과 같이 활용하므로 '날으는 슈퍼맨'이 아니라 '나는 슈퍼맨'이 맞다. 또 '하늘을 나르는 슈퍼맨'이라고 쓰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 역시 잘못이다. '나르다'는 '옮다. 운반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타동사여서 '하늘을 나르는'이라고 하면 '하늘을 옮긴다'는 뜻의 엉뚱한 표현이 된다. '노는 아이들'을 '놀으는 아이들'로 쓰면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남의 사정을 돌보지 않고 제일만 생각하는 사람'을 가르켜 보통 '야멸찬 사람' 또는 '저 사람 참 야멸차다'고 말한다. 그러나 '야멸차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비슷한 뜻을 가진 '매몰차다'는 말이 있긴 하다. 이 경우 바른 용례는 '저 사람 참 야멸치다' '야멸친 사람' '야멸치게 말하네' 등이다. 국어학자들은 사람들이 보통 '야멸차다'고 말하는 것은 '매몰차다' 등 사람의 성격이나 태도를 묘사하는 우리말들이 대부분 '∼차다'고 끝나는데 기인한다고 풀이한다. '기운차다' '대차다' '세차다' '옹골차다' 등 유의낱말에는 한결같이 '∼차다'가 붙어 있어 '야멸치다'도 '야멸차다'로 혼동해 잘못 쓰고 있다는 것이다.
◆ 너무 와 '매우'
'참' '매우'라는 말을 써야 할 자리에 '너무'를 남용하는 예도 많다. '너무'는 '한계나 정도에 지나게'의 뜻을 가진 부사다. 이와 달리 '매우' '참'은 '느낌이 강해 그것을 강조하는'의 뜻을 가진 부사여서 둘을 잘 구별해 써야 한다. 가령 '꽃이 너무 예쁘다' '오늘은 너무 바빴어요'로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꽃이 참(매우) 예쁘다' '오늘은 매우(참) 바빴어요'의 잘못이다. '너무'는 '비가 너무 내린 것 같다' '물은 너무 많이 마시지 마라'처럼 '지나치게'의 뜻을 나타낼 때 쓰면 된다.
◆ '며칠'인가 '몇 일'인가
'며칠'과 '몇 일'은 보통 혼동해서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며칠 후에 다시 오겠소'등 어떤 기간을 나타낼 때는 '며칠'을 쓰고 '오늘이 몇 월 몇 일이냐'처럼 구체적인 날짜를 나타낼 때는 '몇 일'을 쓰는 게 그 대표적인 경우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며칠'을 써야 맞다. 며칠은 '며칟 날'의 준말로 '몇날(기간)'이라는 뜻과 '몇쨋날'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며칠 동안 그를 볼 수 없었다/며칠 후에 보자/현주 생일이 며칠이더라/오늘이 몇 월 며칠이지 등이 그 용례다. '몇 일'로 적으면 '면닐'이라는 비표준 발음을 인정하게 되는 셈인데 실제로는 '며칠'로 발음돼 어원이 분명치 않다. 한글 맞춤법은 어원이 분명치 않을 경우 발음되는 대로 적게 돼 있으므로 '며칠'이라고 적어야 맞다. '아니에요'와 '아니예요' 중 어떤 말을 써야 할까. 이때는 아니에요/아녜요로 써야 바른 표현이다. '표준어 규정' 26항에서는 '-이에요'와 '-이어요'를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요/-이어요'는 받침있는 체언 뒤에 쓰여 '-이에요/-이어요'로 나타난다. '책+이에요/이어요→책이에요/책이어요'가 그 용례다.
한편 받침 없는 체언 뒤에서는 '-이에요/-이어요'의 준말인 '-예요/-여요'형으로만 써야 바른 표현이다. '저+이에요/이어요'로 쓰지 않고 '저예요/저여요'만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형용사 '아니다'는 체언이 아니어서 이 규정이 적용되는지 불분명하다. 그러나 '아니다'는 기원적으로 명사 '아니'에 서술격조사 '이다'가 결합해 형성된 말로 이미 서술격조사 '이다'가 포함돼있는 말이므로 '-이에요', '-이어요'에서 서술격조사 부분 '-이-'가 빠진 '-에요', '-어요'가 결합하게 된다. 즉 '아니+에요/어요→아니에요/아니어요'로 써야 한다.
◆ 서슴다
말버릇 중에 '서슴치 않고' '서슴치 마시고'란 말을 쓰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서슴치는 옳은 표기가 아니다. 왜냐하면 이 낱말의 기본형은 서슴하다가 아니라 서슴다이기 때문이다. 서슴+다 중에서 서슴-이 어간이고 거기에 어미 -지를 붙이면 서슴지가 된다. 그러니 '서슴지 않고' '서슴지 마시고'가 옳은 표현이다.서슴다는 [서슴따]로, 서슴지는 [서슴찌]로 발음하는 것이 바르다.
◆ 아 와 '어' 차이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는 속담이 있다. (사실 이 속담은 대부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로 잘못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이 '아'와 '어'를 구별하지 못해 잘못 쓰는 말들이 많다. '바뻐서 약속시간을 못 지키겠어' '청소당번은 남어라'는 말은 그런 예다. 여기서 '바뻐서'나 '남어라'는 '바빠서' '남아라'로 써야 옳다. 국어에는 '아' '야' '오'가 들어 있는 말 다음에는 '아' 계열의 말이 오기 때문이다. '작아, 얇아, 좁아(작아서, 얇아서, 좁아서)'가 그 예다.
반면 그 외의 모음이 들어 있을 경우에는 '어' 계열의 말이 온다. '적어, 뱉어, 웃어(적어서, 뱉어서, 웃어서)'가 대표적인 경우다. 위의 규칙만 잘 따른다면 대부분의 혼란은 피할 수 있다. 그런데 '잠그다' '담그다'처럼 '으'로 끝나는 말이 가끔 혼란을 일으킨다. '문을 꼭 잠궈라' '김치를 맛있게 담궜다'가 그런 경우인데 이 말은 '잠가라' 담갔다'로 써야 맞다. '으'로 끝나는 말은 그 앞의 모음에 따라 '아' '어'가 결정나기 때문이다. '잠그다'와 '담그다'는 그 앞의 '잠' '담'에 따라 '아'가 연결돼 '잠가' '담가'가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예를 몇 가지 더 들어보면 가냘프다→가냘파(가냘퍼X),아프다→애달파(애달퍼X) 등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예외는 있어 주의해야 한다. '본뜨다' '깔뜨다'는 '으' 앞에 '본'의 '오'와 '깔'의 '아'에 따라 '아'가 연결될 것 같지만 실제는 '어'가 연결된다. '본떠' '깔떠'가 맞고 '본따' '깔따'는 맞지 않다. '할게'와 '할걸'=소리나는 대로 '할게' '할껄'로 적는 사람들이 많은데 주의해야 한다. 내가 도와줄게(줄께X)' '제가 할게요(할께요X)' '집에 도착했을걸(했을껄X)' 등으로 써야 한다.
◆ 예부터와 '예사랑'
"이 연못에는 황금잉어가 산대" "음, 나도 들었어. 옛부터 내려온 전설이라지" 위 예문에서 '옛부터'는 '예부터'의 잘못이다. 그러나 오히려 '예부터'보다는 '옛부터'가 더 많이 쓰인다. 그렇다면 왜 '옛부터'는 잘못 된 것일까. 그건 품사 때문이다.
'예'와 '옛'은 둘 다 과거를 뜻하지만 서로 품사가 달라 뒤에 붙을 수 있는 말도 다르다. 옛은 '지나간 때의'를 뜻하는 관형사이기 때문에 '부터'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가 올 수 없다. '옛부터' '옛처럼' '옛같이'는 모두 잘못된 말인 것이다. 관형사 '옛'은 명사와 어울려 '옛 서울' '옛사랑' '옛길' '옛날 옛적' '옛말' 등으로 쓰여야 맞다. 반면 예는 '오래전'을 뜻하는 명사이기 때문에 '부터'등의 조사가 붙을 수 있다. '예나 다름없는 얼굴' '예(로)부터 내려 오는 이야기' 등이 그 용례다. 이와 관련 '예'는 접미사 '∼스럽다'가 붙어 '예스럽다'는 형용사로도 쓰인다. '옛' 뒤에는 역시 '∼스럽다'가 올 수 없으므로'예스럽다'는 말도 잘못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