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설득적 논술문의 내용 생성과 구상
가. 논술
‘게임 중단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으로 한 편의 글을 쓴다고 생각해 보자. 기껏해야 떠오르는 말은 ‘게임을 중단해야 한다.’는 한 문장뿐이다. 한 편의 글은 적어도 한 문장 이상으로 이루어진 문단이 두 개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주제문 하나만 달랑 끄집어내어 놓고 글을 다 썼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답답하다.
그러나 답답해할 필요가 없다. 글말의 원천은 입말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입말의 일상대화로 내려가 보자. 입말의 일상대화는 글말의 내용 생성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너무나 명료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어머니는 게임을 하는 철수에게 이렇게 타이른다. 일상대화이다.
철수야! 또 게임하제? 그만큼 타일러도 안 되니 내가 참 어떻게 해야 되겠니? 눈 나빠져, 산만해져, 또 공부는 언제하고? 낼 모레가 당장 중간고사 시험인데 게임하는 데 정신 팔려서 저러고 있으니 내가 천불이 안 나게 됐나? 제발 게임 그만 해라. 귀가 따갑도록 말해도 왜 못 알아듣니?
이 일상대화의 핵심 주장은 무엇인가? 게임을 그만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냥 막무가내로 이런 주장을 하지 않는다. 먼저 게임하는 사실을 지적하고 그 게임이 가져오는 폐해를 근거로 제시한 다음, 그 바탕 위에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운다. 처음 글말에서는 ‘게임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밖에 없었는데 입말로 내려와 보니 ‘게임을 한다.’는 내용과 ‘게임을 하면 손해가 많다.’는 내용을 더 생성할 수 있었다. 또 이렇게 생성된 내용은 그대로 구상 방법으로 활용되어 전체 글을 논리적으로 일관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설계도를 그릴 수 있게 해 준다. 위의 일상 대화를 바탕으로 삼아 ‘게임 중단의 필요성’이라는 설득문의 구상 메모를 써 보자.
① 요즘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게임을 한다.
② 게임을 하면 시력도 나빠지고 성적도 떨어진다.
③ 게임을 그만 두어야 한다.
①은 전체 글의 전제이다.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 ②는 주장의 근거이다. 즉 이런 저런 폐해가 따르기 때문에(②) 게임하지 말아야 한다(③)는 것이다. ③은 전체 글의 주제이다. 이런 구상 메모를 바탕으로 글을 쓴다고 해 보라. 전제와 근거와 주장을 다 갖춘 온전한 논술문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 책 전체가 어떤 순서와 과정에 입각해서 논술문 쓰기 방법을 가르치느냐는 점을 미리 알린다는 뜻에서 서론의 소주제문, ①을 한 개의 문단으로 확장해 보도록 하자. 구상 메모에 있는 한 개의 문장은, 집필을 할 때에 한 개의 문단으로 확장된다. 문장을 문단으로 확장하기 위해서 배우는 것이 글의 전개 방식이다. (이것은 제3장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확장의 방법으로 동원하는 사고 작용 혹은 글의 전개 방식은 소주제문을 통일성 있게 나타내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대조의 사고방식을 이용해 다음과 같이 확장해 보았다.
컴퓨터가 보급되지 못했던 시절, 옛 청소년들의 놀이는 단순한 손놀림만으로 조작 가능한 게임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온 몸으로 표현하는 신명진 스포츠였다. 제기차기나 십자놀이, 말 타기 놀이 등 전통 청소년 놀이는, 놀이와 운동이 구별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자신의 몸을 신명지게 놀리면서 즉, ‘노는 운동’을 통해 육체적 성장을 해 갔고 정신의 성숙을 꾀했다. 그러나 컴퓨터가 보급과 비례하여 컴퓨터게임이라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이러한 운동과 놀이의 개념은 분리되고 말았다. 청소년들은 더 이상 운동과 결부된 놀이를 거의 하지 않으며 이들에게 놀이는 곧 컴퓨터게임을 의미한다. 컴퓨터 보급의 속도만큼 ‘빨리’, 그리고 컴퓨터 보급의 양만큼 ‘많이’ 오늘날 청소년들은 컴퓨터게임에 빠져들고 있다.
자 이제 서론이 완성되었다. 다음으로 ②를 확장하면 된다. 서론부분에서 대조적 사고를 진행하다가 보니 놀이와 운동이 분리됨으로써 육체적 성장을 꾀하지 못한다는 정보를 하나 더 얻게 된다. ‘눈이 나빠진다’는 단순한 진술을 ‘육체적 성장을 저해한다’는 일반적 진술로 바꾸고 그런 육체적 성장이 없이는 건강한 정신 성장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사태를 이어가 볼 수도 있다. 인과라는 글의 전개 방법을 동원하면 될 것이다. ③에서는 ①②의 내용을 요약하여 앞 쪽에 쓰고 ③을 뒤쪽에 쓰는 방법을 택해 전체적으로 주장이 강조를 얻는 방식으로 써 주면 될 것이다.
어쨌든 이런 순서에 의해 한 편의 논술문이 써지니 그 결과는 문단 구분이 뚜렷하면서 논리적인 구성을 갖춘 우수한 논술문이 될 것임은 틀림없다. 쓸 거리가 없는 당연한 진술임에도 일상 대화로 내려가서 생각하니 내용을 알차게 생성할 수 있었고 또 논리적 구상 방법까지 얻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설득하는 일상 대화에서 얻을 수 있는 내용 생성과 구상 방법은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도식화할 수 있다.
주제문; p해야 한다.
서론(전제); -p
본론(근거); 1)-p→-q(하지 않을 때의 폐해)
2)+p→+r(했을 때의 의의)
결론(주장): p해야 한다.
이것은 일종의 연역 추리1)이다. ‘컴퓨터 게임을 하면 육체적 정신적 폐해를 입는다’는 대전제문에‘육체적 정신적 폐해를 입지 않으려면’이라는 소전제문을 대입하고 그 결론으로 ‘컴퓨터게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뽑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조건삼단논법2)이다. 다만, 대전제문의 앞쪽을 서론의 내용으로 분리하고 뒷부분은 본론의 내용으로 삼았다. 그리고 소전제는 뻔한 것이기에 생략했을 뿐이다. 결론은 삼단논법의 결론 그대로이다. 모양새가 바뀌었을 뿐 삼단논법이라는 연역추리 논리 틀이 바뀐 것은 아니다.
어떤가? 일상 대화는 그만큼 현실적이고 현실적인 만큼 논리적인 것이다. 이런 현실을 글쓰기의 방법론으로 활용하면 논리적으로 탄탄한 구성을 가지는 좋은 논술문을 쓸 수가 있다.
1) 연역 추리: 범주가 큰 전제에서 범주가 작은 결론이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추리. 대전제, 소전제, 결론으로 논리 구성을 가지는데 대전제 소전제를 합친 전제문이 이미 결론을 포함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가령, /사람은 모두 죽는다. 영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영수는 죽는다/는 추리에서 대전제 소전제문을 합치면 ‘영수는 사람인데 사람은 모두 죽는다.’가 된다. 여기서 겹치는 부분(매개념)을 중심으로 이으면 ‘영수⊂사람⊂죽는다’가 되는데 이는 이미 결론‘영수⊂죽는다’를 필연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정언삼단논법, 조건삼단논법, 선언삼단논법이 그것이다.
2) 조건삼단논법: ‘비가 오면 땅이 젖는다’와 같이 대전제문이 조건문이고 ‘비가 왔다’와 같이 조건문을 구성하는 요소(앞에 것은 전건, 뒤에 것은 후건)중의 하나가 소전제가 되어, 결론을 ‘그러므로 땅이 젖었을 것이다.’ 와 같이 내는 추리방법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