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구술
자, 이를 바탕으로 이제 구술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시험관이 봉사활동이 왜 필요한지 설명해 보라고 말한다.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설득하라는 말이다. 어떻게 사고를 형성하여 대답할 것인가? 간단하다. 설득의 일상 대화의 사고 과정에 따라 봉사 활동의 필요성을 역설(力說)하는 사고를 생성해 보자.
현대인들은 봉사 활동을 잘 하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삶을 꾸리기도 바쁜데 남을 위한 봉사 활동은 개인의 시간을 빼앗아 가 버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실상 봉사 활동에 참여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봉사 활동을 통해 오히려 정신의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 역시 고등학교 이 학년 때 수재민 돕기 봉사 활동에 나섰는데 그곳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됨으로써 사람됨의 보람도 느꼈고 처음으로 내가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의 큰 보람이 더불어 사는 데 있는 것이라는 깨달음은 학교생활을 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성적에만 얽매어 친구를 경쟁상대로만 여겨 오던 생각을 바로 잡고 내가 어려울 때는 친구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야기를 하고, 친구가 어려울 때는 스스럼없이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이지요. 봉사 활동은 정신적인 여유가 없는 각박한 현대인들에게 정신적인 여유를 줄 수 있는 대안이라고 봅니다.
이런 점에서 봉사 활동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봉사 활동이 왜 필요한지를 계속 생각하고 있다면 이런 식의 구술이 나올 수가 없다. 봉사 활동을 잘 하지 않으니 봉사 활동의 필요성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봉사 활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려니 봉사 활동이 가진 의의를 자신의 경험을 축으로 말한 것일 뿐이다. 즉 일상 대화의 사고 과정에 따라 사고를 생성하다가 보니 이렇듯 쉬운 구술 답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사고 생성 요령은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도 필수적이다. 자기소개서는 일종의 설득문이다. 자기소개서는 그야말로 자기를 타인에게 소개하는 글로서 타인에게 자신을 설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소개서는 무엇보다 솔직성을 근간으로 집필되어야 한다. 솔직성은 자기소개의 가장 확실한 근거가 된다. 그러나 그 솔직성은 더 좋은 장점을 말하기 위한 대조적 배경으로 까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즉, 설득의 일상대화에서처럼 주장을 위한 전제로 삼으라는 말이다.
저는 사실 중학교 때까지 지리에 대해 정말 자신이 없었습니다. 사회 과목 중 지리 부분을 제일 못했습니다. 외울 것이 많았고 특정 지방에 특정 특산물을 외우는 일이 그렇게 지겨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와 일학년 때 저에게 지리의 재미를 가르쳐 준 소중한 선생님을 만나게 됩니다. 선생님께서는 암기를 하는 것이 지리가 아니라며, 지리적 특성에 따라 왜 이런 특산물이 생겨나는지를 논리적으로 가르쳐 주셨고 그런 특정한 지리가 사람의 성격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재미있고 심오하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선생님이 무작정 좋아서 특기적성 활동도 그 선생님이 소속된 반에 들어가게 되었고 거기서 어설프게나마 [택리지]라는 고전을 읽게 되었고 그것이 대학의 지리학과를 선택하게 하는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제게 입학의 기회가 허락된다면 저는 지리와 인간의 심성의 관계를 좀더 깊이 있게 연구해 보고 싶습니다. 특히 동양 지리학의 특성을 살려 서양지리학이 미처 알지 못했던 분야가 있다면 그 방면의 연구를 쌓아 우리나라 전통 지리학을 계승하여 학문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지리학과를 지원한 학생을 예로 자기소개서를 쓴 것이다. 즉, 지리학과에 자신이 들어가야 할 필요성을 대학 당국에 설득한 것이다. 첫째 문단은 전제이다. 즉 둘째 문단을 강조하기 위한 대조적 전제로서 설득의 일상 대화가 일반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모습이다. 그것 때문에 둘째문단은 강조를 얻었고 강조를 얻은 둘째 문단은 궁극적으로 셋째 문단의 주장을 더욱 강력하게 하는 논리적인 근거로 쓰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