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의 눈물~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결국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가게 됩니다 평생 살 맞대고 사는 아내를 모른다면 나중에 부부가 한곳을 바라보며 함께 가는 아름다운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요즘 대화조차 없이 방을 따로 쓰며 서로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군요. 자식을 출가시킨 다음의 여유로움과 나름의 인생도 소중하겠지만 함께 사는 부부가 서로를 외면한다면 그 삶은 메마르고 슬픕니다. 각방을 쓰는 데는 부부마다 이유가 있겠지만, 설령 서로 떨어져 있어도 대화마저 끊어져서는 안 됩니다. 내가 한 사람의 아내를 제대로 아는 것은 세상에 많은 여자를 아는 것과 같습니다. 늦은 밤 집으로 들어가니 아내가 울고 있었습니다. 얼른 손바닥으로 눈물을 훔치고 아닌 척 하지만 울던 흔적이 완연합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걱정부터 됩니다. 왜 그러냐며 다가앉아 물으니 나를 쳐다보는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다 또 흐릅니다. 휴지를 가져다주며 다시 물었습니다. 아내는 “그냥” 이라고 하며 눈물과 옅은 미소가 뒤섞인 얼굴로 오늘은 혼자 있고 싶다며 나를 밀어냅니다 무슨 일이 있어 그런 게 아니라 늦은 밤 혼자 가만히 있으니 그냥 눈물이 나와 울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거라면 묻는 내가 바보입니다. 그럴 때는 혼자 울게 가만히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아내 말대로 그냥 울도록 말입니다. 아내의 눈물에 마른 바람이 불고 있는 내 가슴과 같을 테니까요. 그냥 흐르는 눈물에 이유를 찾는 것은 흐르는 물에 얼굴을 비치는 것과 같습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아내가 우는 모습을 보면 견디기 힘듭니다. 어떤 이유로 울던 먼저 내 마음이 깊은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눈물에는 만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자기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눈물이겠지요. 아마 그것은 권석창 시인의 “눈물반응”이란 시 구절과 같은 마음일 겁니다. 당신은 까닭 모르게 슬퍼져서 유리창에 가만히 머리를 대고 울어 본 적이 있나요. 울면서 몰래 옥상에 올라가 바람에 눈물을 말려 본 적이 있나요 아내 마음도 이랬을까요. 까닭 없이 슬퍼서 울었을까요. 그냥 흘리는 눈물이란 비탄과 오열이 아니라 맑고 투명하게 눈가에 고이는 눈물입니다. 아내의 눈물은 인생의 외로움을 달래는 또 하나의 외로움이고 살아온 삶과 살아갈 삶에 대한 사랑입니다. 지난 시절 나는 아내 속을 무던히도 썩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애먹이던 그때를 어떻게 견뎠을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아내를 힘들게 했지요. 그러나 인내심 강한 아내는 남자를 부끄럽게 하는 여자입니다. 세상 서러움 가운데 큰 서러움은 나는 그를 생각하는데 그는 나를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내는 나에 대한 걱정을 밤낮으로 했지만, 나는 여태 단 한 번도 아내에 대해 마음을 다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 시간 아내는 얼마나 서운하고 마음 아팠을까요. 나 같으면 그냥 눈물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통곡을 하고도 남았을 겁니다. 오늘 아내의 눈물은 다른 날 흘리는 것과 전혀 다릅니다. 아마 아내의 울음 끝에는 슬픔의 담이 무너지고 길이 보일 겁니다 오늘처럼, 아내가 까닭 없이 우는 날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혼자 실컷 울도록 내버려 두고 가만히 지켜만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는 아내가 제 발로 내 마음 안으로 들어왔을 때 편히 쉴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두는 일입니다. -옮겨온 글- |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