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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및 수필]연애와 성애 (性愛) ....................... 마광수

작성자광마|작성시간11.02.15|조회수1,455 목록 댓글 0

< 연애와 성애(性愛) > / 마광수

 

 

 


나는 <성애론(性愛論)> 이라는 책을 낸 바 있는데, 이런 제목으로 나온 책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는 주로 '사랑'이나 '연애'라는 말만 쓰였고  '성애'라는 말은 잘 쓰이지 않았다.

 

나는 사랑이나 연애는 '성애' 와는 조금 다른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우선 '사랑' 은 육체적 의미보다 정신적 의미를 담고 있다. 흔히 얘기되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나 부모님의 사랑, 조국에 대한 사랑 등이 요즘 쓰이는 '사랑'의 어의(語義)에 가깝다.


물론 '사랑'엔 원래 '육체적 접촉을 통한 사랑'의 뜻도 내포돼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보다 폭넓고 두루뭉수리하게 쓰여 '정신적 사랑'의 의미로 좁혀졌다는 게 내 생각이다.

 

'연애' 역시 육체적 의미보다는 정신적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연애를 할 때 육체적 접촉을 안 가질 수는 없다. 키스나 애무 등 피부접촉이 없는 연애란 '짝사랑'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사회윤리로는 연애할 때의 성행위를 표면적으로는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전개상황이야 어떻든 '정신적 사랑'의 의미에 보다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에 교환되는 '정신적 사랑' 이란 대개 성적(性的) 호기심과 선망감(羨望感)에 바탕을 둔다. 남자의 경우라면 사정(射精) 상태가 아닌 발기(勃起) 상태가 바로 연애감정에 해당되고, 그래서 연애감정은 안쓰럽게 짜증나는 '성적(性的) 대기상태'의 연속이기 쉽다. 하지만 그런 달착지근한 기다림과 신경질나는 자제(自制)가 있어 연애행위가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성애'는 정신적 사랑의 의미가 배제된 육체적 사랑을 뜻한다. 이럴 경우 동성애냐 이성애냐 하는 문제는 별 상관이 없고, 성교(性交)냐 성희(性戱)냐 하는 문제도 별 상관이 없다. 단지 관능적 쾌감만 확보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물론 성애의 경우에도 '이성(異性)의 외모에 대한 경탄'이나 '이성의 지성에 대한 경탄'같은 게 성충동의 유발동기로 끼여들 수는 있다. 또 결혼이후의 성애가 훨씬 더 안정감있는 오르가슴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하지만 성애는 원칙적으로 동물적 감각과 물리적 자극만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가장 순수한 성애는 어린아이의 성애이다. 어린아이는 오로지 핥고 빨고 만지고 비비는 행동에 의해 사랑을 표시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성애의 충족'을 갈망한다. 그러다가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정신적 사랑의 고귀함에 대해 부단히 교육받고 세뇌된다. 그러면서 성애에 대한 갈망을 연애에 대한 갈망으로 대체시켜간다. 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성애에 대한 갈망으로 되돌아오게 되는데, 그 결과 이루어지는 것이 '결혼' 이다. 그러나 결혼은 일시적 만족만을 줄 뿐, 곧바로 '권태'의 구렁텅이에 빠져들게 된다.


결혼으로 인한 권태는 대리적 보상물로 '돈'이나 '명예'같은 것을 갈구하게 만들고, 그러다보면 대개 인간은 추하고 탐욕스럽게 늙어간다.
그러므로 인간의 사랑은 원초적 비극성을 지니고 있다.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을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시 말해서 인간들이 도덕적.종교적 멍에에서 벗어나 본능에 더욱더 솔직해질수록, 사람들은 정신적 사랑의 허울에서 벗어나 '어린아이의 성 본능' 즉 성애적 사랑으로 되돌아갈 확률이 높다.

 

그렇게 되면 연애나 결혼, 또는 정신적 사랑은 성애의 괴상한 형태로 사람들에게 인식될 것이다. 특히 낭만적 연애심리는 일종의 정서장애나 변태 심리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다. 결혼 역시 계약동거 같은 새로운 형태로 변질되는 과정을 통해 구시대의 유물이 될 것이다.

 

미래를 대비하는 일은 사랑의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연애와 성애를 확실히 구분짓는 일 역시 미래를 대비하는 일중의 하나다. 인간의 행복은 오로지 성애적 사랑으로부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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