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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 족 (goth 族)에 대하여 / 마광수

작성자광마|작성시간14.03.20|조회수920 목록 댓글 1

고스 족(GOTH 族)에 대하여 ............................................ 마광수

한국에서도 고스족(goth 族)들이 많아지고 있다. 고스족이란 무엇인가? 여전히 인기를 모 으고 있는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 <렛 미 인>의 주인공이 바로 전형적인 고스족이다. 그들 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 드레스에 길게 늘어뜨린 검은 머리카락, 창백한 피부. 검정색 아이섀도와 검정색 립스틱 등으로 인해 음산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공포스럽고 괴기스 럽다. 최근 미디어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현대 사회에 나타난 또 다른 모습의 아웃사이더 인 고스족이 늘고 있다. 고스족은 단절된 산업사회의 세속적 풍경을 거부하는 반항의 문화 로 해석된다. 신화를 믿지 않는 이 시대에 악마의 아들딸과 같은 고스족은 생소함과 함께 일탈의 해방감을 주는 게 사실이다. 고스족은 1970년대 말 영국에서 나타난 새로운 집단이다. 반전과 자유를 외치며 기성 세대 에 저항하던 젊은이들의 히피나 펑크 문화처럼 반항의 문화였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적 메 시지를 외치며 사회에 적극 참여하기보다 도피적 성향을 띤다. 죽음과 어둠, 악마와 공포라 는 단어로 대표되는 고딕(Gothic) 문화로의 도피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고립적인 고딕 문화에 매료된 이들은 검은 옷과 실버 액세서리를 고집 하고 죽음과 어둠, 해골, 핏빛 이미지를 그리며 그들만의 세상을 꿈꿨다. 화려한 르네상스 문화에 가려 무시되고 폄하됐던 고딕문화. 단절되고 억눌린 현대사회의 욕망이 고독하고 폐쇄적인 어둠의 마력으로 다시 탄생한 것이다. 머나먼 지구 반대편 영국에서 부활한 고스족이 우리나라에서도 주목받는 것은 역시 뱀파이 어 소설과 영화의 유행 덕분이다. 그러나 고스족들은 패션과 이미지만이 고스족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별빛 달무리 축제'라는 이름의 고스족들의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보니 '어둠의 자식'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어느 회원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가 고스족의 이미지를 영화에서 차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은 겉모습일 뿐이다.” 그러므로 <고스(Goth)>는 일종의 문화적 경향으로서, 패션뿐만 아니라 문학, 음악, 미술 등 고스족들이 공유하는 생활방식과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아는 어느 고스족 연세대 여학생은 그녀가 고스 문화를 접한 것이 중학생이던 7년 전 음악을 통해서였다고 한다. 그녀는 기괴한 음악이 주는 몽환적인 분위기에 끌렸고, 그것이 고스 음악이라는 것을 알면서 고스 문화에 빠졌다. 이후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검은 옷 을 고집하고 있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고딕 문화에 대한 정보를 찾고, 메신저에서는 전 세 계의 고스족들과 교류한다. 고스 음악과 문학으로 점철된 생활은 그녀에게 행복한 일이다. 그렇다고 고스족이 평범한 일상과 단절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다들 어엿한 직업을 갖 고 있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고스족들은 대학생, 디자이너, 문학가, 음악인들 이 많다. 고스 문화에 심취한다고 하는 짓이나 생활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고스풍(風)의 액세서리 디자이너인 어느 젊은 여성은 “우리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밝고 쾌활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내 남친은 지극히 평범한 ‘아저씨’” 라며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고스족들에 대한 주위의 시선은 차갑다. 특히 ‘드라큘라 같다’며 힐끔 거리고 낄낄대는 사람들도 있다. 아까 말한 연대 여학생은 언젠가 들른 청담동 골목에서 자기 앞에 있던 사람들이 자기의 복장과 화장 등을 보고 모두 피해가는 ‘왕따 현상’도 경 험했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해 아주 배타적이에요. 검정색의 옷, 액세서리, 화장 등을 하고 나서면 웅성거리기도 하고, 혼을 내주는 사람들도 있죠. 그렇지만 고스도 하나의 취향이고 생활방식일 뿐이에요. 좋아하는 패션이 복고풍이거나 히피풍일 수도 있 고, 즐겨 듣는 음악이 힙합, 발라드, 댄스일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녀가 한 말이다. 평균에서 살짝 벗어난 모습, 남과 다른 독특함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사람들. 이들은 소외된 현대 사회에서 ‘나’를 만들어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고스족은 심리적 으로는 굉장히 먼 느낌을 주지만 의외로 대중문화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들의 독특 한 분위기와 이미지를 차용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문학이다. 브람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나 메리 셀리 의 소설 <프랑켄슈타인> 등 중세를 배경으로 한 드라큘라나 뱀파이어 문학은 누구나 한번 쯤은 읽어본 소설일 것이다.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원작자인 소설가 앤 라이스는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며 대중적인 인기도 모으고 있는 대표적 고딕 소설가다. <저주받은 자들의 여왕>, <육체의 도둑> 같은 뱀파이어 시리즈는 물론 <워칭아워>, <래셔> 등 마녀 가 등장하는 소설을 우리는 서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음악은 고스족의 입문서 같은 역할을 한다. 1970년대 말 ‘조이 디비젼’, ‘바우하우스’ 등 포 스트펑크 그룹들이 암울하고 괴기스러운 고딕록을 만들어낸 이후 고스 음악은 펑크, 메탈, 인더스트리얼 등 다양한 장르에서 변주되고 있다. ‘나인인치네일스’, ‘큐어’, ‘나이트위시’ 등의 음악이 그것이다. ‘마릴린 맨슨’이 과연 고스 음악이냐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중 이지만, 많은 이들이 그의 음악을 듣고 고스족이 되길 원한다. 영화에서도 고스족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소룡의 아들인 브랜든 리가 주연한 영화 <크로우(The Crow)>는 대표적인 고스 영화이다. 브랜든 리가 촬영 도중 사망하며 크로우 는 더욱 어두운 인상으로 남게 되었다. 뱀파이어나 늑대인간이 등장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점에서 <언더월드>나 <반헬싱>도 고스 영화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한번 쯤 방안의 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고스 음악이나 영화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 우리가 피하기만 했던 전율, 공포, 반항의 새로운 발견을 통해 고스족의 매력에 빠져들지 도 모른다. 내가 고스족에서 모티프를 빌려 쓴 시가 있어 여기에 소개한다. < 나는 고스(Goth) 족(族)이 좋아 > 나는 고스 족이 좋아 나는 고스 족 여자가 좋아 30 센티 통굽 하이힐에 30 센티 검정색 손톱 검붉은 입술에 검정색 망토 드라큐라의 애인 같은 그로테스크한 아름다움 그 긴 손톱에 찔리고 싶어 그녀에게 피를 빨리고 싶어 (시집 <야하디 얄라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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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시인 | 작성시간 14.03.20 고스족...권태스런 일탈을 고스족이 일깨워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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