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 주막 (酒幕) > / 마광수
늦가을 강가에 있는 작은 주막
창가엔 밤 이슥히 내리고
떡갈나무 술상 위엔
아스라이 적막이 흐르고 있네
빈 소주 병에 담배 연기 불어넣으니
술병 안은 온통 희뿌연 안개
천천히 날아가는 담배 연기 바라보면서
우리도 서서히 나른한 입맞춤
강물은 소리없이 흘러내리고
나뭇잎들은 소리없이 떨어져 흩날리고
얼근히 취해오는 우리의 육체
안타까이 서로를 더듬는 우리의 본능
왠지 서글퍼지는 철늦은 사랑
애처롭게 스쳐가는 과거의 기억들
슬픔은 어둠처럼 차곡차곡 쌓여
우리는 서로가 뜻모를 눈물 흘리다
(시집 <천국보다 지옥>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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