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시] < 노출은 즐거워 > ................................. 마광수
남자와 여자가 바닷가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어촌의 시장 한가운데
를 걸어가고 있다. 시장 골목엔 생선회를 파는 노점상들이 늘어서 있다.
남자와 여자가 한 노점상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좌판 위에서는 낙지가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다. 여자는 낙지가 꿈틀거리는 모양을 한참 동안
지켜보다가, 진홍색ㆍ상아색ㆍ갈색 매니큐어가 세로 줄무늬로 칠해진
오른손 검지손가락의 긴 손톱 끝으로 꿈틀거리는 낙지를 찔러본다.
노점상의 주인이 히죽 웃으며 낙지를 잘게 토막낸다. 토막토막 잘려진
뒤에도 낙지는 계속 살아서 꼬물거리고 있다.
여자는 낙지의 잘려진 토막을 손톱 끝으로 찍어본다. 여자는 몇 번 실패
하다가 결국 낙지 토막 하나를 손톱 끝으로 정확하게 찍어내는 데 성공
한다. 여자는 낙지 토막을 초고추장에 담갔다가 입으로 가져간다.
남자가 주인에게 소주를 시킨다. 남자는 소주를 한 잔 마시고나서 꿈틀
대는 낙지에 젓가락을 가져가려다가 문득 멈춘다.
여자가 손톱 끝에 낙지를 찍어 남자의 입에 넣어주자 남자가 마지못해
받아먹는다. 그러고 나서 남자는 삶은 홍합을 안주를 시킨다.
어느새 사람들이 몰려와 여자의 긴 손톱과 발톱, 그리고 가랑이 사이로
늘어져 내려와 종아리 부근에서 찰랑거리는 배꼽걸이 등을 꼼꼼하게 바
라보고 있다. 여자가 쓰고 있는 아주 작은 정사각형의 선글라스는 포도
색이고, 여자는 너비가 150센티미터쯤 돼 보이는 드넓은 챙이 달린 밀짚
모자를 쓰고 있다.
길고 짧은 수백 개의 머리다발들이, 밀짚모자의 챙을 뚫고 위아래로 어
지럽게 오간다. 머리다발들은 아래로 흘러내리기도 하고, 목에 감겨 꿈
틀꿈틀 돌아가기도 하고, 또 여자가 쓴 모자 위로 꾸불꾸불 휘감겨 올라
가 또아리를 틀고 있기도 한다. 여자의 머리다발들은 청자색, 은색, 앵
두색, 지푸라기색, 연두색 다섯 가지 색깔로 물들여져 있다.
특히 금실로 짠 성근 어망(漁網)을 몸에 착 달라붙게 두르고 있는 것처
럼 보이는 여자의 옷이 사람들에겐 큰 구경거리다. 꼬리만 없다 뿐이지
흡사 어망에 걸려 있는 인어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는 여자의 그물옷 사이로, 새파랗게 칠해진 두 젖
꼭지와 연보라색으로 염색돼 꼬불꼬불하게 퍼머된 숱많은 음모, 그리고
그 아래 시계추처럼 늘어진 음순걸이가 유난히 두드러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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