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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힘 ------ 마광수 에세이

작성자광마|작성시간15.11.28|조회수282 목록 댓글 0

아름다움의 힘 ................................ 마광수




사랑에 있어 정신적인 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그것은 곧바로 성적(性的) 기아증(飢餓症)으로 연결되어 변태적 욕구로 발산되게 마련이다. 말하자면 새디스틱한 파괴욕이나 공분(公憤)을 위장한 개인적 적개심의 형태를 띠기 쉽다. 또한 사랑에 있어 아름다움의 요소를 분리시켜 버린다면 우리는 동물적 성욕이나 원시적 생식욕(生殖慾)의 단계에 머물 수밖에 없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다른 동물과는 달리 일년 내내 성행위 (물론 성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형태의 페팅을 위주로 하는) 의 즐거움을 허락해 준 것은, 인간이 사랑의 행위에 아름다운 심미감을 곁들일 수 있는 능력, 즉 <관능적 상상력>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역(逆)으로 성적인 아름다움이 배제된 순수한 아름다움 그 자체만을 강조한다고 할 때, 그것은 현실도피적인 극단적 탐미주의로 흘러 우리의 삶과 유리되기 쉽다.

아름다움은 우리들을 사랑의 황홀경에 빠져들게 하고 사랑의 황홀경은 우리들의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1980년대 초에 중고등학생들에게 자유 복장을 허용하고 또 남녀공학이 늘어나게 되면서부터, 남학생들의 거칠고 전투적인 매너가 차츰 사라져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당연한 결과이다. 예전처럼 머리를 빡빡 깎게 하고 시커먼 유니폼을 입혀 한창 사랑에 갈증을 느끼는 시기인 사춘기의 소년소녀들에게서 미의식을 박탈해 버릴 때, 그것에 대한 반동작용으로 적개심과 신경질이 늘어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고교생의 교복을 이제 다시 없애야만 한다.

만약 군인들에게 자유복장을 허용하고 머리를 마음대로 기르게 하고 몸치장을 하게 한다고 가정해 보라. 그들에게서 전투적 심리가 사라지고 결국은 전의(戰意)를 상실하고 말 것이 뻔하다. 두 나라가 서로 싸울 때, 한쪽 나라의 군인들만 멋을 낸다면 그 나라는 패전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두 나라 군인들이 다같이 멋에 관심을 쓴다고 가정하면 결국 전쟁 자체가 없어지고 인류는 평화로운 질서와 사랑의 기쁨을 드디어 향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아름다움을 단지 유미주의자의 헛된 현실도피 욕구의 상징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아름다움'이야말로 인류역사에서 도저히 없앨 수 없었던 전쟁을 근절시킬 수 있고 또한 착취적 성욕으로서가 아니라 평화스럽고 예술적인 성욕의 표현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소중한 가치요 철학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예전부터 <야한 여자>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더 나아가 여자뿐만 아니라 모든 남녀들이 다 야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것은 이러한 까닭에서이다. 야한 아름다움이 결코 사치와 퇴폐의 상징으로 매도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들이 모두 다 본능적 욕구의 당당한 표현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야성미(野性美)를 발휘할 수 있을 때, 이 세계는 비로소 상쟁(相爭)을 멈추고 사랑의 낙원으로 바뀌어질 수 있다.

(마광수 저 <미친 말의 수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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