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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마당

보리수매 중단으로 한숨짓는 농민들

작성자한재|작성시간05.07.28|조회수39 목록 댓글 0
웰빙시대 건강식품의 주역이 천덕꾸러기가 되어서야
이규현(bamboo114) 기자


"우리 밀 살리기 운동본부"라는 단체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이 땅에 우리 것이 왜 제대로 발붙이지 못하여 그것을 살리기 위한 운동까지 전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까 하는 자책이 앞섭니다.

그런대로 우리 밀은 이러한 운동의 성과와 소비자들의 인식변화 등에 힘입어 일정 정도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 와 이마저도 다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1991년 80여㏊ 정도였던 밀 재배면적이 지난해에는 3792㏊로, 생산량은 1만 2623t까지 늘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 성장이죠. 물론 이렇게 오기까지에는 2001년 이후 보리 재배를 제한하면서 많은 농가들이 밀 재배로 돌아서서 3년 사이에 약 4배나 늘어난 수치라고 합니다. 그렇더라도 우리밀의 비중은 연간 수입밀 약 400만t의 0.25%, 식용만 따지면 약 200만t의 0.5%에 불과하다네요.

그런데 이처럼 미미한 비중에도 6월 말 재고량 6254t에다 올 생산량까지 더해지면 처리에 큰 애로가 예상된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아직도 유통·가공업체와 실수요자들이 국산 값의 20~30%에 불과한 수입밀을 선호하는 데다 우리밀의 품질이 못 미치기 때문이라는 게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답니다.

재미있는 것은 밀의 관세율이 일본은 200%, 중국은 180%인데 비해 우리는 2%밖에 안 된다고 하니 이것도 걸림돌입니다. 일본의 경우 자국의 밀살리기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에 우리 정부의 경우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은 아주 없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와 보리 수매마저 없어짐으로써 농가들의 얼굴에 주름살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담양의 경우 계약재배 물량을 제외하고 남아 있는 보리가 약 7000 가마 이상 되는 걸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일부 농가들의 경우엔 스스로 보리방아를 찧어서 내다 팔기도 하고 상인들에게 넘기기도 하는 등 나름의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 군의 일선 농협이나 행정당국에서는 아직도 확고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보리를 재배한 농가들은 수심이 가득합니다. 저걸 어떻게 처분하여야 하나? 날마다 고민거리이고 농협이나 면사무소를 기웃거려보지만 뾰쪽한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일선에선 이장들과 농민간의 갈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장의 입장에선 보리재배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말을 듣지 않고 보리 재배를 했으니 농협 등에서 수매를 하거나 하면 오히려 가만두지 않겠다고 이장의 권위를 내세우려 하기도 한답니다.

물론 계약재배 물량을 초과한 건 사실이고 이장도 마을일을 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약속을 어기는 농가를 보면 미운 마음도 들겠지요. 하지만 농민들의 입장에선 땅이 유일한 생산수단이다 보니 땅을 최대한 활용하여 조금이나마 더 소득을 올려보자는 것이고 농협이라고 하는 단체가 말 그대로 하면 농민들의 자주적인 농민단체이니만큼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판매해줘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고 보면 농협의 이윤추구만이 능사가 아니라 농민의 이윤추구를 위해 자세를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유 있는 항변일 수 있습니다.

어떻든 이렇게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갈등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보리의 주생산지인 대전농협의 경우 이도저도 안될 경우 자체 자금으로라도 수매하여 가공해서 판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아닙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처 확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 나가고 학교급식 등 고정 수요처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웰빙시대라고 하면서도 정말 좋은 웰빙음식을 가까이 두고 우리가 개발하지 못한다면 이 또한 어불성설입니다.

보리는 우리에게 있어서 소중한 곡식 중의 하나입니다. 건강식의 대명사이기도 하구요. 한여름 농한기에 가용돈을 장만하는 주요한 농가의 소득원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보리마저 이제 수매를 하지 않게 되다보니 농가의 소득감소는 물론이고 지력증진도 제대로 되지 않아 쌀농사에 미치는 영향까지 크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보리마저도 이제 우리의 기억 저편으로 들어가 교과서나 또는 생태식물원의 한 구석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적이 우려됩니다.

웰빙의 시대에 보리로 농가소득을 올리고 이에 대한 가공사업의 영역까지도 확장시켜서 농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더 주려는 의지들이 아쉽습니다. 한 여름 불볕더위에 시원하게 타 마시는 미수가루의 주원료도 보리이고 엿기름의 제조도 보리로 하는 것이고 이런 저런 용도로 보리는 그 쓰임새가 아주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보리마저 이렇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다면 우리 농촌에 희망은 더욱 없어지는 것이겠지요.

한 겨울 눈보라 속에서도 푸르른 새싹으로 당당히 자리를 지키며 자라는 보리밭의 아름다운 풍경은 이제 추억 속의 사진으로밖에 감상할 수 없게 된다면 이 또한 우리 시대의 비극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 보리 농사는 이모작으로 최적이며 환경농업을 열어나가는 효자상품이기도 한데 보리타작할 때 그 보리까시처럼 보리를 기피한다면 우리는 어떠한 일들도 소화해 낼 수 없는 우리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겠죠.

통일의 시대를 대비하던 어떻든 보리농사도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가야 할 귀중한 우리의 역사이자 식문화의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살아 있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보리마저 "우리 보리 살리기 운동본부"가 발족되어야 하는 일이라면 대단히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발 이젠 우리밀살리기, 우리콩살리기 등등의 우리 것 살리기를 위한 운동이 전개되지 않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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