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정과 달리 호랑버들 샘이 우여곡절 끝에
함평 속금산(173m) 숲기행의 고마운 길라잡이가 되어 주셨다.
(유래를 찾아보니 금이 많이 나오는 산이라 하여 속금산(束金山) 또는 용금산(湧金山)이라고도 했다는..)
다소 을씨년스런 겨울 아침이지만 시원스런 강가의 풍경을 보며
출발 전 가볍게 몸을 풀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참가자들 짧은 소개로 서로간 인사를 나눈다.
2월의 흐린 아침 비소식에 걱정스런 출발이지만
금새 거추장스런 비옷을 벗어내도록
날씨는 우리의 발걸음을 축복해 주는 듯하다.
2024년 2월 숲기행 보고
■ 일 시 : 2024. 2. 3 (토) 09:00~15:30
■ 장 소 : 함평 속금산
■ 코 스 : 사포나루터 - 대굴포 - 성로봉 - 속금산 - 망월마을(약 6.7km)
■ 길라잡이 : 양홍길(25기, 호랑버들)
■ 참가자 : 양홍길, 이미영, 박계순, 임창순, 한상봉, 노미영, 소혜인(외 2명), 발해수목원, 임수자, 홍성주, 이현숙, 김명호, 이 순, 유미정, 안진희, 강훈영, 최영숙, 이명순, 이효선, 정완용, 강은영(총 24명)
■ 운 영 : 사무처장 김미성
■ 후기작성 : 유미정(32기 미류나무)
■ 결 산 :
- 수입 : 회비(21명) 105,000원
- 지출 : 길라잡이 70,000원
모두 헉헉 대면서도..
눈높이에 붉은 빛 감도는 상록의 사스래피가 지천인 걸 눈치 챈다.
발걸음을 잠시 멈춰 첫 숨을 돌린다. 가파른 만큼 금새 푸근한 들녘을 휘감듯 감싸 안은
영산강 줄기의 아름다움이 눈앞에 펼쳐진다.
뒤쳐진 우리 일행들을 챙기시며 기다리던 대표님이 너댓장의 잎이 달린 조그만 가지를 쓱 내미시며 옆의 나무를 가리킨다.
설마 여기에.. 모새나무.. 인가 한다.
걸음을 재촉해 만난 고구마깡 샘도 모새나무로 동정해 주신다.
신기한 게 나뭇가지에 데롱데롱 달려 있다.
고치벌이라 한다.
기생하는 벌이 다른 유충의 몸에 알을 낳고 나중에 숙주의 몸밖으로 나오고 숙주는 죽는다고 한다.
다 그렇지만 특히 곤충의 세계는 어렵고 신기하고 모르는 것 투성이다.
청미래도 지천이다.
빗물 머금은 빨간 열매 빛깔에 매혹돼 여기저기 사진에 담느라 바쁘다.
두 개의 돌탑이 운치를 더하는 지네바위 위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발 아래 펼쳐진 풍경을 최고의 반찬삼아 도시락 파티.
분칠한 듯 새하얀 수피를 가진 나무를 만났다.
지나온 길 서너 번 눈에 띄던 아이.
모두 궁금해 했지만
느릅나무과나 팽나무와 가까운 아이가 아닐까 짐작만 하고 지나왔다.
찾아보니 폭나무가 아닌가 싶다.
낮고 내륙에 있는 산이지만 여느 산과 조금 달라보이는 식생과 돌부스러기 길.
걷는 내내 해안 가까이의 산들과 겹쳐지는 느낌은 뭔지.
나루터였던 곳이고 예전엔 여기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었다는 걸 듣자하면
충분히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만 해 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호랑버들샘이 출발 전 미리 스포해주신 발풀고사리 군락을 중간에 만나는 순간 머리가 복잡하다.
일단 카메라에 담고 보지만 거기까지 본 주변의 환경과 어울릴법 하지 않은 발풀고사리가
그렇게 넓은 공간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좀 기이해 보인다.
또 한가지 지천인 노간주나무가 인상적이다.
더구나 열매까지 다닥다닥 얼마나 많이 달렸는지 대견할 따름인데
열매의 상큼하고 진한 향은 코를 찌르고
작지만 날카로운 잎은 악 소리가 절로 나오게 손바닥을 찌른다.
노간주나무가 이렇게 군락으로 튼튼하고 크게 자란 곳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훼손되고 있는 모습이 꽤 보이니 안타깝다.
일부 인간들의 눈엔 생명으로 인식되지 않는 걸까?
암튼 이번 숲기행을 계기로 그동안 봐 온 볼 품 없는 노간주나무의 기억은 지워지고
꽤 멋진 아이로 기억될 듯 하다.
반복되는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 골짜기 조그만 계곡을
몇 번이나 지나 도착한 정상의 풍광은
평범한 듯 하면서도 특별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다만 지나온 여정 대비 정상석에 새겨진 171.9M는 다소 허탈한 미소를 짓게 한다.
하산 길 만난 정자와 내려다보이는 들판을 주제로
산할아버지와 풍석화샘, 부엉샘의 그럴듯한 옛날 이야기로 노닥노닥 얘기하는 동안
푹신한 흙의 감촉이 등산화 밑으로 와 닿는 느낌이다.
그 느낌에 이끌려 발 밑을 보는 순간,
죽은 듯이 선녀의 옷자락 같은 노랑노랑 날개를 펼치고
데롱데롱 풀섶에 매달린 나비 한 마리.
성충으로 월동을 한다는 이름은 까먹고 암튼 노랑색..나비..
조심히 자리를 비켜 주고 다시 발걸음을 떼기 무섭게
비슷하지만 제각기 다른 모습의 로제트들이 잔뜩 생기를 머금고는 납작 엎드린 채
여기저기서 솟아오를 때를 기다리고 있다.
고구마깡샘 눈빛을 반짝이시며 로제트 퀴즈 발사~
짧은 시간 족히 열 가지 남짓 되는 로제트의 이름들이 불리어진다.
척박한 곳에서의 삶을 지탱하는 그들의 지혜와 전략에 새삼 또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눈엔 익으나 입 안에서 튀어나오지 못하는 이름들.. 불러주고 싶다.
곧 봄볕속에 피어낼 초록의 잎과 꽃을 만나길 기대하며 걸음을 재촉하고
예정한 망월마을 정자가 저만큼 보인다.
하산 후 시작된 비가 다행이지만 겨울 오후라 그런지 급 쌀쌀하다.
호랑버들 샘 준비해 주신 맛난 두부를 사랑초샘 표 김치로 갈무리하는 자리를 끝으로
감사하고 맛있는 시간을 뒤고 하고 따뜻한 집으로 모두 출발~~
오늘은 속금산에서 행복을 담았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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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발해(최석택) 작성시간 24.02.08 미류나무(유미정) 미류님 후기글이 너무 좋아 읽는 중 맘이 포근해짐을 느낍니다.
또다시 함평이라면 저도 참석하고 싶고요 제 농장에도 들러 나무공부하시면 어떨까요?? -
작성자민들레(박은아) 작성시간 24.02.07 와~
후기 감사합니다.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크지만 후기보니 생생합니다.
후기보니 힘듬은 하나도 안보이고 행복한시간 들 이 셨겠어요~
감사합니다 ~^^
잘봤어요~ -
답댓글 작성자미류나무(유미정) 작성시간 24.02.07 잘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행복했지요~^^ 숲에서 호랑버들샘을 만나면 그 옆엔 늘 민들레 샘 환한 모습이 당연한데 안보이시더라구요. 쾌차하시고 담 숲에선 같이 뵈어요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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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솔향기(전순갑) 작성시간 24.02.08 저도 다음에는 같이가고 싶습니다
후기 보니 더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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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미류나무(유미정) 작성시간 24.02.08 좋지요~선생님.
숲기행은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