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어둑한 시간에
서문곤
식지 못한 빛의 껍질이
어둠의 속을 더듬다
제 모양을 잃어버린다.
하늘은 뒤집힌 잔처럼
무언가를 쏟았으나
무엇을 비웠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나는 가장 늦게 남은 가장자리에서
익지 않은 침묵을 깨물며
흐르지 않는 시간을 삼킨다.
기다림은
형태를 버린 채
틈이라는 이름으로만 남아
발목 근처를 서성인다.
잡히지 않는 것들이
손금 속으로 스며들어
지워지지 않는 방향을 만든다.
어디선가
꺼지지 못한 불의 잔향이
자기 자신을 잊은 채 흔들리고
그 미세한 떨림이
이쪽의 어둠을 조금씩 밀어낸다.
그러나 그것이 빛인지
이미 식어버린 흔적인지
끝내 구별하지 못한 채
나는 접히지 않는 밤의 가장자리를 따라
천천히
아직 오지 않은 쪽으로 기운다.
어둑어둑하다는 것은
사라짐이 아니라
도착하지 못한 것들이
잠시 머무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