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심증.
이후의 삶 — 심장이 보내는 경고를 듣다.
서문곤
(나는 의료인이 아닙니다.
그저 이것저것 보고 듣고, 경험하고, 여기저기 뒤적거려 찾은 것을, 최근 협심증 진단 결과를 받은 친구를 생각하면
서 쓴 글입니다.)
며칠 전, 친구가 응급실에 다녀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협심증이라고 한다. 어릴 적 골목을 함께 뛰어다니던 그 친구,
이제는 서로가 나이가 들어 병치레를 하지만, 혈관이 약간 좁아진 관계로 스탠드 시술까지는 아니어도 혈관 확장
시술을 받고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는 사실이 좀처럼 실감 나지 않았다. 평상시 당뇨가 약간 심한 정도였는데,
협심증이란 생소하지 않은 위중한 증세가 막상 가까운 사람에게 찾아오니 그 무게가 달랐다.
심장이 보내는 첫 번째 경고인 협심증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심장이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할 때 발생한다.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통증, 왼팔이나 턱 쪽으로 뻗치는 불쾌함,
숨이 막히는 느낌. 그것은 심장이 보내는 첫 번째, 그리고 매우 진지한 경고라고 한다.
협심증 자체는 심장 근육이 아직 죽지 않은 상태다. 피가 모자라 힘들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고를 무시하거나 혈관이 완전히 막혀버리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바로 심근경색이다.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완전히 차단되어 심장 근육의 일부가 괴사하는 상태다. 협심증이 "위험 신호"라면,
심근경색은 "재앙"에 가깝다. 둘은 형제처럼 연결되어 있다. 협심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언제든 심근경색
으로 이어질 수 있고, 불안정형 협심증의 경우에는 그 전환이 몇 시간 안에도 일어날 수 있다. 친구가 응급실에서
시술을 받은 것은, 바로 그 문턱에서 한 발을 물린 셈이다.
예전에 친구 두 명과 가까운 지인 한 분이 심근경색으로 저 하늘 별이 되었다. 공통점은 모두가 집에 혼자 있을 때
일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중 친구 한 명은 심장 수술을 받고 가슴에 박동기까지 심어놓은 상태였고, 또 한 명은 체중
이 좀 있는 정도였는데 가슴을 얼마나 두드리며 몸부림을 쳤는지 퍼렇게 멍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심근경색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
퇴원 이후의 진짜 치료와 관리가 중요하다.
시술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좁아진 혈관에 스텐트를 넣어 길을 열었더라도, 혈관 벽의 근본적인 상태—동맥경화
—는 그대로 남아 있다. 생활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혈관은 다시 좁아진다.
퇴원 후의 삶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바꿔야 할 것은 매일 마주하는 식탁이다.
줄여야 할 것들이 있다.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혈관 벽에 플라크를 쌓는 주범이다. 삼겹살, 곱창, 버터, 마가린,
패스트푸드, 가공식품들. 소금도 마찬가지다. 나트륨은 혈압을 올리고, 높아진 혈압은 이미 약해진 혈관에 더 큰
부담을 준다. 국물을 줄이고, 간장과 된장의 양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가 난다.
술은 조심해야 한다. 소량의 음주가 심장에 유익하다는 오래된 믿음은 최근 연구들에 의해 점점 흔들리고 있다.
특히 시술 후 복용하는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와 알코올이 만나면, 출혈 위험이 높아진다.
늘려야 할 것들도 있다. 등 푸른 생선(고등어, 연어, 정어리)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은 혈중 중성지방을 낮추고
혈관 염증을 줄여준다. 채소와 과일 속의 식이섬유는 나쁜 콜레스테롤(LDL)의 흡수를 방해한다. 현미, 귀리, 통밀
같은 통곡물도 마찬가지다. 견과류는 좋은 지방의 공급원이지만, 한 줌 정도의 적당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중해식 식단은 심장 건강에 있어 가장 많은 임상적 근거를 가진 식이 패턴으로 꼽힌다. 올리브유, 생선, 콩류,
통곡물, 채소와 과일을 중심으로 한 이 식단은 심혈관 질환의 재발을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어
있다.
몸을 다시 움직이는 적당한 운동이 필요하다. 심장의 부담 때문에 운동이 무섭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시술 후
적절한 신체 활동은 심장 재활의 핵심이다. 운동은 심장 근육을 강화하고, 혈압과 혈당을 낮추며, 좋은 콜레스테롤
을 높인다.
처음에는 무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퇴원 초기에는 짧은 평지 걷기부터 시작한다. 의사의 허락 하에 점진적으로
강도를 높여, 빠른 걷기, 자전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을 주 5일, 하루 30분을 목표로 늘려간다. 무거운 것을 드는
근력 운동은 최소 4~6주 이후,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한 후 시작해야 한다.
가슴 통증, 심하게 숨이 차거나, 어지럼증이 느껴지면 즉시 멈추는 것이 원칙이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이제는 예전처럼 무시해서는 안 된다.
퇴원하면서, 받아온 약들은 증상이 없어진다고 해서 마음대로 끊어서는 안 된다. 특히 혈소판이 다시 뭉쳐 스텐트를
막는 것을 방지하는 항혈소판제는 의사가 정해 준 기일 동안 반드시 복용해야 한다. 많은 환자가 "괜찮아진 것
같다"라는 느낌에 약을 임의로 중단하다가 재발을 겪는다.
혈관 건강에서 종종 간과되는 것이 정신적 스트레스와 수면이다. 만성 스트레스는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을 지속적
으로 분비시켜 혈압을 높이고 염증 반응을 촉진한다.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교감신경이 과 활성화되어 심장에
부담을 준다.
친구에게 농담처럼 말하고 싶다.
"이제 화낼 때 참아라."라고. 그것이 반은 농담이고, 반은 진심이다.
협심증은 갑자기 찾아온 것 같지만, 사실은 오랜 시간이 쌓인 결과다. 수십 년의 식습관, 스트레스, 운동 부족, 흡연,
방치된 혈압과 혈당이 혈관 벽에 조금씩 흔적을 남긴 것이다.
그래서 협심증 이후의 삶은 단순히 "아픈 사람의 관리"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다시 조정하는 시간이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움직이고, 무엇에 마음을 쓰는가를 다시 들여다보는 기회다.
물론 어려운 일이겠지만 친구가 빨리 일상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하지만 예전의 일상이 아니라, 조금 더 자신의
몸에 귀를 기울이는 새로운 일상으로. 심장은 이미 한 번 말을 걸었다. 이번에는 그 말을 잘 들어야 할 때다.
나 또한 오래전부터 당뇨와 고혈압이 있어, 협심증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노력한다고 다짐을 하면서,
이 글을 친구' 박철준.에게 보낸다
핵심 정리
협심증은 심근경색의 출발선이다.
심근경색 : 혈관이 좁아진 상태(협심증)에서 완전히 막히면 심근경색으로 이어지는, 이어진 연속선 상의 질환이다.
식단 : 포화지방·나트륨·술을 줄이고, 등 푸른 생선·채소·통곡물을 늘리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운동 : 처음엔 평지 걷기부터, 의사 허락 하에 서서히 강도를 높여야 한다.
약 : 증상이 없어도 임의로 끊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