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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예쁜 시

애증(愛憎)

작성자세오|작성시간26.06.20|조회수13 목록 댓글 0

애증(愛憎)

 

서문곤

 

너에게 나는

가끔 꺼내보는 상자 속의 한 장면이겠지.

 

빛이 바랜 사진처럼

조금은 흐릿해도

웃음은 남아 있는 기억.

 

그래서 너는

그 시간을 아쉬움이라 부르겠지.

 

하지만 나는

 

그날의 공기와

말끝에 남아 있던 온도와

돌아섰던 뒷모습까지

 

모두 또렷해서

차라리 지워버리고 싶은 이름이다.

 

너에게는

다정했던 한때라 해도

 

나에게 그것은

다시는 열고 싶지 않은 문

 

우리는 같은 시간을 건넜지만

서로 다른 계절에 머물렀다.

 

너는 그날들을 그리워하고

나는 그날들을 외면한다.

 

그래서 결국

같은 기억인데도

 

너는 추억이라 부르고

나는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지우지 못한 흔적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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