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愛憎)
서문곤
너에게 나는
가끔 꺼내보는 상자 속의 한 장면이겠지.
빛이 바랜 사진처럼
조금은 흐릿해도
웃음은 남아 있는 기억.
그래서 너는
그 시간을 아쉬움이라 부르겠지.
하지만 나는
그날의 공기와
말끝에 남아 있던 온도와
돌아섰던 뒷모습까지
모두 또렷해서
차라리 지워버리고 싶은 이름이다.
너에게는
다정했던 한때라 해도
나에게 그것은
다시는 열고 싶지 않은 문
우리는 같은 시간을 건넜지만
서로 다른 계절에 머물렀다.
너는 그날들을 그리워하고
나는 그날들을 외면한다.
그래서 결국
같은 기억인데도
너는 추억이라 부르고
나는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지우지 못한 흔적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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