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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끼적임]]언시 2년차 K모씨의 하루(구라아님)

작성자미아가된 네비게이터|작성시간05.10.18|조회수2,551 목록 댓글 16

 

   세상사가 대개 그러하지만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인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항상 머피의 법칙에 빠져 허우적대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참.. 세상 사는 것의 어려움이 뭐 대충 그런 것에 있는 것인데 그렇다고 죽을건가? 것도 아니면 닥치고 살아볼 일이다. 처음 글을 쓰는 것 같은데 오늘은 자학 한번 하려고 펜 아닌 키보드를 잡았다.  모쪼록 나의 허접한 일상을 읽으며 각자 위안을 삼기 바란다. 이야기는 2004년 8월부터 시작된다.


    먼저 에피소드 1.

   술을 먹었다. 고등학교때 만날 내 등만 보며 달리던 친구가 먼저 출세라는 걸 하게 됐다. 대입이면 대입, 인생 공부면 인생 공부, 하다못해 미팅을 나가도 항상 나에게 밀리던 친구였다. 그런데 인생 한방이라는게 맞긴 맞나 보다. 딱 한번 쳤던 고시시험. 남들 엄청 오래 걸리는 그 시험을 친구는 1년 6개월만에 패스해버렸다. 천재인가? 뭐 그럴수도 있지만 막강 기수라고 유독 천재기가 있는 동기들이 즐비한 우리 동창들에게 그는 열심히는 하지만 머리는 좀 모자라다는 평을 받고 있던 이었기에 놀라움은 두 배가 되었다. 그 친구와 고급 백수를 지향하는 나, 그리고 그 친구의 연애 스승과 착하기만 한 후배가 만났다.


    친구 : 요즘 뭐해? 뭐 언론사인가 뭔가 그 공부는 잘 되냐?

    나 : 아니 뭐 그냥, 이게 워낙 운이 작용하는 시험인지라(사실 그다지 운으로 되는 시험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자존심에 나의 처지를 변명할 거리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친구 : 그래, 뭐 잘 되겠지. 우리 다들 잘 될 거다. 술이나 한잔해라.


  술이 몇 순배가 돌았고,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던 친구는 점차 방심했고 방심은 거만으로 거만은 한풀이로 이어졌다.


    친구 : (약간 혀 꼬부라진 소리로)야, 솔직히 니들이 나 얼마나 무시했냐? 내가 머리는 별로 안 좋잖아.

    나 : (만만치 않게 꼬부라진 소리) 내가 언제 무시했다고 그래. 실은 우리 동기들이 좀 난 놈들이 많아서 그렇지 너도 머리 좋은 거 같아. 그 시험이 그게 아무나 되는 시험이냐.

    친구 : (만족한 듯) 하긴. 그건 또 그래. 인생 그래서 모른다는 거야. 이게 한 번 풀리려다 보면 계속 쫙쫙 풀리는 거고 안될 때는 죽어도 안되는 거더라고. 야.. 근데 너는 옛날부터 음악이니 연극이니 참 삽질도 많이 하고 다니더만 지금 결국 이러고 있네. 뭐 그래도 너무 상심은 하지 마라. 언젠간 해뜰날이 오겠지

    나 : (슬슬 기분 상하려고 한다.) 글쎄다. 그날이 오긴 올려나 몰라. 어쨌든 너라도 잘되서 다행이다. 내가 니가 아니면 언제 이렇게 양주를 먹어보겠냐. 어쨌든 챙겨줘서 고맙다야.

    친구 : (이제는 완전 맛 갔다.) 쉐끼. 고맙긴 이까짓 거 얼마나 한다고. 어이 사장님 여기 메뉴판 좀 줘요. 근데 PD 그거 되면 얼마나 버는 거냐.

    나 : 뭐 나도 잘 모르지만 SBS같은데는 4000정도 준다고 그러고 KBS는 좀 적게 준다고 하는데 그래도 뭐 나름대로 괜찮은 편이라고 그러던데. 집에도 못 들어가고 고생하는 거에 비하면 꼭 그렇게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말야.

    친구 : 그거 밖에 안주냐? 참 너도 고생길이 열렸구나. 부모님이 너 그렇게 살면 좋아하시겠냐. 안 그래도 동민이가 너 언제 인간 되냐고 그러던데 그 짓거리 하면서 인간노릇하긴 어렵겠다야..

    나 : (좀 열받았다.) 그 새끼는 지나 잘하지 누구 보고 인간이 되라 마라 지랄인데? (친구 모르게 한 번 꼬나본다.) 아.. 씨발 내가 꼭 붙어야지. 니미~

    친구 : (이젠 관심없다는 듯) 뭐 되겠지. 너 옛날부터 끼가 있었잖아. 축제때도 그렇고. 선생님들이 너 공부안하고 그러고 다닌다고 욕 많이하긴 했지만 잘되겠지 뭐.


    이 쯤에서 대화는 PD되면 연예인 많이 따 먹냐. 글쎄, 아무래도 기회는 많지 않을까. 그럼 나한테도 한번 소개시켜줘봐.. 으흐흐흐. 걱정하지마라. 일단 붙기만 하면 전지현이랑 술 한잔하자. 크하하하하(좀 오버했다. -_-;;) 이런 식의 술자리 음담패설로 치닫고 있었다. 완전히 맛이 갔고 술집을 어떻게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비몽사몽하는 중에 뭔가 크게 투닥거린 듯도 싶고, 몸에 통증이 느껴진 것도 같았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자 머리는 깨질 듯 하고 온몸이 쑤셔왔다. 분명 누군가와 일합을 겨룬 듯한 모습. 내가 한창시절 날리던 바람의 파이터였다 한들 어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같이 있었던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젠 나를 믿어요. 진실을 믿어요~~ 하는 컬러링이 훑고 지나간 후 후배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후배넘 : 어.. 예.. 형.. 속은 괜찮아요?

     나 : 응. 좀 그렇긴 한데. 근데 어제 무슨일 있었냐?

     후배넘 : 말도 마요. 형 어제 영찬이 형이랑 주먹질 하고 말도 아니었어요.

     나 : (약간 의아한 듯) 설마 영찬이 넘이 나한테 (감히) 이렇게 했단 말야?

     후배넘 : 에이.. 그건 아니죠. 그게 아니라 어제 영찬이 형이 데리고 왔던 그 형이 형이 술취해서 넘어졌을 때 좀 그랬어요.

     나 : (나 조낸 열받는다.) 근데 도대체 왜 그렇게 된 건데.

     후배넘 : 어제 술 다먹고 나왔을 때, 형이 술취해서 영찬이 형한테 그랬거든요. 잘난척 너무하지 마라. 머리도 나쁜새끼가 어쩌고. 좀 그러니까 영찬이 형이 그러는 너는 그렇게 잘나서 아직까지 백수냐? 뭐 이런 식으로 대답해서 형이 주먹으로 한 대 날렸는데, 그러다가 뭐 그렇게 된거죠. 형이 어제 술이 좀 많이 취한 것 같더라구요. 근데 영찬이 형한테 전화 안해봤죠? 그 형이 형 고소한다고 막 그러다가 제가 말려서 그냥 갔거든요. 코피나던데. 전화해봐요. 잘 쉬시구요. 힘내세요. 형.


     순간 조낸 비참했다. 술 깬 뒤의 묵지근한 느낌과 사고쳤다는 후회. 씨발 내가 술을 먹으면 인간이 아니다라는 말도 안되는 다짐. 나는 왜 이랬을까. 아.. 참.. 인생 조또 안 풀린다. 뭐라도 먹을까라는 생각에 부엌에 들어갔다. 다행히 아줌마는 없었다. (참고로 하숙비를 안낸지 10일정도 지난 후였다. -_-;;) 여자라서 행복하다던 냉장고에는 불행히도 먹을 것이 별로 없었다. 에이 썅.. 라면이라도 끓여 먹어야지. 하숙집 부엌에 아줌마가 우리들 눈을 피해 몰래 짱박아둔 라면을 찾기 위해 싱크대 문을 여는 순간 누군가가 들어왔다.

     

    아줌마 : 야..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나 : (조낸 미안한 표정으로) 아니 그냥 라면이라도 좀 끓여 먹을려구요.

    아줌마 : 근데 왜 거기를 뒤져? 그리고 너, 하숙비는 언제 줄꺼야? 너 저번달에도 한달 다 돼서 줬잖아. 자꾸 이런식으로 돈 가지고 그럴래? 아줌마는 다른거는 몰라도 돈 문제로 시끄럽게 하는거 아주 싫어한다.

     나 : 은행갈 시간이 없었어요. 찾아서 드릴께요.

     아줌마 : 지금 벌써 세신데 나갈려면 지금 나가야지. 얼른 지금 갔다와.

   

    쓰린 속을 달래며 반 강제적으로 하숙집을 나왔다. 갈 데도 없었고, 배도 고팠다. 물론 통장에 돈이 있을리도 없었다. 오늘도 하숙집 저녁을 먹기는 다 틀렸다. 벌써 3일째 하숙집 밥을 못 먹고 있다. 그놈의 돈이 뭔지. 집에서는 내가 올 겨울만 되면 방송사 PD가 돼서 올줄 알고 계신다. 물론 생활은 내가 과외비 벌어서 한다고 믿고 있고, 27년의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단 한번도 저놈이 굶어 죽을 놈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던 그 분들 입장에서는 내가 이렇게 살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겠지. 아.. 씨발 어디 가서 한끼를 때우나, 하숙집도 들어가기 싫고, 상황이 어려워지니 돈 많은 영찬이가 아쉬워졌다.

     “그 개새끼. 졸라 재수없어.”

     빌 붙을데 없는 비참함을 분노로 돌려 한마디 씹어 뱉었다. 그리고는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다. 뭐야... 이거 담배도 다 폈잖아. 지갑을 보니 딱 천원짜리 세장이 있었다. 지금 담배를 사면 최악의 순간에 오늘 한끼도 못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갈등이 됐다. 어찌됐건 오늘 하루를 버텨야 한다. 그 때 벽에 붙어 있는 전단지가 보였다.

 

    차후 에피소드는 반응봐서 올리겠음.. 참고로 이 얘기는 90%는 실화고 10%는 재미를 위해서 조금 끼워 넣었음. 그러니 사실성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 없었으면 함. 그동안 PD 합격기 또는 PD 실패기에 대한 리얼스토리가 부족하다는 판단하에 나의 인생이 생선 배때기 까발려 지듯이 알려지는 것을 감수하고 연재를 결심했음. 결론은 글쎄.. 과연 K씨는 PD가 되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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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다른꿈 | 작성시간 05.10.24 ㅎㅎ
  • 작성자바이올렛마녀 | 작성시간 06.12.09 완전 뒤늦게..너무 재밌어요;;
  • 작성자스텐터 | 작성시간 06.12.09 처음부터 다시 보고있는 1人
  • 작성자★천상양아★ | 작성시간 07.01.09 처음부터 다시 보고있는 또 다른 一人
  • 작성자한다아나운서 | 작성시간 07.01.16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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