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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1년 만의 안부

작성자비오는하늘을닮았어|작성시간11.01.21|조회수858 목록 댓글 4

 

 

 안녕하세요, 아랑 카페 회원 동지 여러분들!!

오랜간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저는 그런대로 잘 살고 있답니다^^ㅎㅎ

 

 

 

 

 

...라고 말하는 제가 참 뻔뻔하죠?ㅋ 도대체 '너가' 누군데 반가운 척이야 하며 제 닉네임을 한 번 더 쳐다봐 주시는

고마운 분들도 계실 것 같네요^^어때요? 이제 기억나세요^^? 아니면 어디서 굴러 먹다 온 개뼈따꾸가 새벽에 잠도 안 자고 설쳐대나 싶으세요? ㅋㅋ

 

 닉네임은 많이들 낯서시겠지만, 이래뵈도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아랑에 출근 도장 찍는 열혈 출석생이랍니다.

 

 그래서 그런지 1년 만에 이 곳에 다시 글을 쓰는 것이 저로서는 참 반갑고 좋으네요.

저는 1년 전쯤 이 곳에 <<방황>>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남겼던 한 여자 법대생이랍니다.

당시 학교생활에 적응 못 하는 고충과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흔들리는 마음을 토로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남겨주셨던 댓글들과 몇몇 쪽지들로 인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큰 용기를 얻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 제 글을 읽어주셨던 분들, 다들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잘 지내고 있답니다. 그때 휴학을 해서 등록금을 벌고, 많은 책을 읽어서 제 삶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반은 성공했고, 반은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이 제 솔직한 답변인 것 같습니다^^

 

 지난 일 년동안은 참 많이, 그리고 오래, 일만 했습니다.

 

 표현이 이상할진 모르겠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서 저보다 훨씬 더 고생스럽게 일하고 계실 다른 분들을 생각하니 차마 죽도록 일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참 열심히 일했어요. 고된 육체 노동이었지만 함께 일했던 사람과 마음이 잘 맞았고, 일하는 것이 즐거우니 몸이 잠깐 힘든 것쯤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남들이 보았을 땐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나'를 필요로 하고 '나'를 인정해 주는 곳에서 땀흘리며 일하니 태어나 처음으로 '아 나는 행복하다'는 말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참 감사한 일이지요. 물론 그 어느 때보다 눈물도 많이 흘렸고, 몸도 많이 망가졌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전 예전에-그러니까 이 생활을 경험하기 이전에는-지독히도 떠나고 싶었습니다. 떠나야만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전 떠나야지만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정착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난 1년 간의 경험을 통해 결코 떠나는 것이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제가 지난 시간 동안 -어렴풋하긴 하지만- 알게된 사실이라고는 고작 이것 하나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전 생각해요. 이 작은 사실 하나가 제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요..

 

전 이제 떠나지 않고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이 조금씩 생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막연하게 남들과 다른 '멋진' 내가 되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러니까, 남들과 다른 어떤 스펙타클한 경험(세계여행같은)을 하거나 혹은 출중한 외모를 갖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남들이 우러러 보는 사회적인 직업을 가지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말하기도 민망하게 참 유치하죠

ㅋ그래서 열심히 공부했고, 대학에 갔고, 하루하루 미래의 계획을 세우기 바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는 '나'이더라구요..이런 말, 왜 책에 많이 나오잖아요ㅋㅋㅋ

 

모든 사회적 시선과 의무와 남들이 나에게 가지고 있던 선입견에서 벗어나, 낯선 공간에서 새롭게 시작해보니 비로소 알겠더라구요. 그동안 내가 그런 것들에 얼마나 얽매여 살았었는지를, 그리고 그런 것들이 얼마나 나를 불행하게 했었는지를요. 학교를 벗어나 진짜 나로, 진짜 내가 바라는 나로, 내가 원하는 욕망, 내 몸과 내 마음이 진심으로 갈망하고 갈구하는 것들을 하나씩 헤아려 보니, 모든 허위와 가식이 버려지고 마음이 참 편하더라구요.

 

 전 지난 이십여년 동안 행복이란 놈은 미국땅 어디 쯤이나, 아니면 유럽의 한적한 카페나 공원에서, 혹은 남들이 잘났다고 인정해주는 내 모습, 남들이 우러러 보는 멋진 판사, 변호사, 기자가 된 내 모습, 아니면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아는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 등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행복은 절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그냥 지금 존재하고 살아 숨쉬는 나를 인정하고 나답게, 그리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 그게 인생인 것 같더라구요.

 

  외로웠던 지난 날의 저를 인정합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참 오래걸렸어요.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었더랬죠. 물론 지금도 여전히 전 외롭습니다. 하지만 제가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이 하나 있다면 우리는 다만 존재할 뿐, '존재' 그 자체에 의의가 있는 것이지 그 어떤 물질도, 그 어떤 사람도 우리의 존재 이유를 대신 설명해줄 수 없다는 거예요.

 

 지난 1년 동안 참 많이 행복했었지만, 인간사 모든 일이 그렇듯 , 이별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이별은, 세상사 모든 일이 그렇듯, 늘 아름답지만은 않았습니다.

함께 일했던 사람과 갑을관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1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저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중요한 깨달음 하나는 분명히 얻었음은 자신할 수 있습니다.

 

살면서 처음으로 내 감정에도 책임을 져야 함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동안 '내 인생'에 대해 '나' 스스로가 얼마나 무책임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전 학교에서 알아주는 '방황이 아이콘'이었는데 그거, 안좋아요ㅋ

그 시간동안 학점 관리를 못해서도 아니고, 영어 단어를 하나를 더 못외워서도 아니고

내가 정처없이 흔들리며 살아간다면, 그 시간 동안 만나는 수많은 좋은 인연들을 놓쳐버리기 쉽거든요.

세상에 그것보다도 가슴 아픈 일이 있을까요?

그러니까 혹시라도 방황하시는 분들 계시다면 말씀드리고 싶어요. 되도록 짧게, 흔들리시라구요^^

물론 그 시간이 전혀 가치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시간 동안 소중한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는 게 되는 것은 너무 큰 희생이거든요..

어차피 영원히 갖지 못할 것들인데 내게 머물러 있을 때라도 최선을 다해야 겠지요..

 

 그래서 전 (계속 슬퍼하는 대신에) 새로운 세상을 꿈꾸기로 했어요.

모두가 조금은 더 행복한 세상을요,,

모두가 사랑을 하고, 모두가 이별을 할 땐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세상을요,,

 

지금 우리, 그런 세상에 살고 있나요? 

나만의 인간다운 삶, 내가 바라는 행복의 조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른 누군가의 삶을 희생시키고 있지는 않나요?

그렇게 얻어진 만족과 쾌감이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줄까요?

물론 밥벌이..중요합니다. 저 또한 밥벌이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일이라도 마다 않고 해야 하는 그런 절실한 상황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 쯤에서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한 번 쯤 되돌아볼 필요성은 있는 것 같아요.

전 변화는 아주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되는거라고 믿고있습니다.

 

  요즘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 '인간다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데,

왜 나의 말에 어떠한 논리가 필요한 것이며,

인간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일이 왜 또 다른 인간에 칼을 겨누는 것이여야 할까, 라구요.

누가 저에게 알려주실 분 계신가요?

전 이 땅에 태어난지 올해로 23년째이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어느 날 부터인가 '사랑'이나 '인간','휴머니즘'에 대해 말하는 것이 참 촌스럽게 여겨지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전 언제까지나 촌스럽지 않고, 매우 세련된 사람으로 남고 싶은데 말이지요ㅋㅋㅋ

 

앞으로 살면서 어쩌면 조금은 비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살아야 겠지요.

 

누구의 말처럼 사는 동안 고민은 계속 되겠지만요...

 

 

 

(혹시라도 두서 없이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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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okcookie | 작성시간 11.01.21 행복하시길~
  • 작성자1980 | 작성시간 11.01.23 옛날 글 찾아보니 기억이 납니다. 1년을 알차게 보내셨네요. 저도 1년 동안 뭐 하고 살았나 되돌아보게 됩니다. 이런저런 고민도 계속 하시겠지만, 요는 행복하세요~^^ 1년 뒤에 또 안부 전해주세요ㅋ
  • 작성자hi-five | 작성시간 11.02.03 저보다 어리신 분인데, 저보다 어른스러우세요...글에 완전 몰입해서 읽었어요...(글솜씨 좋으세요^^) 우리 같이 힘내요.
  • 작성자콩♡ | 작성시간 11.03.03 감히 기특하단 생각이 드는..ㅎㅎㅎ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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