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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그들이 알려주지 않는 몇 가지 진실

작성자에로틱번뇌보이|작성시간11.03.15|조회수1,770 목록 댓글 23

얼마 전 생일이 지나 만 삼십이 된 장년입니다. 삼십에 접어들면서 이십대 청년 시절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흔히 아저씨들이라 불리우는 장년들의 습속들이 어느 순간 뇌리를 스치며 깨달음으로 다가와 하나 둘씩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누구에게도 쉬이 물어볼 수 없었던, 스스로 깨우친 그 진실 몇 가지를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 첫 번째 진실 :  모든 상의 바지에 넣어 입기

 버클(Buckle)이 보이게 입는 게 보통 회사의 비즈니스 캐주얼 드레스코드인걸 차지하더라도 남방 혹은 셔츠는 바지에 넣어 입는 게 깔끔하고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워크샵이나 행사 등으로) 편한 복장을 입을 때 피케 셔츠나, 심지어 가디건을 바지에 넣어 입는 많은 회사 선배들을 보면서 쉬이 그들의 습속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왜 그렇게 입는지 속 시원하게 한번 물어볼까 하다가도 저를 제외한 모든 선배들이 그렇게 입고 있는 걸 보고 입을 꾹 다문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내가 한번 넣어보자!" 결심한 건 회사를 다닌지 2년이 훌쩍 지나서였습니다. 한 여름이었습니다. 피케셔츠를 청바지에 안에 밀어 넣고 처음 외출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편했습니다. 내 상체와는 어울리지 않게 너무 길어 엉덩이 부근의 하체를 불편하게 했던 Polo 셔츠 밑단이 바지 안으로 들어가니 달릴 때도, 앉을 때도, 물건을 들어올릴 때도 훨씬 편했습니다. 심지어 배도 덜 나와 보이고, 다리도 길어 보였습니다. 장년들이 갑자기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 인간'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회사 화장실에서 좀 더 합리적인 인간을 만났습니다. 그 분의 습속은 합리의 완성 그 자체였습니다. 볼일을 보고 바지를 내린 뒤, 셔츠를 팬티 안에 넣는 것이었습니다. 전 좀 놀랐지만 그 모습을 잊지 않고 집에 가서 고스란히 벤치마킹 해보았지요. 이건 뭐 아무리 팔을 흔들고 발광을 해도 남방은 하의에서 이탈하지 않을 만큼 짱짱하고 고스란히 제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전 이제 정장을 입을 때 이 방법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 두 번째 진실 :  샌들에 양말 신기

 한 여름 샌들에 양말을 신은 장년을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하면 "샌들은 시원하라고 신는 건데 왜! 도대체 왜!! 양말을 신는거야"라고 괜시리 화를 내던 어린 시절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비싸게 주고 산, 그러나 얼마 신지 않은 버켄** 샌들의 밑바닥이 탈색되기 전까지는요. 원인을 파악해보니 발바닥의 땀때문이었습니다. 돌이켜보니 땀때문에 샌들이 미끌거리던 안 좋은 기억도 떠올랐습니다. 그 때 알아챘습니다. "양말이구나!" 그랬습니다. 그분들은 발바닥 땀이 나는 걸 방지하고, 샌들이 탈색되는 걸 예방하는 '실용적 인간'이었습니다. 괜시리 그 동안 욕하던 그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세 번째 진실 :  목욕탕에 딸린 이발소에서 이발하기

 저번 주였습니다. 일요일 오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평소 가던 000헤어를 찾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손님이 만원이라 30분 넘게 기다린 끝에 의자에 앉았습니다. "어떤 디자이너 찾으세요?", "어떻게 잘라드릴까요?", "귀 부분은 파실래요?", "이 정도면 됐나요?", "어디 사세요?", "요즘 싸인 너무 재미있지 않아요? 까르르" 등등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질문과 수다들이 그날따라 유난히 귀찮게 느껴졌습니다. 디자이너가 그냥 알아서 잘라주고, 아무 말도 안 시켰으면 하는 그런 날이었죠.

약간의 짜증을 머금고 찾아간 목욕탕에서. 제가 바라던 그런 묵묵한 헤어 디자이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백옥같은 가운을 입고, 헐벗은 손님이 앉자마자 한 마디의 질문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돌려치기를 해주시던, 심지어 면도까지 해주시던 그 분. 

블루클럽, 나이스가이 등의 남성용 미용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요즘, 화려한 쇼윈도와 세련된 디자인의 프랜차이즈 미용실을 들어가기엔 부담스러워 문 앞에서 서성이던 장년들의 서글픈 모습이 그 순간 오버랩되었습니다. 이들에겐 부담도 없고 머리를 자른 후 바로 탕으로 가 머리를 감을 수 있는 One Stop System은 목욕탕 이발소는 최적의 장소였던 것이죠.

 

 

전 아직 위와 같이  세 가지 정도 밖에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인지 장년의 반열에 오르기엔 그 길이 멀어보입니다. 여러분이 알고 계신 장년들의 진실이 있으시면 공유해주세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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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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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682435 | 작성시간 11.03.20 ㅋㅋㅋㅋㅋㅋ재밌어요. 번뇌와 어울리네요 ㅎ
  • 작성자천사의글귀 | 작성시간 11.03.26 ㅋㅋㅋㅋㅋㅋㅋㅋ 웃겼습니다.^^
  • 작성자Ashley♬ | 작성시간 11.03.2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밌었어요 ㅋㅋ 글잘쓰세요 ^_^
  • 작성자돌아가자앞으로 | 작성시간 11.03.28 저도 간만에 웃었네요 ㅋㅋㅋㅋㅋㅋ그런데 "볼일을 보고 바지를 내린 뒤, 셔츠를 팬티 안에 넣는 것이었습니다."<요건 조심하세요 ㅋㅋㅋ 아는 분이 그렇게 하셨다가 망신당한 기억이 있으시거든요~ㅋㅋㅋ
  • 작성자조pd 예~!! | 작성시간 11.07.03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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