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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속보 시대 최소한의 기사쓰기

작성자1980|작성시간11.05.08|조회수1,095 목록 댓글 7

바야흐로 속보 시대입니다. 많은 매체가 1분 더 빨리 쓰겠다고 아웅다웅합니다. 기사에도 오탈자 같은 '최소한'이 안 지켜질 때가 빈번합니다. 지난 5월5일 어린이날, 이를 보다못한 편집위원께서 '최소한 이정도는 하자'며 강연했습니다. 이 분은 과거 K신문에서 오랜 기간 다혈질 기자 생활을 해 오셨다죠. (지금도 휴대폰 배경글이 '인내'ㅋ) 30분~1시간 만에 그럴듯한 뭔가를 써 내야 하는 준비생분들도 참고가 될 것 같아 내용을 요약 전달합니다.

 

1. 기사(글)를 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

기사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소통'이라는 위원님의 말씀. 사실도 중요하고 이를 확인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게 소통하기 위함이죠. 하지만 위원님의 지적은 이런 원론적인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당면한 보도자료 저널리즘의 폐해였습니다.

 

"대중지라면 독자에 초점을 맞춰라. 최초 독자인 편집자가 봐서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다면 그건 기사가 아니다. 일기다. 현재 (송고된 기사중) 70~80%는 와닿지 않는 내용 많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많은 매체는 적게는 하루 5~6건, 많게는 20~30건씩 쏟아지는 보도자료란 놈에 매여 삽니다. 이렇게 보도자료 쏟아지는 날이면 '보도자료 머신'이 된 듯한 기분이 듭니다. 복사하기-붙여넣기의 유혹이 강하죠. 실제 적지 않은 사람이 그러고 있고요. 홍보성 수식어나 이해할 수 없는 전문용어가 여과없이 실리는 건 이 때문. 위원님은 이걸 지적한 겁니다.

 

위원님도 많이 바란 건 아닙니다. "기자가 이해하지 않고 쓴 글은 독자도 이해할 수 없다. 모르는 건 물어보라. 전문가에 물어봐라"라고 했죠. 정말 최소한이었습니다.

 

2. 단문 써라

"단어 나열만으로는 완전한 문장이 아니다. 가급적 모든 문장을 주어-동사 및 최소한의 수식어로 단문화 하라."

 

위원님의 '18번' 잔소리기도 한데 연습해 놓으면, 빠르게 글 쓸 땐 정말 도움이 됩니다. 물론 현실에서 단문만이 능사는 아니죠. 때로는 복문이나 중문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단문을 원칙으로 변화를 주는 게 문장을 더 탄탄하게 해 주는 것 같아요.

 

가령,

'나는 나무가 울창한 오솔길을 혼자 걷고 있었다'는

'나는 오솔길을 걷고 있었다. 혼자였다. 나무가 울창했다'로 하는 게 좋다는 거죠.

 

글의 첫문장은 더더욱 단문이어야 한다는 위원님의 말씀.

 

"첫문장이 길어지면 독자는 혼란스럽다. 혼란스러우면 안 읽는다. 안 읽을 뿐 아니라 그 면, 그 신문 자체에 대한 신뢰도 떨어진다. 제목과 첫문장은 쇼윈도 같은 존재다."

 

3. 최소 두 번을 읽고 고쳐라

 

"대작가도 글을 쓸 때 50번은 읽는다. 바쁘더라도 최소 두 번은 읽어라. 한번은 묵독, 한번은 작게 소리내서 읽어라. 리듬 끊기면 고쳐라. 완벽을 추구하는 마음 가져라."

 

지당하신 말씀. 많은 사람들이 느끼겠지만 자신이 썼던 순간과 쓰고 난 후 다시 읽을 때의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글 쓰는 게 익숙지 않은 사람일수록 그 차이는 크고, 제 아무리 글쓰기에 능숙하다고 해도 다시 보면 또 다른 느낌이라고 합니다.

 

"수학에서 100 빼기 1은 99지만 화학에서는 0이 될 수 있다. 글도 마찬가지다. 한 문장이 삐끗하면 글 전체가 망가진다. '디테일'의 힘이다. 세밀함 중요하다. 기사 1% 개선하면 신문 시장점유율은 그 이상 높아진다. (지망생이라면 필기합격률로 대체하죠^^) 신문은 기사가 상품이다."

 

기사가 몇 분 늦어지고, 그로 인해 팀장이나 데스크에 혼나더라도, 독자와의 소통이라는 기사의 기본 명제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면 두번, 아니 최소 한번은 다시 읽어보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어야겠죠.

 

음. 그런데 100 빼기 1이 0이 될 수 있다는 얘긴 약간 거부감 들었습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100을 두고 99를 하나 하나도 안 하나 그게 그거라는 얘기잖아요. 숨막혀요. 음.. 위원님은 100을 추구하라는 마음가짐을 말씀하신 거겠죠.

 

4. 공부하라

 

공부해. 뻔한 잔소리라 그런지 그럴듯한 법칙과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말에 물린 탓일까요. 공감은 안 됐습니다. 그래도 일단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1만 시간의 법칙. 뭐든 1만 시간 정도 하면 전문가가 되는데 하루 2~3시간씩 10년이면 1만 시간이라는 거죠. (그러고보면 초중고 12년 동안 입시전문가가 됐던 기억이..) 언젠가 미국 허드슨강에 여객기가 불시착했답니다. 고장이었겠죠. 그런데 노련한 조종사가 기지를 발휘, 인명피해는 없었답니다. 조종사는 "1만9000시간의 비행 경험 때문"이라고 했답니다.

 

제가 지난 5월부터 올 4월까지 1년여 동안 하루 평균 30분씩 축구 연습을 했으니까 약 180시간이 지났네요. 이상태로 50년 더 하면 저도 '메시'가 될 수 있는 건가요. 그 때까지 전 살아 있을까요.

 

5. 기본에 충실하라

 

이 역시 물리고 물린 얘기지만, 자꾸 잊어버리는 만큼 가끔 상기할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뮤지컬 공연에서 가장 바람직한 실패는 공개되지 않은 실패란 말이 있다. 실제 공연에서 실패하는 건 실패지만, 연습 때 수많은 실패는 피땀나는 연습의 결과란 의미다."

 

위원님의 마지막 멘트였습니다. 1~5번 얘기를 종합해 보면 '졸라게' 일하고, 남는 시간에도 또 공부하란 얘기였죠. 맞는 얘기지만 힘들긴 하네요. 어린이날 강연 듣고(일하고), 어버이날인 오늘(아침이 밝아오면) 당직 출근하고, 10일 석가탄신일 휴무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언제쯤 방정리 할 짬이 날까요. 적당히 쉬면서 재충전 하는 것도 '기본'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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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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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노센트맨 | 작성시간 11.05.08 다 아는데....기본인데...알고 있는데....라고 말하지만 참 실천하기가 힘든 것들이라는..TT...
  • 작성자흠냐리야 | 작성시간 11.05.09 18번... 일본어 잔재.... '한번' 같은 사례는 회사 양식에 따라 띄어쓰기 생략하는 경우도 많음. 예를 들어 '이 같은'을 '이같은'으로 쓰는 경우도 많음.
  • 답댓글 작성자1980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5.10 단골 손님 같은 표현이 좋겠네요. 한 번도 용례에 따라 붙여 쓸 때가 있다죠. 예를 들어 "한번 해 봐" 할 때.
  • 작성자긍정의무한힘 | 작성시간 11.05.16 다시 읽을 때 리듬감을 살려라!!! 명심하겠습니다.~~ 한 번/ 한번 의 경우 앞은 한 번, 두 번, 세 번, 등 반복적인 행동을 할 의지가 있을 때 사용하는 걸로 알고 있고, 뒤의 한번의 경우 '일단'과 같은 의미로 알고 있어요~.
  • 작성자Sublation | 작성시간 11.12.27 우렁각시 제도를 도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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