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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끼적임]]잊을 수 없어서 이렇게라도 시원하게 풀어놔 보렵니다ㅠㅠ길어요

작성자HUIZHEN|작성시간11.06.07|조회수1,950 목록 댓글 12

1

 

오래간 만에 만난 친구는 참 행복한 소식을 전해왔다.

스무살 때 자신을 설렘에 잠도 이루지 못하게 했지만,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에게 시큰둥해서 가슴앓이만 계속하게 했던 그 남자를 다시 만났다는 것이다.

내 친구는 무려 3년 전에 그 남자를 보고 느꼈던 감정들과

그 사람으로 인해 생긴 삶의 크고 작은 변화들을 담아 지금 군대에 있는 그 남자에게 편지를 썼고

그 남자는 내 친구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결과가 어찌될지는 몰라도 현재까지는 너무도 희망적인 상황이 아닌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내 친구의 용기를 칭찬했고, 웃으며 축하한다 말했지만

내 마음 한 구석이 가만히 아려오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나는 그 때 왜 좀 더 용기를 내보지 못했을까.

아니 그랬더라도 결과는 똑같았을 텐데.  

내게도 그런 아련한 기억이 있다. 아련하기만 하면 좋을텐데 아프기까지 하다.

 

그런 사랑, 그런 이별 한번 해봐야 비오는 날 감성에 젖어 떠올릴 추억이라도 있다고들 한다.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 기억이 웃으며 회상할 수 있는 추억이 될 것 같진 않다.

한참이 지난 지금도 추억이라 부르기엔 아직도 가슴이 너무나 시리기에. 

 

2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넘어갈 무렵의 그 일요일, 

나는 사귀기 전에 손을 잡는 게 말이나 되냐고 생각하던 갑갑한 사람이었음에도

그 날 처음 만난 너의 손을 뿌리칠 이유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냥 모든 것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맞닿은 두손이 너무나 당연하게만 느껴졌다.

조금은 차가웠던 그날의 밤공기는 오히려 손끝에 닿은 사람의 체온이 참 따뜻하다 느끼게했기에

너는 아직도 나에게 따뜻함으로 기억된다.

 

너와 만났던 다음날 그 때 그 월요일, 너와 끊임없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 너무나 설레서

제대로 차비도 하지못하고 집밖을 나서 바쁘게 강의실을 향해가던 내 눈에 보이던 학교의 풍경은 

놀랍도록 이전과는 다른 빛깔을 띄었기에 나는 피식 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전에 느껴왔던 연애감정을 모두 그저 사소한 마음으로 만들어버렸던 그는 

그렇게 내 세상을 바꿔놓았다. 

그토록 강렬한 끌림은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3

 

하지만 오해가 모든 걸 그르쳐 버렸다.

아니, 그냥 다가오는게 쉬운만큼 없던 일로 만드는것도

쉬운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냥 그 오해를 넘어 다시 나에게 오고싶을만큼의 마음은 애초부터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날 밤 네 친구는 네 마음은 헤아리지도 못하고 대체 왜 그랬냐며 나를 다그쳤고

너를 잃을가봐 불안했던 난 술취해 네 앞에서 울고야 말았다.

화장이 번지겠다며 다정히 내 눈물을 닦아주던 너를 보며 나는 안도했지만

그건 그저 취해서 울고있는 여자에게 베푸는 친절일 뿐이었나보다.   

 

넌 나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않았다.

널 시험하려했던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궁금한 걸 너에게 묻지 않고 그런식으로 내 궁금증을 해소하려했던 게 잘못되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나도 이유가 있었고 내가 그렇게 행동하도록 이상하리만치 부추긴 사람도 있었다고

말할 기회조차 넌 내게 주지 않았다. 

너에게 난 딱 그 정도라서였을까. 

 

이유없이 끌리던 너의 모든 것이 아직도 내 머리속에 생생하다.

무덤덤한듯 따뜻한 말투,

나와는 다르게도 거침없이 다가오던 모습,

솔직하지 못한 나를 부끄럽게 만들던 그 솔직함.

 

그리고 너와 만나 너무 행복한데도 동시에 불안해 미칠것 같던 내 기분 역시 기억한다. 

이런 끌림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또 행복했던만큼 나는 더 불안해해야만 했다.

 

내가 모자라서 나는 내 마음하나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답답한 사람이라서

너와 같이 느끼는 그대로 표현하는 사람의 마음은 영영 얻지 못할 것 같았다.

바보같고 서툰 내가 싫었다.

 

타이밍이라는건 정말 무서운거라서

그 순간해야할 말이나 행동을 그순간에 하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게 될수도 있다는 걸 나는 그때 알게되었다.

 

4

 

사실 너와 나는 과거도 현재도 너무나 달랐고 그것은 우리의 미래마저도 다르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과거를 지나왔고 비슷한 현재를 살고있으며 역시 비슷한 미래를 살아갈 사람 중에서 아직까지는

너처럼 따뜻하고 진솔한 사람을 만나본 일이 없다.

계산적이고 연애에 있어서도 이해타산을 따지는 이들이 대부분이니.

 

나는 아직도 나도 모르게 너와 닮은 모습들에 눈이 간다.

투박하지만 따뜻했던 전라도 사투리, 네가 자주입던 트레이닝 복, 심지어 네가 피우던 담배까지도.

하지만 사랑받아 행복했던 추억들 역시 아프게만 느껴진다.

 

너를 추억해도 너는 돌아오지 않을테니 내가 이러는 건 참 의미없는 행동일 것이다.

이 감정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동시에 그 안에 매몰되어 있는 내가 미우면서도 미워할 수 없다.

 

내가 끊임없이 널 떠올리는 건 지금의 나는 그때 너에게 느꼈던 끌림,

그 이상의 끌림과 다시는 마주할 수 없을 것 같아 두렵기 때문이다.

아니, 너 이상의 따뜻함을 만나지 못할가봐 무서운 거다.

그때의 나로는 영영 돌아가지 못할까봐 불안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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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답답해서 글써봤어요ㅠㅠ투박한데다 길어서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시려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감,조언해주시면 넘 고마울거같애요!!!

내가 못나서 부족해서 매력이 없어서 그 사람을 놓친 건 아닐까 문득문득 생각이 들 때마다 너무 슬퍼져요ㅠㅠ

왜 그렇게까지 매정하게 날 무시했는지 그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 말해준적도 없이 일방적으로 연락도 안받고....

자신이 없어서 미친듯 내 연락 좀 받으라고 매달리진 않았었지만....

한달도 안되 곧 여자친구 생겼다는 걸 알게됬어요...ㅜㅜ

날 내친 이유야 짐작할 수 있긴 하지만 자기 입으로 얘기하지도 않고 그냥 잠수타니까 사람 미치겠더라구요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던 아픈 기억입니다ㅠㅠ지금도 종종 떠올리믄 너무 속상하구요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겠죠ㅜㅜ다시 그렇게 누군가에게 반할 수 있겠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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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1980 | 작성시간 11.06.08 아련하네요. 그런데 추억은 추억일 때 가장 아름다울 것 같다는.. 뭐 인연이 다시 닿는다면 그것 또한 뭐시기하겠지만요..ㅎ
  • 작성자아프리카가야지 | 작성시간 11.06.09 진짜 완전 공감이요.
  • 작성자녹차라떼연하게 | 작성시간 11.06.09 너에게 난 딱 그 정도라서였을까... 아.. 무척 감정이입됩니다ㅎㅎ

  • 작성자likeadream | 작성시간 11.06.10 아아 너무나 감정이입되는글이네요 휴 시린가슴이 느껴지니 소주한잔이 고파집니다
  • 작성자케세라세라. | 작성시간 11.06.14 사람사는 세상, 사랑과 이별의 감정이 각각의 스토리지만, 그 깊이와 정도의 차이가 물론 있겠지만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문장 하나하나에서는 내가 하는 말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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