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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내 사랑하는 여자친구는 아나운서 지망생

작성자토르|작성시간11.07.01|조회수4,189 목록 댓글 30

제 여자친구는 아나운서 지망생입니다.

 

저와 만난지는 이제 일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저를 만나기 반 년 전부터 아나운서를 준비했고요

이제 1년 반이 다 되어 갑니다.

 

지난 1년간 그녀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거의 다 잡은 합격의 기회를 심사위원들의 어이없는 편견과 이기심으로 놓치는 것을 보고

그녀도 저도 많이 슬펐습니다.

 

참 좋은 사람인데 그리고 참 깨끗한 사람인데....

참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리고 참 훌륭한 사람인데....

왜 알아주지 않을까....

 

이 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잠시 다른 길을 바라보며 준비를 하기도 하고 계속되는 어려움에 주저앉을 뻔도 했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어지는 실패와 불운속에서 그녀는 많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힘들었을 겁니다.

 

최선을 다한 시험에서 기대하고 있던 시험에서 낙방이라는 결과를 받아들고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그녀를 보고

 

저도 사실 속으로 참 많이 울었습니다.

 

"오빠, 나 떨어졌어...."

"......"

 

"미안해요. 늘 이렇게 도와주는데...."

"괜찮아! 인연이 아니라서 그런 걸거야. 포기하지마요. 넌 충분히 해 낼 수 있어. 우리 최선을 다해보기 전까지는 포기하지말자."

 

"나 계속 이 일을 준비해도 될까요?"

"그럼. 난 믿어요. 분명히 기회는 올거에요. 그때를 기다리며 준비를 차근차근 잘 해보자. 힘 내. 오빠가 있잖아." 

 

".....ㅜ.ㅜ"

 

지난 시험 낙방 후 그녀와 나눴던 이야기입니다.

 

사실 그녀가 이 시험을 그만 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기도 싫었고 다른 일을 해도 충분히 빛이 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랑스런 그녀의 눈에 또다시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더욱 강해졌습니다.

실패가 거듭될수록 더욱 강해졌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에 하루하루 안타까울 정도로 자신을 학대하며 시험을 준비합니다.

 

끝없는 방송 모니터, 딕테이션, 여러 개의 스터디, 신문탐독, 시사상식, 작문, 논술, 영어, 제2외국어, 

뉴스, MC, 내레이션, DJ, 중계, Q&A, 다이어트, 운동, 개인기 준비 등 살인적인 스케줄을 만들어 준비합니다.

무슨 시험이 이렇게 할 게 많습니까? 다들 이렇게 준비 하시나요? 제가 이 시험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하루에 두 세시간밖에 못자면서도

잠은 안잘 수 있겠는데 자꾸 흐르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그녀.

정말 건곤일척의 마음으로 이번 시험에 임하고 있나봅니다.

 

정말 그녀는 대견합니다. 1년 사이에 달라지기도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작년 KBS 1차 때 벌벌떨며 카메라테스트를 마치고 불합격 소식을 들었던 그녀는

이번 시험에서 가볍게 1차를 통과했고

옆에서 보기 안쓰러울 정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필기시험까지 합격해냈습니다.

 

한 단계씩 척척 통과하는 그녀를 보며 참 자랑스러웠습니다.

 

남자친구로서 최선을 다해 돕는다고 도왔지만 턱 없이 부족했을텐데

스스로 여기까지 올라온 그녀가 참 고마웠습니다.

 

어제 잠시만나 커피를 마시며 시험에 대해 함께 의견을 나눴습니다.

 

잠못자고 준비하느라 움푹들어간 눈에 너무나 피곤한 나머지 잿빛으로 변해버린 그녀의 얼굴을 보고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쉽다는, 더 완벽해야 한다는 그녀의 말이 대견했지만

이토록 그녀를 고생시키는 이 시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오빠, 나 오늘 정말 초췌하죠??"

"아니. 초 이뻐. 근데 좀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겠어?"

"그래서 오늘은 일찍 잘꺼에요! 내일은 시험이니깐!^^"

"꼭 일찍 자야 돼!^^"

 

이야기를 마치고 커피숍을 나서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습니다.

둘 다 우산이 없었습니다. 저는 행여 비 맞고 감기라도 걸릴까봐 근처에서 우산을 사와 그녀의 손에 쥐어줬습니다.

그녀를 닮은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하얀 우산이 맘에 든다며 싱글싱글 웃는 그녀. 피곤한 얼굴에 잠시 생기가 들어옵니다.

작은 우산하나에 신이나서 미소짓는 그녀를 보며 저도 모르게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는 꼭 웃게 될꺼야. HMS야....'

 

이글을 게시판에 올릴 때쯤 그녀는 3차 테스트를 치르고 있을 겁니다.

제가 이 시간까지 잠도 못자며 걱정하다 이런 글을 적는 것도 모르는 체 말이죠.^^(지금 시각 새벽 네시 반이네요ㅠ.ㅜ)

사실 그녀가 시험을 치를 때마다 잠을 제대로 자 본적이 없습니다. 물론 그녀는 잘 모르지만요. 하하핫

 

아직도 그녀는 준비가 부족하다며 걱정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전 '이렇게 시험을 준비하면 합격할 수 밖에 없다'라며 그녀를 추켜세워 줍니다.

자신감은 항상 가장 중요한 덕목이니까요.

 

오늘 치를 이 중요한 시험에서, 그녀가 자존감은 낮추고 자신감은 가득 높여 신나게 기량을 발휘하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그리고 머지 않은 미래에 꼭 아나운서가 돼서 그녀가 원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회사일에 치여 잘 챙겨주지도 못하는 남자친구 덕에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나가고 있는 그녀.

 

힘든 시험을 치르고 올 그녀에게 오늘 저녁엔 소고기를 사줘야겠네요!

 

HMS야 사랑해. 그리고 힘내. 곧 훨훨 날아오를 날이 올꺼야. 

오빠가 있잖아. 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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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개인적인 글을 기꺼이 봐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ㅠ.ㅜ

힘들고 외롭게 싸워나가는 그녀가 너무 측은해서 이렇게 징징거려 봅니다.

아나운서 지망하는 여친을 둔, 한 어리석은 아해의 끄적임이니 여러분 어여삐 여겨주시옵소서.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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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해낼여자 | 작성시간 11.07.03 꿈을 이루기위해 열심히 노력하시는 여자친구분의 모습이 참 멋지고 아름답게 느껴져요. 좋은 소식있길 바랄게요^^ 파이팅!
  • 작성자스스슥 | 작성시간 11.07.04 울적한 글들보다 훨 좋은데요 ㅎㅎ
  • 작성자긍정의무한힘 | 작성시간 11.07.05 부러울따름.............
  • 작성자그대웃어요 | 작성시간 11.07.06 갑자기 공부가 땡기네요ㅋㅋ
  • 작성자뾰루지 | 작성시간 11.07.13 내가 이런남친만 있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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