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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스트레스"

작성자1980|작성시간11.10.04|조회수1,802 목록 댓글 40

리쌍 그룹에 개리란 멋진 래퍼가 있다. 요새 여기저기 예능에 나오더니 "스트레스"라는 유행어를 만들더라.

스트레스도 받고 하니 이 유행어를 되뇌게 된다. "스트레스"라고 큰 소리로 외치니 익살맞기도 하고, 욕보다 듣기도 좋고..

 

스트레스 1.

지난 주말 스쿠터를 타타 차와 접촉사고가 났다. 큰 사고는 아니었다. 나도 오토바이도 멀쩡하니. 그런데 문제는 그 차가 출시 1개월 째인 새차. 7000만원짜리. 잘잘못을 따질 게재가 아니었다. 본인 과실 20~30%만 나온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수리하면 연봉 절반 가까이가 '훅.' 무조건 잘못했다고 할 수밖에. 싸게 수리해 준단다. 고맙더라. 그래서 오늘 연락받은 게 2XX만원. 생각보다는 싸다. 고맙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싼 건 아니다. 한 달 월급 '훅.' 스트레스!

 

스트레스 2.

요새 사내 행사 준비가 한창이다. 온갖 잡일을 다 한다. 상상 그 이상이다. 말할 사람, 들을 사람을 모두 우리가 모은다. 혼자 치는 고스톱 같은 느낌. 그렇다고 평소 일이 없는 건 아니다. 그대로다. 밀려 있다. 뒷목이 평소보다 더 뻐근하다. 다들 힘들다는데, 힘들기 경연대회에 나가서 겨뤄보고 싶다. 시간/월급/정신공황/보람/휴가 이 모든 걸 다 더하면 나는 분명 '직장인' 상위권에 랭크되리라. 음. 이렇게 한 달 일해 번 돈이 어느 친절한 분의 고급 외제차 수리비로 다 나갔다. 스트레스!

 

스트레스 3.

부모님이 요새 부쩍 결혼 얘기를 한다. 우리 집은 원체 자유분방했는데. 간간히 결혼 얘기를 묻는다. 많진 않지만 집에 있는 시간. 자거나 영화보거나 책보거나 자거나 먹거나 눕거나.. 그냥 나를 방임하고 싶은데 부모님은 대화를 원한다. 스트레스! 가족 뿐 아니다. 친구들과도 정신 없다. 늘상 사람들과 대하니 친구들과 함께 당구를 쳐도, 함께 만화를 봐도 마치 일하고 있는 착각에 사로잡힌다. 빨리 이 친구와의 만남을 마치고 집에서 쉬어야지. 이런 느낌. 게다가 결혼은 언급 자체로 골치.. 그리고, 스트레스!

 

스트레스 4.

어제 밤 게시판을 둘러보니 남녀 대결 구도다. 분명 남녀 차별은 존재한다. 대다수가 인정한다. 그 정도가 줄어들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고, 궁극적으로는 동등해져야 한다는 것도 상당수가 인정한다. 문제는 '원인'과 '해결책'. 원인은 남성 중심 사회에 있다고 치자. 언제부터였는지는 몰라도. 해결책은. 슬프지만 여성 스스로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회·제도적으로 정책적 방안을 내놓을 순 있겠지만 그 또한 대다수 결정권자가 남성이라면 한계가 있다. 스스로 노력해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라. 일어나라! 적잖은 남성이 편견을 갖고 있다고 절망만 하지 말고 하나씩 개선하라! 무능남들이 군대 얘기로 아우성치는 걸 보니 역전의 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대들은 시대를 거스르는 혁명가다.

 

말해 놓고 보니 이 또한 스트레스다. 여성은 분명 우수하다. 주위를 보면 추진력이 뛰어나다. 기억력도 좋다. 꼼꼼하거나. 심지어 일부는 사교성이 좋은데다.. 허거걱.. 예쁘기까지 하다. 남성인 거 하나밖에 내세울 게 없는 나 같은 사람은 곧 이 지구상에서 도태될 터. 힘 쓰는 기술이라도 배워야 할텐데 근력도 없다. 스트레스!

 

스트레스 5.

이렇게 스트레스를 '배설'하고 있으려니 친구들이 카톡으로 퇴근하고 싶다고 난리다. 얘네들 막 자정에 퇴근한다. 아직 한참 남았다. 어랍쇼, 공무원 친구는 왜 주말에도 출근하누? 주위 기자들이 바쁘다고, 사양길이라고 난리던데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그냥 요샌 다 그런 것 같다. 기자들의 담배피는 소리, 홍보실의 지친 목소리, 당직 선배의 힘없는 업무지시.. 친구들의 푸념.. 모두가 지쳐 있다. 당최 탈출구가 없다. 직장인도 이럴진데 직장 들어가자고 준비하는 학상들,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은 또 얼마나 아플꼬. 첩첩산중이다.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뭘 해도 고생이다. 탈출구가 없다. 홧김에 회사 때려치운다고 해 봤자다. 어디 좋은 데라고 옮겨 봤자 자정까지 야근, 주말까지 특근이다. 남들 부러워한다는 외국계 기업이 그렇고, 공기업이 그 모양이다. 무엇보다 가고 싶어도 갈 능력도 없다. 스트레스!

 

다행인 건 오늘 퇴근 하고 나서 직장인 축구클럽이 열린다는 것. 한두시간 뛰고 나면 다시 의욕이 되살아난다. 그 속에서 난 다시 박지성이 되고 메시가 된다. (그들의) 주급이 수억원이니까 2XX만원 쯤 내고도 이달 생활비는 충분하다. 게다가 사내 행사도 모레면 끝이다. 지금껏 못 쓴 '여름'휴가도 곧 쓸 수 있을 터. 결혼까지는 몰라도 집에서 신나게 뒹굴다 지친 끝에 친구들 만나는 재미가 쏠쏠할 거다. 마음 속은 벌써 '하와이'를 거닐고 있다.

 

ps. 공공게시판을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사용해서 죄송해요. 뒷이야기잖아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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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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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1980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10.06 그쵸. 빈부격차는 심화되고, 언론은 혼탁해지고, 서민들 삶은 팍팍해지고.. 그래도 "스트레스" 외치고 열심히 살아야죠 뭐. 살거라면 즐겁게ㅋ
  • 작성자마지막!! | 작성시간 11.10.06 오빠 힘내요!! :)
  • 답댓글 작성자1980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10.06 움? 님도용~
  • 작성자비각 | 작성시간 11.10.06 흠.. 어제 술을 마셔야하는 날였구나. ㅠㅠ
  • 작성자스스슥 | 작성시간 11.10.22 스쿠터에게도 보험이라는 마음의 양식을 선물하세요. // 님글 보면 '난 아직 멀었구나'를 자꾸 일깨워 주십니다, 그려.. ㅎㅎ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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