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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2: 45
친구들과 자리를 파하고 집에 가는 길. 집에 가기 싫은 밤이라는 걸 아는 건지...그런 기분이 드는 밤이면
언제나 택시기사 아저씨들은 빠른 길만 피해간다. 이성적인 사고는 캔맥주 안에 담배꽁초와 함께 버렸다.
요금이 왜 이렇게 많이 나오냐고 할 만 하지만 난 불평하지 않는다. 그저 생각할 시간을 벌었다는데 위안을
삼는다.
라디오에선 말 많은 디제이가 쉽게 웃어주는 게스트와 수다를 떤다. 노래는 틀지 않는다. 디제이와 게스트의
목소리가 새벽 공기와 만나 공명을 이룬다. 평상시엔 듣기 싫어서 주파수를 돌려달라 했겠지만,
뭐 듣고싶은 노래도 없으니까...
그래서 기사 아저씨한테 말을 걸지 않았다. 지금의 균형이 깨지는 것이 난 두렵다. 귀를 닫고 밖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리고 밤거리에 내 생각을 던진다. 그림자는 소리없이 내 생각을 받는다. 반복적으로 지나가는 가로등의 불빛이
나도 모르게 눈을 게슴츠레 뜨게 만든다. 내 눈의 초점을 뺏아간다.
알수 없는 말에 디제이가 폭소를 터뜨린다. 굳은 표정이었던 기사 아저씨도 함께 웃는걸 보니 요즘 뜨는 유행어인 것
같다.
어쩌면 나만 섬인건 아닐까.....
일단은 그 기분이 싫진 않다. 혼자 밤거리를 둥둥 유영하는 이 기분이 싫지는 않다.
...
AM 03:00
끝내 누군가의 신청곡이 소개된다. Stop crying heart out...한 때 참 좋아했었던 노래다. 내가 지금 생각하는 그 아이는
지금 이시간에 무얼 하고 있을까. 그 아이도 나처럼 혼자 이 밤을 둥둥 떠다니며 보내고 있을까. 긴 하루가 잠시 잠드는
이 시간에, 너의 의식은 어디를 떠다니고 있을까. 밤 그림자 어딘가에 너의 의식이 있다면, 그것만이라도 만져볼 수 있다면
내가 너를 조금이라도 잊을 수 있을까. 이젠 그럴 자신도 없다. 내 마음은 아직도 널 찾지만, 정작 너와 나눠가질 마음의 공간은
없다.
몽롱함이 극에 달해 생각마저 흐려질 찰나에 크게 통화중인 목소리가 귀에 붙는다. 먼저번에 잡힌 술 약속이 취소된 모양이다.
전화를 끊는 손놀림이 뭔가 퉁명스럽다. 토라진 걸까. 얼굴을 보니 맞다. 미터기 바로 위에 붙은 비뚤어진 가족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 속의 그도 왠지 토라져 있는 듯 보인다.
방황하게 되는 건 목적지가 없어서
혹은 갈 길이 없어서일까
갈 곳은 많아도 그 어디에서도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일까
생각하는 찰나, 차창에 물방울이 톡톡 때리기 시작한다. 어느새 비가 한참이나 내린 듯 빗물이 길바닥에 고였다. 우산이 없다는
걱정을 잠시동안 하다 체념한다. 어차피 썩은 자취방에 비맞고 들어가봐야 잔소리할 사람도 없으니까. 횡단보도 앞 교통사고
전광판이 가로등도 뜸한 집앞 도로변에 혼자 환하게 켜져 있다.
어제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 사망 1
축축하게 때려대는 빗물에 웅웅대는 바람소리가 마치 우는소리같다. 눈물샘이 옥죄였는지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사망이라는
단어 옆에 쓰여진 숫자 1이 왠지 더 쓸쓸해 보여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죽어서도 도망칠 수 없는 외로움이 명치를 파고 들어온다. 외로움...피하기엔 너무 늦은 것 같다. 난 지금 위험하니 부딪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모두가 날 피해갔으면 좋겠다.
비가 와 미끄러진 내 마음
I need an airbag....
*이 글은 Tablo의 신곡 Airbag의 가사를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초능력자 작성시간 11.10.14 아, 노래 와닿아요. 경험한 기분 같아요. 제가 미끄러질 땐 그림자가 airbag기능 해줬어요. 땅에게용~ㅎㅎ 나는 아프고, 아스팔트는 안아프고. 땅을 지키려고 내 몸에 기생하는 이 나쁜 그림자...수많은 생각을 먹고 자라났군요.;; 잘 읽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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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1980 작성시간 11.10.14 에어백. 그건 최소한이죠. 가장 중요한 건 차체 강성입니다. 고장력 강판을 얼마나 썼으며, 얼마나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됐느냐가 큰 사고 때 생명을 구하는 첫번째입니다. 당장의 접촉사고엔 에어백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에 앞서 '차체 강성'을 키우려는 노력 계속 해 나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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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야구소년 작성시간 11.10.14 F1 운전석 수준으로다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