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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인천CGV 여자 화장실

작성자초능력자|작성시간11.10.17|조회수2,513 목록 댓글 22

  나는 멋있는 남자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탄다.

 

  멋있는 남자는 멋있는 왼팔을 애인의 어깨에 두르고 있다. 그는 오른쪽 집게손가락 하나로 세 사람이 탄 승강기를, 4층까지 밀어서 잠금 해제한다. 커플이 먼저 내리고 뒤이어 내가 내린다.

 

  영화관에는 CGV측에서 데모버전으로 깔아놓은 팝콘 냄새가 진동한다. '공짜로는 코로 맡는 것만 허용됩니다.' 하여 9000원짜리 에이드콤보세트를 정식 구입한다.

 

  음료 두 잔과 스낵통을 한꺼번에 들기는 버겁다. 팝콘의 허리에 왼팔을 두르고, 오른쪽 엄지손가락으로 핸드폰을 밀어서 잠금 해제한다. 친구의 전화기가 승강기에서 내리지 않는다.

 

  나는 혼자서 영화를 본다.

 

  음료와 팝콘을 먹으면서. 화면과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자리가 넉넉하고, 간식이 많다. 이 풍요는 어디까지일까? 무릎이 근근하여 다리를 편다. 전부 펴진다. 뒷목이 뻐근해 고개를 뒤로 젖힌다. 아무도 없다. 이상하다. 앞에 앉았는데.

 

  그렇다. 나는 혼자서 영화를 본다. 바로 내 방에서.

 

  11관 입구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극장에서 홀로 영화 보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에이드 500ml(250ml x 2개)는 너무 많다. 막이 내린 후 만원(滿員) 화장실에서 차례를 기다릴 때 눈물이 날지도 몰라서. 요즘은 손 건조기 바람에도 날아갈 만큼 약해져 있으니까.

 

  영화가 끝나서 화장실에 간다. 언제나 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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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친구가 내 전화를 받는다.

  "초능력자, 미안해. 나 핸드폰을 변기에 빠뜨렸었어. 니 번호 몰라서 연락 못했다. 드라이기로 말려서 이제 켰는데, 화면에 터치가 잘 안돼. 뿌잉뿌잉."

 

  초능력자가 대답한다.

  "야! 니 죽을래?"

  곧이어 다시, "괜찮타. 빨리 고쳐라. 영화... 다음에 보지 뭐."

 

  친구의 스마트폰에 100명도 넘는 물방울 관객들이 탔었다. 정원 초과로 타면은 아무도 올라오지 못하니까, 다음에는 너 혼자 와.

  ㅜㅜ

 

  토요일 날 내 뱃속에 쌓였던 팝콘 모양의 앙금들을 항문까지 밀어서 잠금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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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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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sy----- | 작성시간 11.10.21 뭔 소린지...참..이런식으로 쓰면 재미있음.?...짱만 남..
  • 답댓글 작성자산타너구리 | 작성시간 11.10.21 짱나면 안 읽으면 되지 본인이 읽고 본인이 짱나면 본인 성격만 힘들어지죠. 다양성이 인정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짱나는 분이 있듯이 재밌어하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는것 잊지마세요.
  • 답댓글 작성자chocomint | 작성시간 11.10.22 인생 까칠하게 사시는 분 여기 또 있네. ㅋㅋ
  • 작성자Muse♡ | 작성시간 11.11.06 막 상상하면서 읽어서 잼났어요!!!ㅎㅎ
  • 답댓글 작성자초능력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11.07 뿌잉뿌잉. 고맙습니다. ㅎㅎ 저 요즘 잠이 안와요. ㅜㅜ 다크서클이 몹시 심해요, 슈슈.
    활기찬 한 주 시작하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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