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뒷 이 야 기 들

그래서 고마운 일.

작성자ㆀ바나나두리ㆀ|작성시간11.10.26|조회수1,209 목록 댓글 12

2년 전만 같았어도, 오늘처럼 합격자 명단에 제 이름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세상 떠나갈 듯 펑펑 울고,

친구한테 전화해서 힘들어 죽겠다 징징거리고, 더하면 엄마한테까지 전화를 걸었을테지만.

 

오늘은 담담하답니다. 내심 기대하고 있었어도 그냥 하루종일 집에서 좋아하는 드라마 보면서

족발 시켜먹고 차 끓여먹고, '아, 그럼 내일부터는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야겠구나.' 또 다짐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최종면접 가면 하고 싶었던 말들 좀 더 아껴두었다가 요리조리 살 붙이고 포장해서 나중에 더 멋지게 말할 수 있겠구나 생각도 해보구요.

 

작년 여름 저는 너무나도 큰 상처를 받아서,

정말 지금 생각해도 또 눈물이 펑펑 쏟아질만큼 다쳐서 한참동안이나 제정신이 아니었답니다.

내가 한 말 돌아서면 까먹고. 헛소리도 하고.

어떻게 세상을 떠야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를 할까 몇개월을 고민했지요.

5살 이후부터 작년 봄까지 울었던 눈물 다 합쳐도 안될만큼 한 20년치 눈물을 흘린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건드리면 툭 울음보 터지던 제가 올해부터는 '얜 눈물이 별로 없어'라는 말까지 들을 만큼 무덤덤한 사람이 되었어요.

감정이 메마른 건 아닌것 같아요. 그런데, 가시덤불로 가득차서 이리저리 저를 상처내던 제 인생의 그 큰 산, 그 시간들 지나고 나니 오늘의 일 정도는 별 일아니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아마도 작년에 다치지 않았다면, 오늘부터 며칠간 넋놓고 울고 투정부리고 심술을 있는대로 표현할텐데

오늘은 기특하게도 '그럼 내일은 늦잠 자지말고 일찍 일어나서 공부해야지.'라고 다짐했으니까.

푸른색 설익은 바나나가 노랗게 익어가듯 저는 세상에 나가기 위해 영글어가고 있는거겠지요?

 

짱돌로 찍히면 죽을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살아있고.

이제는 그것보다 작은 돌이 날아오면 '뭐 좀 아프다 말겠지'라는 생각에 덤덤할 수 있게 된것이라고나 할까요?^^

오늘의 불합격 통보는 사실 날아오는 자갈도 아니고, 재채기 좀 나는 '먼지' 정도에요.

에취! 몇번 하고 콧물 닦고 그냥 가던길 가야지요^^

 

아직 서른도 안됐으니, 앞으로 펼쳐질 제 인생에는 정말 명줄 놓고 싶은 순간들이 몇번이나 더 찾아올지 몰라요.

이 정도 쯤, 미래에 겪을 일의 발톱의 때만도 못할지도 모르죠.

 

그래서 한번 더 마음을 가다듬으려, '앞으로의 취업준비생 생활에서 약해지지 않겠다' 스스로 다짐하고 또 여러분께 공표하려 게시판에 글을 썼답니다.

 

세상에 제게 일어났던 모든 일들, 아무리 나쁜 일이었어도 결국엔 저를 성장시켰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깨닫게 되었답니다.

누군가 또는 어떤 일이 여러분의 마음을 찢어놓으면 지난 후엔 마음 다스리는 법을 배울 것이고요,

누군가 여러분을 밀어 넘어뜨리면, 다음번에 누가 또 밀어도 재빨리 피하거나, 아님 좀 덜아프게 넘어지는 '낙법'을 익히거나, 넘어져도 금밤 일어나는 법을 배울 거에요.

 

그래서 오늘의 실패도 고맙습니다.

자만했을지도 몰라요.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깨우침을 줘서 고맙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1980 | 작성시간 11.10.28 좋네요. 버릴수록 담을 게 많아지는 듯.
  • 작성자월영 | 작성시간 11.10.28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데 두게 되나니. - '보왕삼매론'
  • 작성자purple | 작성시간 11.10.30 건승하시기를 빕니다.
  • 작성자정석진 | 작성시간 11.10.31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함께 이겨내자구요!
  • 작성자i love korea | 작성시간 11.11.02 공감되네요... 우리 힘냅시다! 아자아자^^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