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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언시해방을 위해

작성자월영|작성시간12.01.25|조회수1,886 목록 댓글 11

나치가 연합군에 항복하기 8개월 전인 1944년 성탄절부터 1945년 1월1일 일주일 동안 수용소에 있던 유대인들의 사망률이 급상승했습니다. 그 기간 특별히 나치의 학대가 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식량 배급이 줄어든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간 많은 유대인들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대인으로 수용소에 갇혀 있던 빅터 프랭클은 그 일주일 동안 유대인들이 갑작스럽게 많이 죽어간 이유를 `심리`에서 찾았습니다.

 

당시 유대인 수용소에서는 그해 성탄절이 지나면 바로 해방이 되고 집에 갈수 있을 거란 소문이 돌았다고 합니다. 이는 정확한 근거가 있다기보다 유대인들의 막연한 소망과 희망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무렵이 지나도 현실은 전혀 변화가 없었습니다. 여전히 수용소에서 해방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심리적으로 낙망한 사람들이 평소 보다 많이 죽어갔다는 것이지요.

 

빅터 프랭클은 훗날 자신의 책에서 "수용소에서 끝까지 소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 살아남았으며 반면 소망을 포기한 사람들은 이후 절망을 이기지 못하고 죽였다”고 적었습니다. 이를 발전시켜 “삶의 의미를 깨닫는 것이 극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빅터 플랭클에 대한 자료를 찾으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최근 제가 읽은 다른 책에선 빅터 플랭클과는 다른 시각으로 생존자들의 생존원인을 제시해 흥미로웠습니다. 끝까지 해방이 되리라는 소망을 잃지 않은 사람뿐만 아니라 애초에 해방이 될 거라 기대를 하지 않았던 이들도 결국 살아남았다는 것이지요. 성탄절이 지나면 해방이 될 거라는 소문이 확실한 근거에 바탕 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그저 여느 해의 성탄절처럼 1944년 마지막 일주일을 보냈고 이들이 1945년 8월 해방을 맞이했다는 겁니다. 거짓 희망에 들뜨지 않았던 이들은 살아남은 거죠.

 

한 해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지난해를 자신의 꿈을 이룬 해로 보냈을 것이고 어떤 이들은 좌절의 기간으로 지난해를 기억할 것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각자의 위치는 모두 다르겠지요.


꿈과 희망을 북돋워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그 현실에서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것이 부족하고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그 노력을 스스로 감내할 수 있을지, 그냥 마음만 앞선 바람일지 차분히 생각해보라 한 번쯤 말씀드리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합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발걸음으로 꾸준히 차곡차곡 하루의 밀도를 높여 살다보면 어느새 `언시 해방`의 날이 오지 않을까요. 마음만 앞선 기대와 희망 그리고 근거 없는 긍정에 스스로가 속고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냉철히 생각해 본 다음에요.

 

덧붙이자면. 우리 모두 똑같이 원하는 걸 다 이루진 못하겠지만 우리가 개별적으로 각자의 행복은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행복이 꼭 특정 시기 무엇을 성취하느냐 마느냐는 또 별개라는 거.  카페 생활 10년에 더불어 깨닫는 삶의 의미 중 하나입니다.올 한해 행운들이 함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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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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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캐시미어 | 작성시간 12.01.26 와 멋진 글입니다. 10년이나 되셨다고 하시길래 가입일을 보게 되었습니다. 2003년. 내공이 느껴지네요 ㅎ
  • 작성자언론장악 | 작성시간 12.01.26 빅터 프랭클린? 로고테라피의 빅터 프랭클을 말씀하시는건가요? 다이어리랑 헷갈리신듯
  • 답댓글 작성자월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1.26 아.네..맞습니다. 빅터 플랭클 입니다. 수정해야겠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더불어 위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도..감사합니다.
  • 작성자고고씽~* | 작성시간 12.01.26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근데 저 중증인가봐요..이런 글만 보면 나중에 논술이나 작문에 어떻게 써 먹을까 그런 생각만 해요ㅋㅋㅋㅋ다시한 번 글을 보면서 저를 되돌아봅니다.
  • 작성자스스슥 | 작성시간 12.01.31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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