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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Re:피디가 되고 싶은 이유

작성자별둘|작성시간12.01.31|조회수1,092 목록 댓글 2

감사합니다.

  허영이라는 단어에 괜히 혼자 민감했던 것 같아요. 선생님의 글도 몇 번 읽어보고 월영님의 글도 읽어보고 마음도 어느 정도 가라앉히고 나니, 부끄러운 생각도 들고, 그냥 어렵습니다.. '순수'에 대한 동경일까요..? ㅎㅎ

제가 피디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이후로, 저는 너무 이른 판단이 줄곧 마음에 걸렸습니다.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사회경험도 턱없이 부족한 제가 너무 섣부른 판단을 한 것 같고, 제 자신을 한정짓고 미리 그어놓는 한계선이 그만큼 사회를 보는 제 시선을 좁혀놓는 것 같은 불안함이 항상 따랐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다른 학과를 선택하고 아예 다른 길을 걸어가 보자. 목적지가 확실하다면 그 길이 어떻게 가든 그 곳에 도달할 수 있겠지. 그렇게 선택한 학과가 저와 영 맞지 않았습니다.

  난 명문대 따위 신경 안 쓰고 당당히 내 꿈을 이뤘어!! 라는 말이 너무나 하고 싶었는데 정작, 과가 안 맞으니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 한참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명문대를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것도 그냥 저의 사회에 대한 반발심에 불과하지 않을까. 도대체 대학은 왜 나와야하는 것인지, 대학에서 나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 것인지... 제가 그렇게 그리던 사회경험을 통한 배움은 머리에 든 게 없으니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마냥 슝슝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날수록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턱없이 부족한 게 느껴져 그 부족함을 채우고 싶어졌습니다.

  재수를 생각하기 이전 저는 그냥 휴학을 하고 일정기간동안 돈을 벌어 여행을 다닐 계획이었습니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어떤 길로 나아가야하는 지 정리하고 싶었고, 진짜 세상을 마주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대학교 일학년 내내 느꼈던 그 부족함이 저를 가로막았습니다. 나만의 시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눈을 배우고 제가 좀 더 성장한 후 여행을 갈 때 좀 더 많은 것을 배워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대는 모르겠습니다. '대학자체'에 대한 환상(그래도 대학은 공부하는 곳이라는...)과 그 곳에 다니는 학생들. 그 학생들은 분명 저보다 고등학교 때 치열하게 공부했을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치열함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월영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청춘의 조급함이랄까요..? 아직 그 어떤 것도 이루지 못하고, 하기 싫은 것은 절대 하지 않으며 고집만 부려온 제가. 하기 싫다가 아닌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거 제대로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서울대에 미친것입니다. 서울대에 가고 싶다기보다는 ‘재수’에 성공하고 싶다? 뭐 이런 생각이 컸습니다.

  재수를 선택함에 있어서 대학이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지만, 만약 방송국에 들어가는데 있어 학력이 조금이라도 영향이 있다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싶은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제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은 아무래도 드라마 pd니까요.

작가 아닌 pd를 하고 싶게 된 이유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런 따뜻한 이야기를 만듦으로서 사람들에게 위로해주고 싶은 것과 더불어 각 영역의 사람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려줌으로써 최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프로듀서라는 직업에도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지금의 저는 자만심에 똘똘 뭉쳐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눈도 부족하고, 표현력도 부족하고, 사람들을 보는 능력도, 한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구성하는 능력도 부족합니다. 제가 그리는 이야기가 정말 사람들의 아픔을 달래주고, 이해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그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보고 행복함을 느꼈으면 좋겠는데 그러기엔 제가 가진 것이 아직 너무 없어 불안합니다.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드라마피디는 그 생각과 참 많이 맞는 직업이었기에 아직은 드라마피디를 꿈꿉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드라마 피디가 되기 위해, 그런 이야기를 그리기 위한 준비를 하나하나씩 해나가고 싶고, 공부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제가 생각하는 대로 아름다운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고, 제 자신도 드라마처럼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은데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드라마를 꿈꾸는 동안은 참 행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를 하고 싶기 때문에 이해 안 되는 친구도 한 번 더 이해하려고 되돌아보게 되고, 드라마를 하고 싶기 때문에 힘든 일도 제 드라마의 거름이 되려니 견딜 수 있는 힘이 되니까요.

  대학이름이 다가 아니라며 이렇게 따끔한 충고를 해주시는 분들이 이곳에 참 많이 있는 것 같아, 좀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이곳에 참 많이 있는 것 같아, 언론인은 참 욕심나고 하고 싶은 일이라는 생각이 또 한 번 들게 됩니다.

  어떤 길이 맞고 틀리고, 지금 당장 확신을 가지고 정할 수 없다는 말에 위안을 얻습니다. 그리고 재수는 하려고 합니다. 어떤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그냥 지금 제가 저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나아갈 수 있는 한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제가 진정으로 피디를 원한다면, 어떻게든 그곳을 향하여 가게 되겠지요. 중간에 제가 다른 길이 보여 그곳으로 가더라도 이 과정을 후회하지 않기위해 적어도 이 길에서의 최선은 다하고 싶습니다..

 아직 배울점이 너무 많구나라는게 느껴져 마음이 놓입니다. 어떤 길이 펼쳐질지 기대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복잡하네요. 어린 저에게 한마디씩 코멘트 달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ㅎㅎㅎㅎㅎ

 

  제가 써놓고도 주저리주저리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잠을 자야하는데 이러고 있으니 말도 안되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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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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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1980 | 작성시간 12.01.31 흐흐.. 계속 고민하세요. 치열하게. 고민을 멈추지 않는 한 좋은 PD가 되리라 믿습니당.
  • 답댓글 작성자별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1.31 지날수록 제 자만이 부끄러워집니다. 얼마나 더 많은 허영을 앞으로 더 빼야할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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