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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Re: 고민해결 '팍팍'

작성자1980|작성시간12.02.07|조회수649 목록 댓글 6

..이면 좋겠지만, 저도 후배로서 고민을 공유합니다.

 

진보집권플랜이란 책을 읽고 있습니다. 조국이란 너무 잘생기고 똑똑해서 짜증나는 교수가 썼습니다. 말하더군요. "진보의 완고함은 훈계조로 비춰진다. 진보가 밥 먹여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어찌 보면 이 이슈도 비슷한 맥락으로 비춰집니다. '왜 언론을 준비하는 사람이 사회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까. 더욱이 현 정부의 언론 장악에 반대하는 언론사 파업을..'이란 고민. 일부에게 강요로 비춰지는 것 역시 현재 진보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먹고사는 문제는 신성합니다. 나부터 살고 보자는 사람을 비난하긴 어렵습니다. 이미 진보와 현 언론에 대한 신뢰를 잃은 사람들은 보수가 만들어 놓은 스펙트럼 안에서, 무한 생존경쟁 속에서 각개격파를 시작했습니다. 비단 아랑 뿐 아닙니다. 대학가에서도, 고시촌에서도, 예전 만큼의 고민은 찾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기자들 사이에서도. 아마도(전 80년대를 경험해 보지 않았기에..). 당장 취업을 해야, 노후는 모르겠고 당장 눈 앞에서나마 먹고 살 걱정, 막막함을 해소해야 하는 게 급선무인 보통의 사람들. 이들에게 '이렇게 해야 5년, 10년 후 모두 잘 살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건 씨알도 안 먹힐 것 같습니다. 기자도, 기자를 준비하는 사람도 먹고 살아야 할 보통사람. 당장 먹을 것보다 MBC 노조에 더 관심을 가지라고 비판하기가 여려워 보입니다.

 

언론사 시험? 답안지에 뭐라고 썼든 일단 정해진 정답을 써야죠. 진짜 소신을 갖고 정의를 논할 여유는 없어 보입니다. 합격시켜준다면 모르겠지만.

 

이같은 의미에서 MBC 노조의 파업도 지지받지 못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MBC 파업은 너무나도 고상합니다. 다만 그만큼 현실과 동떨어지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미 잃을 대로 잃은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뻔한 수순에 지난 3년 동안 맥 없이 살아왔던 MBC가 이제 와서, 이미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가 새로운 우물을 찾아 떠난 이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힘이 다 떨어진 이 때 결사항전을 내걸고 파업한다는 것. 때늦은 구애가 아닐까도 생각해봅니다. 저는 심지어 MBC 기자들이 이제 한물 간 MB를 용도폐기하는 수순이 아닌가.. 하는 발칙한 상상까지 해 봅니다. 2007년 말 전 언론이 힘모아 노통을 털었듯.

 

물론 성과를 이끌어낸다면 다시 사랑을 되찾을 수 있겠죠. 온전한 국민의 방송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이제 그네들은 우리에게 강요할 수 없습니다. 그럴 권리를 잃었습니다. 수 차례 파업을 했다지만, 결과적으론 실패했습니다. 현재. 최악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일정 기간의 '퍼포먼스' 후에는 다시 언론지망생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언론사 기자로 되돌아갔습니다. 자연스럽게.

 

되돌이기키기 위해선 그만큼의 반성과 노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무엇보다 강요가 아닌 진심이 느껴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겁니다. 아니라면 그저 '방송 3사와 조중동'이라는 현재의 지위에 만족하던지.

 

진보. 그러고보니 지난해 현대차 노조 집행부가 진보·개혁파(혹은 강성)가 됐답니다. 3년 만에. 다시 정치적인 운동을 강조합니다. 사측과 연일 갈등을 빚습니다. 하지만 그네들의 힘은 미약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미 그들의 수십 배나 되는 비정규직이 먹고 살 길을 찾아 각개격파를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보수의 냉소는 당연한 일이지만, 응당 진보가 되어야 할 '가지지 못한 자' 역시 그들에 냉소를 보냅니다. "말로만 비정규직 정규직화 떠들지 말아라. 너희들이 가진 것부터 내놔"라며.

 

민노총은 부랴부랴 한진중공업이다, 쌍용차다 다시 이슈가 될 만한 곳을 찾아다니더군요. 다만 여전히 80년대식 훈계조의 운동입니다. 1986년의 성공. 25년여 전의 성공에 아직도 취한 걸까요. 한진중공업은 성공했을 지 모르겠지만, 쌍용차는 실패입니다.

 

'왜 MBC 파업에 대해 고민하지 않느냐'는 월영 선배의 글을 보고 아차 싶었습니다. 나는 왜 이런 중요한 일을 잊고 있었을까 반성하며. 그리고 댓글들을 보고 한번 더 아차 싶었습니다. '왜 언론지망생마저 MBC 파업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게 됐는지에 대해 왜 고민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일제시대 때도 언론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저항 못 했습니다. 군사정권 때도 마찬가집니다. 그래도 있었겠죠. 진짜 치열하게 저항했던 사람. 치열하진 않았더라도 처한 현실 속에선 최선을 다해 정의로웠던 사람. 비록 성공하지 못했지만. 말로가 좋진 않았지만. 그리고 그 시대에도 있었겠죠. 나 기자인데 너가 감히 뭔데라며 권세만 부리던 기자, 음주운전 하고 경찰서 찾아가 벌금고지서 찢어버리고 자랑스런 일화로 떠벌리는 기자, 무엇보다 실세에 붙어서 호가호위하다 나중에 한 자리 차지하는 전직 기자.

 

비록 표현은 안 하지만. 대다수는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MBC 기자도, 조선일보 기자도, 한겨레 기자도, 인터넷 연예가십 기자도, 심지어 광고나 팔아먹는 삼류 경제지 기자도, 이 진흙탕에 오고 싶어하는 이곳 기자지망생도.. 아니 언론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도. 이들이 MBC 노조의 파업에 냉담한 이유는 이들이 멍청해서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그 동안 MBC가 자신의 최대 지지자, 열혈 맹신자들을 등한히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한 만큼 그의 외도를 용서하기 어려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게 변명처럼 들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곳의 무관심은 이런 심리상태의 발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월영 선배,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고민 해결에 도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을까요?ㅠ.ㅜ

 

전 또 보도자료 쓰러 갑니다. 요샌 회사에 사람이 부족해서 하루에 스무 개씩 써도 줄지를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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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1980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2.07 ㅋㅋ고민 해결했습니다. '진보'도 '보수'도 다 하기로 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비각 | 작성시간 12.02.07 `진`보와 `보`수를 합치니 `진보`가 되네.. ㅋㅋ
  • 답댓글 작성자銀狼 | 작성시간 12.02.08 보수도 됨미다. (이거, 글 말미에 엔딩코멘트로 쓰기 참 괜찮겠네요. 진보와 보수를 합치면 진보도 나오지면 보수도 나온다 뭐 이렇게.)
  • 답댓글 작성자1980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2.08 ㅉㅉ 요즘 30대들은..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너무 가볍게 받아치시는 거 아녜요?ㅋㅋㅋㅋ
  • 작성자운치있다 | 작성시간 12.02.07 좋아요!누르고 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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