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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언론고시 접습니다

작성자멍멍이깡|작성시간12.03.17|조회수4,382 목록 댓글 11

대학을 졸업하고

학사학위를 한 개 더 받을 수 있는 세월을 보냈네요.

 

뭐 2년쯤은 방송사에 열렬히 헤딩했고, 2년쯤은 반쯤 양다리를 걸친 상태였다가

이제 슬쩍 한 발을 뺍니다.

 

사실, 처음부터 제가 언론사에 입사하기 위해 공부한다, 준비한다, 노력한다

라는 계획은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았구요.

언론인이 아니라 아티스트로서의 pd를 생각하고 있었기에,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이라든지 언론의식이라든지 그런거 없었거든요.

그저 pd가 방송사에서 일하는 직업이라 준비기간동안 아랑에서 노닐었을 뿐

기자, 아나운서 지망하시는 분들과 한데 엮이기엔

제가 생각하는 pd는 너무 이질적이었어요.

 

뭐 그러다보니 pd보다 저한테 더 맞는 다른 직종에 뛰어들었다가

단맛 쓴맛 다보고 일단 그놈의 '아티스트'는 접기로 했습니다.

딱히 그에 관해 더 적을 내용은 없지만

그간 좇던 꿈에 근접한 일이었고

좋아서 하는 일이었고

힘들어도 재밌어서 계속 할 수 있는 일이었으나

이래저래 사정상 접을 수밖에 없게 되고 나니

언론고시니 방송사니 미디어니

저랑 관계가 뚝 하고 없어지더라구요.

 

청춘특강이니 오춘기니 성장만화니 하는 데서 숱하게 외치고 있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는 것'

그게 다가 아니더라구요 -_-;;

세상엔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말을 믿어볼랍니다.

좋아하는 일보단 좋아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죠 뭐;

 

언젠가 일어를 공부하러 학원에 갔다가

수강생이 단 둘이던 클래스의 중년 수강생 아저씨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인생 모르는거임. 나도 지금까지 직업을 8번 바꿔왔거든?

지금 하는 일도 젊었을때 하려고 했던 일이랑은 전혀 다르고.

그러니까 스스로를 백수라고 소개하지 말고 그냥 학생이라고 하랑께"

뭐 언론고시생보다는 백수가 적확한 표현이라 생각했던 거지만...

그런 저를 안타깝게 보셨던 것 같습니다.

 

오늘 KBS 접수 마감인데,

요며칠 자소서를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참에 깨끗히 손 떼기로 결심 굳히고

인사 남깁니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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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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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멍멍이깡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3.19 말씀들 감사합니다! 마음이 한결 가볍네요.
  • 작성자예비저널리스트 | 작성시간 12.03.19 인생선배의 이야기 잘듣고갑니다.. 아직까진 하고싶은거에 매진해 볼 수 있는 나이라는게 감사하네요..
    저도 열심히 해서 후회없이 겪어보고 정 아니면 하고싶은거보단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해봐야겠네요.. 일단은 오늘도 더 행복해지기위해 달려보아요~
  • 작성자벨라비따 | 작성시간 12.03.19 축하합니다. 또 다른 길은 열립니다. 여행 한번 다녀오세요. 유럽 추천합니다.
  • 작성자구스타프말러 | 작성시간 12.03.23 건승하세요~~~~
  • 작성자응응응응응응응 | 작성시간 12.04.04 안녕히 ㅠㅠ 여운이 긴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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