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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인터뷰 후 돈 봉투를 받았다.

작성자수원자취생|작성시간12.04.08|조회수2,845 목록 댓글 26

데스크의 지시로 정년을 1년 앞둔 서기관을 인터뷰 했다.

 

잘 진행됐다. 평소 알던 사이기에 분위기는 좋았다.

 

인터뷰가 끝났다. 주머니에서 봉투를 하나 꺼냈다.

 

"먼길 오셨는데 차비라도 하세요. 업무 추진비가 여유가 좀 있습니다."

 

"아닙니다 저 기름값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가방에 쑤셔 넣어줬다. 정색하며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빳빳한 현금 20만원. 새 돈이다.

 

고민이 됐다. 1년차 지방지 기자의 월급은 얼마 되지 않는다. 기름값도 빠듯한 상황이다.

 

점심을 먹는 내내 가방에 담긴 봉투 생각 뿐이다.

 

다시 올라 갔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속은 후련하다. 솔직한 심정으로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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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지역에 있는 선배를 만났다.

 

"야! 용돈 받았어?"

 

"네 받았습니다. 돌려 줬습니다"

 

"왜 돌려줘 그걸. 원래 그런건 받는거야. 조져서 받는 것도 아니고 고맙다고 주는건데"

 

"뭐 그렇게 됐습니다."

 

원래 그런거라니. 양심과 현실사이의 고민에서 겨우 양심이 이겼는데 원래 받는거라니...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있는 선배. 이해 할 수 있었다.

 

괜시리 내가 뭐하고 있는건가 생각이 든다.

 

생활이 빠듯하지만 아직 홀몸 먹고 살만은 하다. 그러나 가정을 꾸리면 나도 저리 변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돈보다 명예보다 권력보다 신념을 쫓고 싶었던 꿈이 한방에 흔들리는 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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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목덜미 | 작성시간 12.04.19 멋지세요b
  • 작성자고고씽~* | 작성시간 12.04.20 글쓴 날이 꽤 됐지만 칭찬해드리고 싶네요!! 기자들 꽁짜 좋아한다는 주위 사람들의 소리를 들어서 기운빠졌는데ㅠㅠ
    멋집니다!!
  • 작성자딜레당트 | 작성시간 12.04.20 나중에 기자수첩에 써버리죠..^^
  • 작성자난기뉴의리쿰 | 작성시간 12.04.30 잘햇소.
  • 작성자꼬냥이 | 작성시간 12.05.08 저도... 건설사 취재갔다 슬쩍 불러 주는 봉투를 손사레치며 돌려줬던 기억이.... 정말 떳떳한 기사 쓰고 싶다면 그게 당연한거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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