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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쓰레기를 보내며

작성자초능력자|작성시간12.05.18|조회수1,894 목록 댓글 17

  새 벽지가 발린 빈 집2을 보고 오니 기분이 좋았다. 이사하기 전날 밤 기대에 들떠 잠이 오지 않았다. 마음속에 새 집이 있고, 헌 집 안에 내가 누워있었다. 새 집2은 비어있었다.

 

  먼저 가구를 날랐다. 다음에 옷과 책, 화장품, 주전자를 운반했다. 이번에는 헌 집1이 비었다. 빈 집1을 보니 이 좋은 집에서 왜 그렇게밖에 살지 못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옮기고, 주소를 이전했다. 새로운 곳2에 예전의 그 집1이 있었다. 살림은 나아지지 않고, 똑같은 생활이 반복됐다. 바퀴벌레가 없었지만 이제는 없는 것이 당연했으며, 베란다에 비가 새니 이것이 문제가 되었다.

 

  주말이 되어 고향집0에 갔다. 엄마가 해주는 토요일 아침밥은 이상적이었다. 같은 반찬으로 점심을 먹으니 평범한 맛이 났다. 엄마는 내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진다며 잔소리를 했고, 아빠는 자꾸만 욕실에서 담배를 폈다. 집0에서도 잗다란 스트레스가 쌓였다.

 

  일요일 저녁, 이사한 나의 집2에 도착해 현관거울 앞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배낭에서 지갑과 핸드폰만 꺼내 도로 길을 나섰다. 유토피아를 찾아서!

 

  부동산 문 앞에 집이 3, 4, 5, 6 걸려 있다. 사진 속의 집들은 벌레가 없고, 비가 새지 않는다. 게다가 풀 옵션이라. 마음속 짐을 꺼내어 새 집5으로 나른다. 큰 가구를 먼저 옮기고서, 사소한 것들을 안에 넣는다.

 

  집을 채울수록 꿈에서 끌러지고 현실에 매인다. 임대차 계약으로 꽁 묶인 내 집2에 돌아온다. 슈퍼마켓에 들러서 이 지역의 쓰레기봉투7를 한 묶음 샀다.

 

  집2 속에 작은 집7을 짓는다. 문제가 있는 모든 것들을 담는다. 비닐하우스7가 사실로 채워진다. 나는 다시 새로운 생활을 창작한다. 마음속에 새 집이 있고, 헌 집 안에 내가 누워있었다.

 

  아무 문제가 없는 쾌적한 생활을 꿈꾼다. 마음을 비우지 못해서 쓰레기로 만들어 버린 진실들아, 안녕. 몸을 가득 채운 쓰레기봉투는 거죽을 늘려서 비가 새는 베란다를 덮는 우산쯤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하며 집2 밖으로 자신을 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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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초능력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5.25 ㅋㅋㅋ 장마의 계절이 다가오네요. ㅜㅜ 그래도 여름은 너무 낭만적이에요ㅋㅋ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
  • 작성자스스슥 | 작성시간 12.05.27 저는 집2로 몸 옮기는 것도 쉽지 않네요. 집1(기숙사) 의 편한 생활에 나태해져버린 듯. 우선은 양다리;; // 그림에 왠 토끼지 했는데 쓰레기봉투였군요. 이해되니 그림이 멋스럽 ㅎㅎ
  • 답댓글 작성자초능력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5.27 저도 양다리 걸치고 싶어요. 자취방과 고향집 이렇게요ㅎㅎ 엄마 보고싶은데 너무 멀어서 자주 못 가겠어요.ㅜㅜ 지금은 집2인가요?ㅋㅋ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 작성자시간기계 | 작성시간 12.05.31 초능력자 님은 집을 숫자로 표시하시네요..^^;; 저는 고향집을 제 이름을 따서 OOO 생가, 현 집은 OO동 본가, 자취방을 OO동 별장 등등 이렇게 표기하는데..^^ㅋ. 여튼 새로운 집에는 팍팍함 보다는 가능성과 성취감으로 채워나갔으면 좋겠네요.
  • 답댓글 작성자초능력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6.02 ㅇㅇ동 별장 좋은데요.^ ^ 여기서 많이 이루고 갈게요~~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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