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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MBC

작성자1980|작성시간12.07.20|조회수4,542 목록 댓글 13

MBC 시용기자가 논란입니다. 아. 한줄게시판이라 읽기 어려웠지만 뜨겁네요. 뜨거워요. 전 너무 뜨거운 탓에 거길 살짝 피해 뒷게에..

 

참고로 어제 기사도 나왔더군요. 기자협회보.

 

시용·임시직 93명, MBC ‘골칫거리’되나

-3년간 공채 인원 맞먹어…민변 “계약만료 후 선별채용 고민해야”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View.html?idxno=29109

 

생각해봤습니다.

 

사람들은 다양합니다.  의견도 다릅니다. 굳이 언론인으로 한정지을 필요도 없는 얘기. 그러고 보니 '언론장악(순화하면 대국민홍보)'을 주도한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도, MBC의 김재철 사장도, 선배 기자 출신입니다. 그렇죠? 그 분들의 언행을 보자면, 스스로는 언론장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효과적인 정권 운영 측면에서 봤을 수도. 왜곡 보도를 막자는 측면에서 봤을 수도. 여하튼 반대 입장에서 봤을 때 이번 정권의 행동은 필연적으로 싸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현 정부의 '언론장악'은  MBC 노조를 비롯한 많은 언론인, 대중을 분노케 했습니다. 맞죠?

 

'사람들은 파업에 관심 없다. 무한도전을 보고 싶을 뿐이다.'

 

라는 주장은 다소 악의적이거나 냉소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치면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잘 먹고 잘 살고 싶을 뿐입니다. 일부만이 사회적 이슈를 생각할 뿐이죠. 예나 지금이나. 어쨌든 무한도전을 보고 싶은 건 저도 사실이지만, 홍철이가 형인지 하하가 형인지 궁금하지만, MBC 노조의 파업을 폄훼하는 의도로 활용하는 건 반대임다.

 

그러고보니 바로 전 정권도 '언론장악'을 시도했습니다. 현 정권은 정부 지분이 있는 방송사 사주를 교체하고, 신문엔 방송사를 넘겨주는 방식으로 언론권력에 힘을 뺐습니다. 대략 성공. 반면 전 정권은 '안티 C일보'의 정공법을 시도했죠.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인터넷 언론 확대 등 역시 기존 주요 신문사의 힘을 빼는 데 톡톡히 역할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론 역부족이었지만.

 

두 정권이 훑고 간 결과인지, 환경의 변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결과만 놓고 보면 방송도 신문도 예전만 못해 보입니다. 천하의 조선일보도 종편에선 썩 힘을 발휘 못 하는 것 같아요. 천하의 MBC를 필두로 한 방송 3사+연합뉴스의 파업도 결과적으론 사주 교체라는 명확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났습니다. 사회적인 힘의 균형을 놓고 보자면, 언론에 힘이 빠진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해 봅니다. 물론 미시적으로는 순기능이 있기도 합니다. 사주나 기자 개개인의 권력 남용 여지가 줄었거든요.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우려가 더 커 보이네요.

 

차기 정권도 시민의 눈과 귀를 어떻게든 자신의 입맛에 맞게 하고 싶을 겁니다. 어찌 됐든 언론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니까. 국민은 국회의원 300명이 매일같이 하느 활동과 말 중 언론이 취사선택한 단 몇 개 만을 추려서 보게 될 테니까. 어찌 보면 이 두 정권을 거치며, 언론이 이곳저곳 분산되면서, 언론 특유의 날카로움이 무뎌지지는 않았을까 걱정해봅니다. 고민해 볼 부분입니다.

 

각설하고 논란 속 시용기자 얘기를 해 보죠. 직접적으로는 몰라요. 주위에 시용기자에 지원한 사람도 없고. 아, MBC엔 친구가 있군요. (미안, 친구야ㅋ)

 

결과만 놓고 보면 시용기자에 대한 차별은 분명 일어날 겁니다. 현실적으로다가. 이번 MBC의 파업은 역대 최장이었다죠? 170일? 거의 반년. 어마어마하군요. 50명 정도가 비취재부서로 발령났다고 합니다. 많은 MBC 노조 조합원이 '구국의 심경'으로 파업에 임했을 겁니다. 그새 방송을 '땜빵'하면서 파업을 무력화 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시용기자에 대한 분노. 비단 밥그릇 같은 개인적인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밥그릇 싸움이라면 또 어떻습니까. 직무에 충실하기 위해 파업이라는 '일'을 하고 있는데, 시용 기자들이 그 일을 방해한 거잖아요. 열 받죠.

 

안타까운 건 시용기자 입장도 딱하다는 겁니다. 어떤 분들이 가셨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1년 시한의 비정규직에 지원한 데는 저마다 사정이 있으셨겠죠? 기자를 지망한 이상 분명 어떠한 뜻과 의지가 있었을 것이고, 1년 비정규직을 그 과정으로 선택하신 거겠죠? 저 역시 나름의 뜻과 의지가 있지만 그 뜻과 의지를 한 켠에 묻어 두고 숱하게 타협해 봐서 어쩌면 그 심정 알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더욱이 이 곳, 아랑 구성원 대부분은 언론·방송 구직자죠. 취업 자체가 절실할 뿐 아니라 MBC 정도면 대개가 선망하는 '꿈의 직장'임다. 최소한 이 곳 사람들에 있어서는. 그렇죠?

 

뭐 대단한 정치인이나 MBC에서 보도본부장 같은 높으신 나으리가 되고 싶다면 이날 이 때의 시용기자란 꼬리표가 사뭇 부담일 겁니다. 사람들은, 최소한 MBC 노조원들은 다시금 기억해 내겠죠. 하지만 MBC 1년 경력 쌓고 나면 좀 더 나은 언론사에서 좀 더 큰 뜻을 펼칠 수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겁니다. 가령 '한겨레. 주말일등경제(가칭) 기자가 경력으로 직접 갈 순 없지만, 조선일보에선 갈 순 있다.' 이런 논리로 진보 성향의 사람이 조선일보를 거치는 것도 가능하죠. 요즘 현실에선. 제가 너무 긍정적으로만 해석하는 걸까요?

 

물론 이들에 대한 차별은 어떤 의미에서든 당연합니다. 시용기자는 이 같은 불이익을 감수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대개는 계약만료 후 관두지 않을까요? 다만 '시용기자를 차별할 수 밖에 없다'는 MBC 노조의 절박한 표현이, 언론·방송 구직자로 구성된 집단, 즉 아랑에선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소지는 있는 겁니다. 절박한 구직자 입장에선 고상한 말 다 집어치우고, 원초적으로다가 시용기자에 감정이입이 될 수 밖에 없거든요.

 

요컨대 최근 논란은 '닥치고 구직'의 절박함과 '닥치고 정론'의 절박함이 충돌한 모양새입니다. 서로가 불가피한 상황이었겠죠. 더욱이 MBC 노조나 시용기자는 둘 다 누가 우위에 있다거나 누구만 피해자라고 할 수 없는 슬픈 상황입니다. 이심전심, 아니 역지사지의 지혜로 서로의 감정을 조금만 추스렸음 좋겠습니다. '정치파업'이라느니 '부역'이라느니 하는 감정적 표현들은 좀. 싸울 망정 최소한 상처는 주지 맙시다. 둘이 머리끄댕이 잡고 싸우면 희희낙낙할 사람은 따로 있어 보입니다.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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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자유 냐옹 | 작성시간 12.07.27 그게 된다면...순혈주의가 아니지요.^^: 신입공채끼리의 결속감이 굉장히 강합니다. 기존 대 시용으로 된다 해도 신입공채가 아닌 기자들이 신입공채 출신들에 융화되긴 어렵지 않나 싶네요. M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걸 넘어 가끔은 입맛이 쓸 정도도 있습니다 에휴...한국 언론이 외국 언론처럼 전문화되지 못하는가에는 실력에 앞서는 자부심도 한몫한다고 했던 모 선배님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 답댓글 작성자1980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7.27 쌉. 그렇군요. 로열티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저희 회사로선 부럽기도 하네요. 단, 전문화하지 못하면 잔인한 시장 논리에 의해 도태된다는 '밥그릇 위기의식'에 열심히 하게는 됩디다. 분발분발ㅎㅎ 조직이다, 선후배다 뭐다 다 떠나 여차저차 함께 좋은 기자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보아용. 자유 냐옹 님ㅎㅎ
  • 작성자자유 냐옹 | 작성시간 12.08.02 닉네임처럼 지금은 잠시 자유의 몸이라서...ㅎㅎ 비언론인으로 사는 것도 괜찮습니다. 시야도 확실히 넓어집디다. 1980님 좋은 기자가 되실 수 있길 빌겠습니다.
  • 작성자넌누구냐!! | 작성시간 12.08.10 시용 기자에 대한 내부적 거리감이 모두 밥그릇 싸움의 논리는 아닌 듯 합니다. 노조원들의 파업이 임금협상이 아니 정론직필을 바라는 목적이었으니까요. 제대로 되 방송을 하고 싶어 생계를 내려놓은 이들에게, 사측의 입맛에 혹은 정권의 논리를 대변해야 하는 시용기자들은 가치관과 그들의 상식이 용인할 수 없는거지 않을까요? 분명 한국 언론사에서 되돌아 보아야 할, 잊지 않아야 할 사건이라 여깁니다 개인적으로는...
  • 답댓글 작성자1980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8.10 뉑. 어쩌면 현재 언론계 현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건 혹은 비극이 아닐까 싶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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