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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타고나고 타고나지 못하고..

작성자월영|작성시간12.10.09|조회수2,201 목록 댓글 8

올 여름 첼리스트 정명화 선생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평소 궁금했던 ‘피나는 노력만 하면 연주자로서 성공할 수 있을까?’를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 선생은 별다른 망설임 없이 나름 단호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타고난 재주 없이 클래식을 전공하기는 무척 어렵다. 전공을 하려면 타고나야 한다. 타고난 재능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 다음에 노력이 필요하다”


정 선생은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배우는 데 무리가 없는 학생’들을 안타까워했다. 특히 부모들의 욕심을 지적했다. 부모들 눈에 자식은 다 재능을 타고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선생의 눈에는 ‘평균치보다는 낫지만 천재의 영역에는 속하지 않은 학생들’이 대다수란다. 그럼에도 ‘노력’만 하면 ‘천재들’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착각에 대다수의 부모들이 대다수의 영역에 속한 자식들을 다그친다는 것이다.


정 선생은 “클래식은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배우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꼭 작곡을 하거나 연주를 하지 않더라도 클래식 자체를 즐기면서 클래식 음악 때문에 행복을 느끼며 살 수는 있다고 했다. 그래서 십대 초반부터 연주나 작곡에 전문가들 다수가 인정할 만큼 재능이 없다면 클래식의 다른 분야로 전공을 돌려 클래식에 질리지 않도록 하는 게 현명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예체능은 분명히 ‘타고난 재능’이 영향을 많이 미치는 분야다. 그러나 예체능뿐만 아니라 타고난 재능(여기에 외모까지도 포함해야 하는 게 현실)이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적지 않다는 게 짧게나마 살아온 과정 속에서 겪은 결론이다. 그 중에 하나가 방송분야다. 특히 카메라 앞에 서는 사람들은 그 뒤에 서는 사람들보다는 ‘타고난 것’을 많이 가져야 하더라. 그걸 또 선호한다.


타고난 것을 가진 이 앞에서 그렇지 못한 사람은 오기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하고 노력할지도 모르겠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그 과정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단언하건데 예외적이다. 게다가 갈수록 타고난 것을 가진 이들 역시 남모를 노력을 한다는 점이다.(사실 타고난 것을 가진 이들은 또 자기들끼리 경쟁심리가 남다르더라)


이곳에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고민들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것은 ‘타고난 것’을 가지고 경쟁해야 하는 분야에 뜻을 두었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 전체를 코너에 모는 친구들의 하소연들이다. 더군다나 아직 젊고 다른 쪽에 뜻을 두었으면 오히려 또 경쟁력을 갖출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어쨌든 요점은 젊은 친구들의 꿈을 기만해 밥벌이를 하는 어른들이 많다는 것이다. 넌 할 수 있어. 이러기 전에 필요한 건. 넌 지금 이렇다. 라고 말해주는 거 아닐까 싶다. 그렇게 사심 없이 충고해준 들 잘 듣지 않는다고. 카테 시험에 불가피하게 들어갔던 후배PD의 말을 소심하게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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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월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0.10 넌 안된다..그럴 수는 없겠죠...하지만 넌 객관적으로 이렇다..다른 경쟁자들은 또 이런 상황이다..하고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 담에 자기가 이거 아니면 죽고 못살겠다..이건 본인 선택이니 어쩔수 없다고 봅니다. 그런 각오로 또 노력하다보면 분명 얻는게 있겠죠. 다만.가슴 아픈 실패를 겪고 그런 성장통이야 필요하겠지만...그 성장통에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고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도 본의 아니게 힘들수 있게 만든다는게 안타깝다는 거죠.-.-
  • 작성자天空 | 작성시간 12.10.09 아카데미만 나오면 마치 아나운서로 거듭날 것만 같은 환상을 가진 분들을 종종 접합니다. 물론 아카데미에선 모두가 아나운서가 될 수 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듭니다. 열정과 재능은 분명 다른 부분인데, 어른들은 열정을 가지고 돈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죠. 자신의 가능성을 아카데미에 물어본들 "넌 자질 없어보이는데"라고 누가 솔직히 얘기해줄까요. 그러나 실상 부푼 꿈을 꾸고 아카데미를 다니는 사람들, 열에 아홉은 방송꿈을 접는 것이 부지기수입니다. 나중에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좀 더 냉정히 자신을 평가할 필요가 있는 곳이 방송계란 생각이 이 글을 보니 더욱 많이 듭니다.
  • 답댓글 작성자신언서판 | 작성시간 12.10.16 저도 - 좋아요.
  • 작성자pepperjack | 작성시간 12.11.06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입니다. 근데 어떻게 그분을 인터뷰 ㅠㅠㅠ 부럽네요ㅠㅠ

    아카네미 설명회 같은걸 갔었는데, 한창 기가 꺾여가던 시기에 갔는데 설명회 내용만 보면 아카데미를 통해 모든 걸 배우고 완벽해질 수 있고 한발한발 꿈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붕붕띄우는 느낌. 좋은 점이 많긴 하지만 무턱대고 밝은 전망만 눈앞에 들이미는 것 같아서 약간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내가 내 자신을 제일 잘 알아서, 머리터지게 고민하고 이러이러한 점으로 이건 안되겠다, 라고 접은 시점이었는데. 정말 타고나는 걸 전제로 한다는 걸 인정하는게 가장 가슴아픈 일인 것 같아요.
  • 답댓글 작성자월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1.20 아! 첼리스트..맞습니다. 뒤늦게 확인했습니다. 첼리스트 정명화 선생이죠..인터뷰를 써놓고도 이런 실수를! 지적 감사합니다. 어떻게 그분을 인터뷰했냐 물으시니...밥벌이라 그랬습니다..라고 답할 수 밖에 없군요. .타고나는 거..뭐 어쩔수 없죠..그걸 탓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을 듯합니다. 여튼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해야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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